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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김안나(Anna Kim, 1977~)
1977년 대한민국 대전에서 태어났고, 1979년 독일로 이주했다. 빈대학에서 철학 및 연극학을 전공했다. 1999년부터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2004년에 『그림의 흔적Die Bilderspur』으로 데뷔했고, 이후 『얼어붙은 시간Die gefrorene Zeit』(2008), 『밤의 해부학Anatomie einer Nacht』(2012) 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현재 독일어권 문학계가 주목하는 작가로 엘리아스 카네티 장학금, 로베르트 무질 장학금, 오스트리아 문학 국가 장학금 등을 받았다. 『밤의 해부학』으로 유럽 연합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어느 아이 이야기Geschichte eines Kindes』(2022)는 독일 도서상과 오스트리아 도서상 후보에 올랐다.

역자 : 최윤영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독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다와다 요코에 대한 논문을 썼으며, 연구서 『엑소포니, 다와다 요코의 글쓰기』를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 『한국 문화를 쓴다』, 『서양 문화를 쓴다』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문화와 문화학』, 『영혼 없는 작가』, 『눈 속의 에튀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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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전 유럽에서 주목하는 한국계 오스트리아 작가 김안나
최신작이자 대표작 국내 최초 출간

어느 혼혈 아이의 출생을 둘러싼 미스터리
“나는 가시성은 하나의 멍에라고 말했다.”

1950년대 미국의 한 소도시에서 아이가 태어난다. 미혼모인 어머니는 아이가 입양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그런데 곧 병원에서 문제를 발견한다. 어머니는 백인인데 아이가 흑인 혼혈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충격적인 스캔들을 접한 사회복지국은 탐문을 통해 아버지를 추적하고, 강제력이 부족하게 여겨지자 경찰까지 동원된다. 작은 도시는 아이에 관한 소문으로 들썩인다. 아버지는 누구이며, 왜 이 어머니는 입을 열지 않는가? 그러나 떠들기 좋은 여러 사건이 그렇듯, 이 사건 역시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시간이 지난 2013년, 그 도시의 대학에 초청받은 오스트리아 작가 프란치스카는 자취방을 구하다가 우연히 이 사건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시기에 흑인과 백인 혼혈로 살아가야 했던 한 아이의 삶은 프란치스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오스트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 역시 아시아인 같은 외모 때문에 오스트리아 사회에서 이방인처럼 성장했던 것이다. 프란치스카는 수십 년 전에 다 해결되지 못한 채 파묻힌 이 사건의 실마리를 쥐게 되면서 그 진상에 접근해 가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과거를 어쩔 수 없이 되돌아보게 된다. 주위 모든 사람과 다르게 생긴 외모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런 상황에 놓인 삶은 수많은 페널티를 극복해야 하는데, 그 극복은 삶에 어떠한 방식으로건 득을 가져다주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렇다면 어째서 인간의 삶은 이토록 불공평한가?

나를 틀 안에 넣은 사람은 내가 아닌 세상 모두인데
왜 그 삶을 책임지는 사람은 나여야 하는가?

인종 문제를 다루면서도 흔한 결론을 거부하는
김안나의 예리하고도 따뜻한 성찰

한국계 오스트리아 작가 김안나는 현재 독일어권을 넘어 서구 문학계의 주목을 받는 중이다. 이는 이민 2세 및 3세 작가가 쓴 작품들, 소수 인종의 소수자성을 바탕 삼은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중인 세계 문학계의 경향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아이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김안나 본인의 캐릭터를 반영한 작품 속 작가 프란치스카는 한국인이라는 소수 인종의 소수자성을 자기 개인의 정체성과 손쉽게 연결하지 않는다. 자기 안에 내재한 소수자성을 ‘재발견’하거나 그것과 ‘화해’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전통이나 혈연으로부터 자기 정체성의 뿌리를 발견한다는 복고적 사고를 거부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카는 자신이 오직 한 명의 개인으로 존재하기를 바라며, 그러기 위해 시각과 수치에 의존해 인간을 분류하려 드는 인류의 오래된 선입견을 파고든다.

이렇게 프란치스카가 평생 안고 살아 왔던 고민은 우연히 맡게 된 미결 사건을 통해 더욱 깊은 곳으로 향한다. 1950년대 미국과 오스트리아에서 인종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았는가를 추적하던 그녀는 역사 속 거의 모든 인류가 그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심지어 21세기에 들어서도 본질적으로는 변한 게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어느 아이 이야기』는 뛰어난 소설임을 증명한다. 이 작품은 차별받는 피해자가 역경을 극복하거나 아쉽게 실패한다는 단순한 구도를 피한다. 김안나는 자기 나름대로 최선의 방안을 떠올리고 선한 결심을 굳힌 인물들이 서로 다른 결론을 향하면서 뒤엉켜 버리는 모습을 선명히 그려 낸다. 특히 1950년대 독일에서 급성장한 ‘인류학적’ 지식을 동원해 혼혈 아이에게 가장 좋은 삶을 선사하려 애쓰는 선한 인물은 이 소설 속의 아이러니한 인물들 가운데 가장 강렬한 힘을 품고 있으며, 이러한 아이러니는 세상 모든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만들어진 편견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비극적인 고찰과 맞닿아 있다.

이 슬픈 숙명과 맞서기 위해 프란치스카는 자신을 포함한 여러 사람의 삶 속에 들어 있는 슬픔을 분석하고, 거기서 일종의 대안이라 할 만한 태도를 추출한다. 그렇다면 그 새로운 태도 혹은 그것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달리 말해 문학은 세계 앞에서 (여전히 혹은 드디어) 유효한가? 세상 모든 자전적 소설은 이 문제 앞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밖에 없는데(자전적 소설 속 세계는 그 바깥에 있는 진짜 세계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김안나의 결기 어린 모습은 특히 눈에 띈다. 그녀는 불필요한 기교나 현학적인 논리와 같은 우회로를 택하지 않고, 오직 전통적인 소설 형식 안에서 ‘소설이 어떻게 현실을 재현하는가’라는 문제와 정면으로 승부를 펼친다. 취약하고 결핍된 인간 세계를 재현하되 그 재현 방식에 있어서만큼은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으려는 작가의 기백이 이 소설을 지탱한다. 잔잔하고 쓸쓸한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어떤 (이상한) 반짝임 혹은 상쾌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책무를 온전히 수행한 ‘소설가’의 ‘소설’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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