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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사진 산문 ― 사라지기 위해 무늬가 되는 것들은
프롤로그 ― 시간은 실시간으로 도착하지 않는다

해가 지지 않는 곳으로
잘 도착했어요
불꽃이 번지는 속도
더 많은 노래가 남아 있어요
나의 이름은
이름을 불러줘
여름을 사랑한 첫날
내가 꿈꾸던 집
창백하고 아름답고 공평한
하루의 끝
슬픔을 위한 체리
마음의 감각
명작과 습작 사이에서
어느 봄밤의 증명들
불법 싱어송라이터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세요?
장마의 시작
당신의 심장박동은
밀려드는 것
기억력의 행방
떠날까
한 장의 사진 속에는 얼마만큼의 하늘이 담겼나
샤워와 빗장
나의 불량함은
무지개 별과 용궁 사이
차가워지지 않는 것은
영원 같은 밤에
인생, 도쿄 그 어딘가

에필로그 ― 두 개의 빛
부록 ― 찬란 플레이리스트
저자 소개
저자 : 이유진(프롬)
싱어송라이터 프롬Fromm이자, 맥신Maxine 레이블의 대표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스무 살에 서울로 옮겨와 홍대 앞 클럽에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따스한 석양과 몽환을 닮은 선율과 언어와 소리를 세공하는 독립음악가이자 프로듀서로 십이 년 넘도록 살아가고 있다. 2013년 《Arrival》을 시작으로 《Moonbow》 《Mood, Sunday》까지 세 장의 정규앨범을 비롯해 《Midnight Candy》 《Cellophane》 등 여러 장의 EP앨범과 싱글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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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두렵고 또 두렵지 않은 마음으로
무대의 아래에서, 삶의 모든 순간에서
찬란을 발견하고 음악을 세공하며 산다는 것

‘찬란을 기대하지 않는 찬란’의 태도와 지향이 끝내 지켜내는 것은
보편과 정상성의 취향에 가둘 수 없는 우리의 고유한 서사, 그 자체다

“눈이 아니라 마음이 부시는 이런 빛을 ‘찬란’이라 일컫는 것인지……” _요조 뮤지션, 작가
“그러므로 이 책은 ‘심장박동’이다. 프롬을 영원히 사랑하게 되겠구나.” _안희연 시인

싱어송라이터 프롬Fromm 이유진의 첫 산문집

꿈결 같은 잔향의 따스함 속에서, 늘 상실을 향할 뿐인 계절을 응시하며 끝없이 잃고 그리워하고 그러나 결코 차가워지지 않는 청춘의 아이러니를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프롬. 그의 첫 산문집 《찬란을 기대하지 않는 찬란》이 출간되었다. 그는 첫 산문집을 쓰며, 아스라한 시어와 선율을 스스로 세공하고 소리의 캔버스에 구현하며 살아가는 이가 매일 마주하는 환희와 슬픔, 그 과정의 찬란함과 두려움을 아프도록 솔직하게 담아냈다.

“우리가 쓰는 말하고 테레비에 나오는 말하고 뭐가 다르노?”라며 의아해하던 부산 소녀 이유진은 스무 살, 서울의 한 고시원으로 캐리어 하나 끌고 혼자 떠나왔다. 가수가 되고 싶었고, 그보다 자기 음악을 더욱 하고 싶었던 그는 아이돌 보컬 트레이닝 수업을 그만두고 홍대 앞 작은 클럽에서 노래하기 시작한다. ‘언젠가 나도 이곳에 자연스러운 사람으로 스며들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며 직접 모든 곡을 쓰고 프로듀싱한 첫 앨범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음반상에 노미네이트되고, 그해 가장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오른 그에게 찬란한 앞날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 끈은 그냥 나만 잡고 있는 끈이 아닐까, 내가 놓으면 예술가의 삶은 끝나버리는 거 아닌가.’ 그는 우여곡절 끝에 기획사를 나와 두려움을 딛고 독립음악가의 삶을 선언한다. 언론 인터뷰 중 ‘인디신의 BTS’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자신은 기준 미달의 ‘불법 싱어송라이터’ 같다고 농을 치면서도 홀로 방에 앉아 아주 사적인 고찰로 쌓아 올린 것들 속에서 빛이 새어 나올 때의 기쁨이야말로 음악 하며 사는 삶의 이유라고 고백한다. 언젠가 저 여름밤을 수놓은 피날레 불꽃과 같은 뮤지션을 꿈꾸었던 그는 이제 불꽃과 불꽃 사이 깊은 고요와 적막 속에, 그 사이사이의 지난한 보통의 날들에서 발견하는 작은 설렘과 기대 속에 삶을 계속 나아가게 하는 찬란이 있음을 쓴다.

