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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주요 사건 연표
역자 해설 ― 세계의 위선에 저항하는 사랑
에밀리 브론테 연보
저자 소개
저자 : 에밀리 브론테 Emily Bronte
『제인 에어』를 쓴 언니 샬럿, 『애그니스 그레이』를 쓴 동생 앤과 함께 영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브론테 자매〉 중 한 명이다. 에밀리 브론테는 1818년 잉글랜드 북부에 위치한 요크셔 근교 손턴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1남 5녀 중 4녀로 태어났다. 1821년 어머니를 암으로 잃고 영국 국교회 신부인 아버지의 슬하에서 자라다 1824년 세 언니가 다니던 기숙 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열악한 학교 환경으로 인해 언니 둘이 결핵으로 사망하면서 반년 만에 자퇴하고, 그때부터 가정 내에서 아버지에게 직접 교육을 받는 한편, 스콧, 바이런, 셸리의 문학 작품을 읽으며 홀로 교양을 쌓는다. 성인이 된 후 잠시 샬럿이 교사로 있던 학교에 입학하기도 하고 외지에서 교사 생활을 하기도 하지만 모두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으며, 평생 대부분의 시간을 아버지의 사제관에서 살림을 돌보며 독학으로 공부한다. 1846년 샬럿, 앤과 함께 시집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를 성별이 모호한 필명으로 공동 출간하나 거의 판매되지 않는다. 다음 해인 1847년 샬럿의 『제인 에어』,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 앤의 『애그니스 그레이』가 차례로 출간된다. 언니의 『제인 에어』가 즉각적인 성공을 거둔 데 비해 『폭풍의 언덕』은 바로 주목받지 못하고 1848년 에밀리가 폐결핵으로 사망한 후 반세기가 지나서야 비로소 위대한 명작으로 인정받는다.
『폭풍의 언덕』은 잉글랜드 북부 황량한 들판을 배경으로 거칠고도 격렬한 영혼을 지닌 이들이 두 세대에 걸쳐 펼치는 사랑과 배신, 복수 그리고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허먼 멜빌의 『모비 딕』과 함께 영문학 3대 비극으로 꼽히며, 현대에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이야기로서 영화나 연극, 음악 등으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재해석되는 불후의 걸작이다.

역자 : 전승희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하버드 대학교에서 비교 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보스턴 칼리지의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쟁 트라우마와 기억, 탈식민주의, 탈자본주의, 탈인간 중심주의적 문학, 문학과 소수자, 번역과 비교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써왔으며 계간지 『아시아』와 아시아 출판사에서 나온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의 편집 위원으로 일했다. 우리말 번역서로 『오만과 편견』(공역),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설득』, 『환락의 집』,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수영장 도서관』, 『사소한 일』, 영어 번역서로 『김대중 자서전』, 『랍스터를 먹는 시간』, 『회복하는 인간』 등이 있다. 풀브라이트 기금, 국제 교류 재단 기금, 대산 재단 번역 기금 등을 수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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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인간 실존과 계급적 대립의 문제를 탐구한 영문학 3대 비극
2백 년 가까이 변주되고 재해석되고 있는 살아 숨 쉬는 고전

독자의 문학적 수준을 한 차원 높여 주는 정전. ― 해럴드 블룸

오랜 세월에 걸쳐 영문학사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영문학 3대 비극으로도 꼽히는 『폭풍의 언덕』이 영문학자 전승희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에밀리 브론테는 『제인 에어』의 샬럿 브론테, 『애그니스 그레이』의 앤 브론테와 함께 영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브론테 자매> 중 한 명이다. 에밀리 브론테는 학교를 거의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 문학과 어학을 공부하다 서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으며, 세상에 남긴 소설은 『폭풍의 언덕』 한 권이 유일하다. 이 작품은 황량한 잉글랜드 북부 들판을 배경으로 야성적이고 본능적인 인물들이 펼치는 사랑과 배신, 복수와 파멸에 대한 이야기로, 출간 당시에는 평단의 진지한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20세기 들어 재발견된 후로는 영문학 필독서 목록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며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야성적 아름다움과 대담한 형식미로 강렬한 충격을 주는 동시에 인간 실존과 계급적 대립의 문제를 깊게 탐구한 이 소설은 세상에 나온 지 2백 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영화와 연극, 음악 등으로 변주되고 재해석되면서 독자들을 전율케 하고 있다. 열린책들판은 시대적, 지리적 배경은 물론 작가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원전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맛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우리말로 옮겼다.

자신의 영혼에 충실하지 못하고 사랑을 배신한 죄
두 가문이 두 세대에 걸쳐 치르는 그 쓰라린 대가

매일같이 바람이 불어 나무들조차 곧게 자라지 못하고 비딱하게 서 있는 워더링 하이츠 저택. 이곳에서 자란 캐서린 언쇼는 황야를 닮은 영혼을 지닌 거칠고도 오만한 매력의 소유자다. 어느 날 아버지가 거리를 헤매고 있던 고아인 히스클리프를 데려오고, 캐서린은 자유롭고 열정적인 그를 또 다른 자기 자신처럼 여기며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둘이 언제나 함께였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면서, 캐서린은 히스클리프가 아닌 교양 있고 부유한 에드거 린턴과 결혼을 하기로 한다. 버림받은 히스클리프는 큰 상처를 받고 워더링 하이츠를 떠나지만 몇 년이 흘러 복수를 위해 다시 돌아오고, 그때부터 언쇼 가문과 린턴 가문에는 비극이 시작된다. 사랑과 증오는 닮은꼴일까. 히스클리프는 자신을 인간 취급하지 않고 학대한 언쇼 가문과 캐서린을 앗아 간 린턴 가문에 두 세대에 걸쳐 잔혹하고 비정하게 보복을 하지만, 캐서린을 향한 사랑과 집착만은 변하지 않고 뜨겁게 타오른다. 심지어 죽음을 넘어서까지 말이다.

여전히 편견과 차별로 가득한 사회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억압하지 않고, 자유롭기를

극단적이고 어찌 보면 반(反)도덕적이기까지 한 이 소설의 비극적인 서사가 어떻게 21세기에도 연구되고 재창조되며 여전히 커다란 감동을 줄 수 있는 걸까? 역자는 그 이유에 대해, 이 사회가 여전히 인종적, 계급적 편견이나 부와 권력에 기반한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일 거라고 설명한다. 비백인에 고아인 히스클리프는 힌들리로 대표되는 당대 사회로부터 아무런 죄도 없는 어린 시절 내내 인간다울 수 있는 권리를 부정당했으며, 자신의 생명처럼 느낄 정도로 뜨겁게 사랑한 캐서린에게도 재산과 신분을 이유로 배반을 당한다. 때문에 히스클리프는 완전히 망가진 채 언쇼 가문과 린턴 가문에 복수를 하며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캐서린 또한 자신의 영혼에 충실하지 못한 대가로 스스로 파멸에 이른다. 그들이 사회의 편견과 억압을 떠나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비극이다. 그때로부터 2백 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이러한 차별과 억압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캐서린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스스로 억압한 채 살아가고, 때로는 히스클리프처럼 자기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고통을 준다. 그럼에도 에밀리 브론테가 자녀 세대의 결합을 통해 회복의 결말을 보여 준 것은, 모두가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영혼 본연의 모습으로 살 날이 오기를 바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폭풍의 언덕』이 미래에 보내는 이 소망은 21세기의 우리가 이 소설을 읽고 또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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