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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부르며 그리며 짚어보며
지각
미아
이사
마름
아침 약
오월에는 잎이 오를 거라 했습니다 흰 것일지 푸른 것일지 알 수는 없지만 팔월이면 꽃도 필 거라 했습니다
앞으로 나란히
손금
초승과 초생
섬어
세상 끝 등대 5
소일
우리 없는 곳까지
장악

제2부묽어져야 합니다
은거
설령
공터
마음을 미음처럼
다시 공터
벽
소백
아래 흰빛
바람의 언덕
꿈속의 사랑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아껴 보는 풍경
밥상

제3부겨울을 지나는 수련처럼
낮달
연립
동네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397-1
능곡빌라 3
쪽
잔치
도화
수련
새로운 버릇
바닥

제4부일요일 일요일 밤에
눈
인사
일요일 일요일 밤에
낮의 말
밤의 말
만약에
상
블랙리스트
귀로
동강
가나다라
극
소인
오월
팔월

산문
생일과 기일이 너무 가깝다

해설|송종원
시인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박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실천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계절 산문』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편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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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조용하지만 강력한 울림,
애틋한 온기로 빚어낸 푸릇한 생명력

‘당신’을 향한 애정 어린 호명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독자들은 박준 시에 등장하는 ‘당신’에 특별한 친근감을 느껴왔는데, 이는 그 호명이 단순한 연애감정을 아득히 초월해 존재의 깊은 곳에 가닿기 때문이다. “하나의 답을 정한 것은 나였고/무수한 답을 아는 것은 당신이었다”(「귀로」)라는 구절에서 보듯이 시인의 ‘당신’은 “존재의 높은 이름”(해설, 송종원)이다. 늘 우리 곁에 있는 이들을 높임으로써 “시인을 배움으로 이끄는 것은 물론 사람 안의 하늘을 경험하게 해준다.”(해설) 이러한 자세 때문인지 이번 시집은 삶의 주변부와 외진 장소에 화자를 두는 일이 잦아졌다. 그곳에서 발견한 소박하지만 숭고한 사람들의 언어와 삶이 풍부하게 담겼다. 일상적이지만 품격 있는 이들의 말과 행동이, 박준이라는 필터를 거치며 진정성 있는 서정으로 거듭난다. “삶은 너머에 있지 않았고 노래가 되지 못한 것만이 내 몸에 남아 있습니다”(「공터」)라는 깨달음도 이 덕분에 반짝 빛난다.

박준의 시는 다소 과묵하다. 말을 많이 부려내어 정서를 장황하게 풀어내기보다는, 오히려 말을 삼키고 그 여백 속에 감정을 스며들게 하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소리 없이/입 모양으로만/따라 부르”(「초승과 초생」)듯이 최소한의 언어로 최대한의 울림을 전한다. 이는 시인이 일정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음을 끓입니다 한 솥 올립니다”라는 간단한 행위가 “나는 아직 네게 갈 수 없다 합니다”로 마무리되는 것처럼(「마음을 미음처럼」), 말하지 않은 것들이 말해진 것보다 더 크게 다가와 읽는 이로 하여금 상실의 무게와 그 안의 애잔한 온기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송종원은 이를 “혼잣말로 화하게 하는” 시인의 힘이라 평하며, 박준이 “철저한 없음”을 견디는 동시에 그 빈자리에서 피어나는 정서의 깊이를 독자와 공유한다고 보았다. 이 간결함은 단순한 절제가 아니라, 시인이 삶의 결락을 직시하고도 여전히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은 성숙한 태도를 지녔다는 증거다. 그래서 독자들은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까”(「손금」)라며 시의 화자가 텅 빈 손을 들여다보면서도, 다시 “네가 두고 간 말을 아직 가지고 있어”(「다시 공터」) 하고 중얼거리는 순간 저마다의 빈자리를 돌아보게 된다.

이번 시집은 상실을 감싸고 넘어서는 생명력 덕분에 더욱 특별하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 들이닥치는 것들”(「손금」) 앞에서도 “겨울을 지나는 수련처럼”(「수련」) 뿌리 깊은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이는 얕은 희망이나 허황된 회복의 기대와는 다르다. 상실로 텅 빈 자리에서도 “빛과 그늘과 바람과 비를 맞이하는 화분”(「오월에는 잎이 오를 거라 했습니다 (…)」처럼 고요히 존재하는 힘이다. 바로 이 힘이 상실의 경험을 깊숙이 응시하고, 그것을 삶의 일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법을 알려준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는 조용히 다가와 오래 머무는 언어들로 채워져 있다.”(추천사) 시집 군데군데에서 느껴지는 여백마저 독자들에게 더욱 풍요로운 감성을 제공한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울림으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낯선 길에서 누군가와 눈인사나 하고 싶어”(「생일과 기일이 너무 가깝다」)지는 마음이 뭉근하게 일어나게 한다. 이것이 많은 이들이 박준의 시를 아껴 읽는 이유일 것이다. 평소 시를 즐기지 않는 이들의 마음에도 시인은 자신의 이름을 올곧게 새겨왔다. 그의 시를 기다려온 모두가 이 한권에 담긴 깊은 숨결과 묵묵한 사랑에 다시금 마음이 젖을 것이다.

시인의 말

다음 길은 얼마나 멀까
벗들은 여전히 나를 견디어줄까
길섶 드리워진 그늘마다 다시 짙을까
눈도 한번 감지 못하고
담아두어야 하는 것들이
나를 너에게 데려다줄까
2025년 봄
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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