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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너만 잘난 매화냐
꽃 필 때는 그리워라 -전기,〈매화초옥도〉
봄이 오면 서러운 노인 -정선,〈꽃 아래서 취해〉
덧없거나 황홀하거나 -심사정, 〈양귀비와 벌 나비〉
나무랄 수 없는 실례 -오명현, 〈소나무에 기댄 노인〉
사람 손은 쓸 데 없다 -최북,〈공산무인도〉
너만 잘난 매화냐 -심사정,〈달빛 매화〉
쑥 맛이 쓰다고? -윤두서,〈쑥 캐기〉
숨은 사람 숨게 하라 -장득만, 〈아이에게 묻다〉
난초가 어물전에 간다면 -이하응, 〈지란도〉
벽에 걸고 정을 주다 -임희지, 〈난초〉
밉지 않은 청탁의 달인 -청화백자 잔받침
근심을 잊게 하는 꽃 -남계우,〈화접도〉
다시 볼 수 없는 소 -양기훈,〈밭갈이〉
그녀는 예뻤다 -이재관, 〈빨래하는 여인〉
버들가지가 왜 성글까 -이유신, 〈갯가 해오라기〉
삶에 겁주지 않는 바다 -작가 미상, 〈청간정도〉
달빛은 무엇하러 낚는가 -현진,〈낚시질〉

여름 - 발 담그고 세상 떠올리니
연꽃 보니 서러워라 -신윤복, 〈연못가의 여인〉
축복인가 욕심인가 -홍진구,〈오이를 진 고슴도치〉
선비 집안의 인테리어 -김홍도,〈포의풍류도〉
가려움은 끝내 남는다 -김두량,〈긁는 개〉
대나무에 왜 꽃이 없나 -이정,〈풍죽〉
구름 속에 숨은 울분 -이인상, 〈소용돌이 구름〉
나를 물로 보지 마라 -이한철, 〈물 구경〉
발 담그고 세상 떠올리니 -조영석,〈탁족〉
수박은 먹는 놈이 임자? -정선, 〈수박 파먹는 쥐〉
한 집안의 가장이 되려면 -김득신, 〈한여름 짚신 삼기〉
매미가 시끄럽다고? -정선,〈매미〉
무용지물이 오래 산다 -지운영,〈역수폐우〉
신분 뒤에 감춘 지혜 -정선,〈어부와 나무꾼〉
하늘처럼 떠받들다 -양기성,〈밥상 높이〉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심사검의 인장
물고기는 즐겁다 -박제가, 〈어락도〉
빗방울 소리 듣는 그림 -윤제홍, 〈돌아가는 어부〉


가을 - 둥근 달은 다정하던가
대찬 임금의 그림 솜씨 -정조,〈들국화〉
옆 집 개 짖는 소리 -김득신, 〈짖는 개〉
모쪼록 한가위 같아라 -김두량,〈숲속의 달〉
사나운 생김새 살뜰한 뜻 -변상벽,〈고양이와 국화〉
이 세상 가장 쓸쓸한 소리 -전기,〈계산포무도〉
술주정 고칠 약은? -김후신,〈취한 양반〉
느린 걸음 젖은 달빛, 이인문, 〈달밤의 솔숲〉
둥근 달은 다정하던가 -이정,〈달에 묻다〉
날 겁쟁이라 부르지 마 -마군후,〈산토끼〉
연기 없이 타는 가슴 -작자 미상,〈서생과 처녀〉
게걸음이 흉하다고? -김홍도, 〈게와 갈대〉
헤어진 여인의 뒷모습 -신윤복,〈처네 쓴 여인〉
화가는 그림대로 사는가 -최북, 〈메추라기〉
벼슬 높아도 뜻은 낮추고 -강세황, 〈자화상〉
지고 넘어가야 할 나날들 -권용정,〈등짐장수〉
한 치 앞을 못 보다 -이인문, 〈어부지리〉
긴 목숨은 구차한가 -이인상,〈병든 국화〉