이 책에는 작가의 필름 사진들로 하나의 서사를 엮어낸 사진 산문 〈사라지기 위해 무늬가 되는 것들은〉을 수록했다. 또한 이 책을 위한 특별한 선물로 한정 공개하는 CD 〈찬란 플레이리스트〉에는 첫 산문집을 위한 작가의 미공개 데모 〈슬픔을 위한 체리〉를 비롯해 권영찬, 전진희 두 뮤지션이 프롬의 곡을 피아노 연주로 편곡하여 수록했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못할 이야기를 결국 노래로 만들어 세상에 까발리는 행위,
이 모순적인 순간에 내가 진짜 인간이라고 느껴”

K-POP 자본이 차별화된 인디신의 다양성까지 흡수하여 잘 만들어진 음악이 쏟아지는 시대, 그런 한편 자기 방 침실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더 이상 ‘인디’라는 이름으로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넘치는 시대다. 곡을 쓰는 일부터 음반 프로듀싱, 비주얼 아트워크, 공연 기획과 프로모션 그리고 사장의 일까지 모두 스스로 해내는 독립음악가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작가는 ‘오로지 내가 스스로 숨을 쉬고 체력을 안배해가며 조금씩 헤엄을 치고 있는 기분’이라며, 어떤 날은 추천 알고리듬에 따라 끝없이 노래를 듣는 일이 어쩐지 미안하고 피로해져 음악 없이도 살 수 있겠다는 마음이 떠올랐다 우울해졌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그러나 늘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은 두려움과 권태에도 음악 하는 일을 계속해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건, 그에게 이 일이란 성취해야 할 결과 이전에 세상의 빛과 그림자들에 속절없이 매혹되는 일이며, 바래고 재조합되는 기억 속에서 그만의 서사가 되려는 한 편의 이야기를 기어코 완성해내고 누군가에게 가닿으려는 가장 근원적 욕망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노래를 만들 줄 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내가 나로서 살기 위한 방식, 조금 덜 외로운 인간으로 사는 방식, 매일의 슬픔을 조금씩 지워가고 무게를 덜어내는 방식으로 이 일은 참 탁월하다고 느끼니까. 내가 마주한 시간들을 시기마다 하나의 결과물로 만든다는 것. 우리가 어릴 때 나눴던 꿈속에 내가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가끔 너무 감사해서 다 가짜 같아. 철저히 혼자이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마저도 결국은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은 마음. 아무에게도 보이지 못할 이야기를 결국 노래로 만들어 세상에 까발리는 행위. 이 모순적인 순간에 내가 진짜 인간이라고 느껴. 뜨거운 피가 흘러 관심과 온기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신의 피조물 인간이라는 사실 말이야.”(본문에서)

킥킥 대며 웃다가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온전히 그를 사랑하게 만드는 천생 이야기꾼, 프롬

그러나 프롬의 서정적인 음악들이 그러하듯이, 하루와 계절이 지나는 빛과 어둠의 시간을 예민하게 감각하며 상처로 남은 지난날들을 섬세한 언어로 치유하는 산문을 기대했다면, 이 책에서 만나는 작가의 또 다른 면모에 놀랄 것이다. 그는 ‘오바쎄바’ ‘또또분식’ ‘크롬이요?’로 독자의 허를 찌르는 천생 이야기꾼이다. 계절의 시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반짝이는 서정의 문장들로, 때로는 가장 슬픈 이야기로 독자를 담담히 초대해놓고 급습하듯 웃음 버튼을 누르니 우린 눈가가 촉촉한 채로 킥킥 대고 웃다가 너덜너덜하게 넓어진 마음으로 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밖에. 여기에는 부산 사람의 궁둥이 들썩이는 신촌 도착기와 그때 그 가난의 미열과 훗날 음악이 될 일상의 작은 경이들이 능란한 입담으로 버무려져 있다.

“신촌과 이대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혼자 입을 틀어막고 궁둥이를 들썩이며 오두방정을 떤다. 커브를 도는 버스 차창에 얼굴을 딱 붙이고 이대 골목길이 보이려나 한참을 째려본다. (…) 처음 영등포의 큰 표지판 아래를 지날 때는 ‘영등포’라는 글씨의 위압감이 나를 짓눌러 버스 바닥에 무릎을 꿇을 뻔했고, 여의도공원을 지날 때는 글자 속 동그라미 네 개가 떠나온 거리만큼의 속도로 심장을 훅, 하고 관통해 지나는 것만 같았다.”(본문에서)

작가의 동료 예술가들은 뮤지션 강아솔의 말대로 ‘탐잼 인간’. 자기 노래와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어 보이는, 미칠 듯이 웃긴 사람들이다. 그들은 호시탐탐 상대를 파고들어 웃길 타이밍을 노리다가도 집으로 돌아가면 가만히 자신의 시간에 몰두한다. 기타를 튕기고, 시나리오를 쓰고, 드로잉을 하고, 책을 엮는다. 작가는 문득 모든 삶이 웃음과 어울려 지나가는 순간임을 깨닫는다. 더불어 ‘우리가 만드는 소리와 이야기는 그저 예술이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고리에서 따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방식과 각자의 삶과 맞물려 있다는 것도’. 남들보다 조금 더 반짝이지 않으면, 세상이 권하는 정상성과 보편의 취향에 동의하지 않으면 오래 살아남기 어려운 시절, ‘찬란을 기대하지 않는 찬란’의 태도와 지향이 끝내 지켜내는 것은 우리의 고유한 서사,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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