겨울 - 견뎌내서 더 일찍 피다
굽거나 곧거나 소나무 -이인상,〈설송도〉
털갈이는 표범처럼 -김홍도,〈표피도〉
못난 돌이 믿음직하다 -김유근,〈괴석〉
봉황을 붙잡아두려면 -이방운,〈봉황과 해돋이〉
서 있기만 해도 ‘짱’ -작자 미상, 〈백학도〉
저 매는 잊지 않으리 -정홍래,〈바다의 매〉
센 놈과 가여운 놈 -작자 미상, 〈꿩 잡는 매〉
견뎌내서 더 일찍 피다 -조중묵,〈눈 온 날〉
정성을 다해 섬기건만 -한후방,〈자로부미〉
보이는 대로 봐도 되나 -정선, 〈솟구치는 물고기〉
누리 가득 새 날 새 빛 -유성업,〈해맞이〉
눈 오면 생각나는 사람 -윤두서,〈나뭇짐〉
다복함이 깃드는 집안 -김홍도,〈자리 짜기〉
꽃노래는 아직 멀구나 -권돈인,〈세한도〉
한겨울 핀 봄소식 -최북, 〈차가운 강 낚시질〉
살자고 삼키다 붙잡히고 -허련,〈쏘가리〉
한 가닥 설중매를 찾아서 -작자 미상,〈파교 건너 매화 찾기〉

화가 소개
그림 목록
저자 소개
저자 : 손철주
한시와 꽃, 그림과 붓글씨, 한잔 술이 있으면 썩 잘 노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신문사에서 일하며 미술에 대한 글을 써왔다. 스테디셀러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꽃 피는 삶에 홀리다』 등을 지은 미술 컬럼니스트이다. 현재 사단법인 ‘우리문화사랑’ 운영위원이자 학고재 주간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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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입밖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라! 고운 그림과 우미한 문장의 여운이 세 배가 된다

"옛 시인과 옛 화가의 심정이 무릇 살갑다. 넘치는 욕심은 시와 그림을 망친다. 모자라기에 애타고, 덜어내기에 미덥다. 가냘프면 설렌다. 만개 아닌 반개한 꽃이 향기가 짙고, 떼 지은 꽃가지보다 외돌토리 가지가 마음에 오래간다. 쓰고 그리는 이만 그럴까. 읽고 보는 이도 말은 끝나되 뜻이 이어지는 서화에 흥이 돋는다. 여운은 남김이 아니라 되새김이다."
-본문에서

다른 자리에서 손철주는 “나는 뻔한 그림이 싫다. 뻔한 그림이란, 자연을 과장하거나 삶을 가장한 그림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좋은 그림은 너도 나도 좋아하지만, 너도 나도 좋아한다고 좋은 그림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익숙한 그림이 아닌 낯선 그림, 반듯한 그림이 아닌 뭔가 넘치거나 모자란, 그래서 살가운 여운이 스민 그림에 대한 손철주의 편애는 이 책에 꼽아 실은 그림에서도 드러난다. 〈소나무에 기댄 노인〉의 익살, 〈공산무인도〉의 서툼, 〈달및 매화〉의 촌스러움, 〈낚시질〉의 휑함, 〈소용돌이 구름〉의 별남, 〈탁족〉의 실감, 〈돌아가는 그림〉이 거침, 〈숲속의 달〉의 스산함, 〈계산포무도〉의 떨림, 〈서생과 처녀〉의 수수함, 〈표피도〉의 고행의 붓질 등에 주목하는 손철주의 섬세한 심미안은 옛 그림 감상법의 또 다른 경지로 이끈다.
손철주는 또한 옛 그림에 담긴 옛 삶과 풍경의 보편성과 구체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그가 화가들이 사군자·식물과 동물·바다와 달빛 등을 그린 까닭, 적막한 풍경과 은자의 고적한 삶, 옛적 농사 짓고 일하는 사람들의 풍속과 변천, 말로 전하지 못하는 남녀의 애틋한(때로는 노골적인) 연정, 가족이나 벗의 화목함과 다복함을 그린 그림을 읽어줄 때 그것은 ‘좋았던 옛날 생각’에 그치지 않고 오래 묵어 오늘도 되새길 삶의 문리가 된다.
무엇보다 이 특별한 그림 책의 빼어난 재미는 손철주의 문장에 있다. 우리 시대 꼽히는 문체주의자이자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한 그의 문체는 감히 말하건대 이 책에서 절창을 뽐낸다. 나긋하고 느긋한, 때로는 질박하고 때로는 꼿꼿한 그의 글 무늬는 해박한 전거와 한시, 뜻을 얼추 짐작할 수 있어 평소 써먹어도 좋을 우리 고유어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짧은 글임에도 흥성하고 넉넉하게 읽힌다. 산문임에도 대단한 운율감, 한자말과 우리말을 적절히 활용한 절묘한 구어체, 과장되지 않고 적절한 영탄과 익살, 정보와 비평의 설득력 있는 어울림, 특히 중년 남성의 글쓰기라는 물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연령의 독자(특히 여성 독자층)와 공감대를 이루는 유연하고 농염한 감각은 득의의 경지를 보여준다. 문기와 물기가 두루 배인 문체가 어디 또 있는가. 가령 이런 문장을 보라.

양귀비꽃 피는 오월이다.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투정할 꽃이 양귀비다. 모란이 ‘후덕한 미색’이라면 양귀비는 ‘치명적인 매력’이다. 그 고혹적인 자태는 그러나 쉽게 보기 어렵다. 함부로 키우다간 경을 친다. 열매에서 나오는 아편 때문이다. 무릇 아름다운 것은 독이 있다.
현재 심사정이 그린 양귀비가 이쁜 짓 한다. 낭창낭창한 허리를 살짝 비틀며 선홍색 낯빛을 여봐란 듯이 들이민다. 아래쪽 봉오리는 숫보기마냥 혀를 스스럽게 빼물었다. 벌과 나비는 만개한 꽃을 점찍어 날아든다. 그들은 용케 알아차린다. 저 꽃송이의 춘정이 활활 달아올랐다. 날벌레와 꽃의 정분이 이토록 농염하다.
청춘남녀의 사랑인들 다르랴. 끌리고 홀리기는 마찬가지다. 김삿갓은 사랑의 인력을 두둔한다. ‘벌 나비가 청산을 넘을 때는 꽃을 피하기 어렵더라.’ 하여도 안타까움이 어찌 없을 손가. 꽃은 열흘 붉기 어렵고 지기 쉽다. 양귀비의 꽃말 또한 ‘덧없는 사랑’이다. 고려 문인 이규보가 한숨짓는다.

꽃 심을 때 필까 걱정하고
꽃 필 때 질까 맘 졸이네
피고 짐이 다 시름겨우니
꽃 심는 즐거움 알 수 없어라
-「꽃 심기」

나비는 꽃에서 꽃가루를 옮기고 벌은 꽃에서 꿀을 얻는다. 짧지만 황홀한 사랑이다. 사랑의 덧없음은 그저 인간사일 뿐, 독이 든 아름다움이기로서니 꽃을 탓하랴.
-「덧없거나 황홀하거나」편(본문 24쪽)

손철주의 깨끔하여 군더더기 없는 단문은 읽기에도 좋다. 특히 입말로 소리 내어 읽을 때 단아한 문체와 구성진 정서는 리듬을 타고 몸을 흔들게 만들고 흥을 더한다. 그래서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는 옛 책읽기처럼 ‘가락과 장단’의 독서로 이끈다. 집 안에 모셔두기보다는 가지고 다니며 읽기를 권한다. 보도자료 끝 쪽에 세세한 차례를 일부러 덧붙였다. 제목들만 소리 내어 읽어보아도 이 책의 멋을 미리 맛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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