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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이희영
단편소설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로 2013년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페인트』로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같은 해 『너는 누구니』로 제1회 브릿G 로맨스스릴러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보통의 노을』 『나나』 『챌린지 블루』 『테스터』 『소금 아이』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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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간이 멈춘 방문 너머에 잠든 비밀
세상을 떠난 형의 ‘진짜’ 세계를 발견했다
“형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어?”

누군가에게는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할 고등학교 입학식이지만, 선우혁은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십이 년 전 세상을 떠난 형과 쌍둥이처럼 꼭 닮은 모습으로 같은 학교의 교복을 입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형에 대한 기억이 적은 만큼 슬픔이나 그리움보다 호기심이 커져 가던 선우혁은 학교 복도와 교실 곳곳에서 자연스레 같은 곳을 걸었을 형에 대해 생각한다. “형은 어떤 학생이었을까?”(61면)
그러던 중 우연히 예전에 유행했다는 메타버스 게임 ‘가우디’를 알게 된 선우혁은 형의 계정이 남아 있음을 발견하고 형의 아바타 JIN으로 가우디에 입장한다. 게임 속 가상 현실과 형이 만든 정원이 멀쩡히 유지되고 있는 사실에 놀라던 찰나, 그곳에서 주인 없는 정원을 지키고 있던 ‘곰솔’과 마주친다.
“오랜만이야?”(66면) 마치 몇 달 만에 만난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듯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거는 곰솔을 보고 당황한 선우혁은 급히 접속을 종료하고 자리를 벗어나는데……. 형을 사칭했다는 죄책감이 드는 한편으로 형의 정원, 그리고 곰솔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더 커져 간다. 아무도 없는 형의 가상 세계를 지키고 있던 곰솔은 누구일까? 형과는 대체 어떤 관계일까?

닿을 수 없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정원에서 만나

학교와 집에서 형의 흔적을 찾아가는 선우혁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이름 없는 누군가의 ‘너’를 향한 편지가 교차하며 소설은 한층 풍성해진다. 처음 학교에서 ‘너’의 목소리를 들은 날부터 함께했던 조별 활동, 그리고 이상한 소문이 퍼진 후 더욱 가까워지며 가우디에 둘만의 공간을 만들기까지. 긴 시간을 건너 전해지는 편지에는 첫사랑의 설렘과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다.
남들에게 쉽게 드러내지 못하고 소문에 가려져 있던 진심을 비밀 공간에서만큼은 진솔하게 터놓을 수 있었음이 편지를 통해 짐작된다.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은 “타인이 아닌 낯선 스스로를 만나는 시간”(121면)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없이 투명한 마음을 키워 갔던 이들의 시간을 엿보게 하는 편지는 작품에 특별한 아름다움을 더하며 선우혁이 파고드는 형의 비밀과 점점 겹치고, 형의 정원을 둘러싼 비밀을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그거 알아? 사실 여름귤도 되게 맛있다.”
비밀을 간직한 채 자라나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형이 남긴 정원의 비밀을 좇던 선우혁은 결국 부모님도, 형의 오랜 친구와 선생님도 가우디와 곰솔의 존재를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벽에 부딪힌 듯 답답한 상황에서 선우혁은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형은 어떤 사람이었어?”(153면) 그리고 돌아오는 답은 모두 다르다. 형은 “무던한 성격”의 친구였고, “조용하고 책임감 강한 학생”이었으며, “애교 많은 수다쟁이 아들”(203면)이었다. 이를 통해 선우혁은 깨닫는다. 마치 부조 조각처럼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상대만 알고 있다”(204면)는 사실을. 친구 도운의 말은 그런 점에서 형의 비밀을 더 넓은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비밀은 그림자 같은 게 아닐까? 세상에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잖아. (…) 그림자라고 해서 다 나쁜 것도 아니야. 어렸을 때 했던 그림자놀이를 떠올려 봐. 세상에 모든 비밀이 나쁘기만 하겠냐?” -본문 166면

스스로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가는 청소년기, 친구들 앞에서의 모습과 가족 사이에서의 모습,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의 모습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저마다 다른 얼굴이기에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이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는 세밀한 묘사를 통해 한 사람이 보여 주는 다양한 모습을 그 자체로 존중하며 받아들이게 한다. 사랑의 설렘과 아픔, 그리움과 애도 등 다채로운 빛깔로 성장하는 이의 마음을 환상적인 홀로그램처럼 아름답게 조명하는 값진 소설이다.

줄거리
선우혁에게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열세 살 터울의 형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 세상을 떠난 형의 학교에, 형과 똑 닮은 모습으로 입학하게 된 선우혁은 자신과 같은 길을 걸었을 형에 대해서 자꾸만 궁금해진다. 부모님이 집을 비운 어느 날 형의 방에 들어가 메타버스 속 형의 계정에 접속하고, 그곳에서 십 년 넘게 형의 공간을 관리하고 있던 유일한 공유 친구 ‘곰솔’을 마주친다. 그러나 마치 형이 죽은 사실을 모르는 듯 행동하는 곰솔에게 차마 자신이 형의 동생인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선우혁은 몰래 형을 사칭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한편으로, 곰솔이 누구인지, 형과 어떤 관계였는지 궁금증이 커져 간다. 몰래 형의 물건들을 살펴보기도 하고 형의 친구 수민, 형의 담임이었던 교감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형에 대해 물어보지만 저마다 기억하고 있는 형은 각기 다른 모습이다. 형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곰솔은 누구이고 형과는 어떤 관계였을까?

작가의 말
지금의 나와 십 년 후 나는 또 달라질 것이다. 모든 이들은 평생에 걸쳐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여 줄 수밖에 없다. 여러분의 다채로운 모습과 가능성에 부디 행운과 행복만 가득하시기를 기원한다.

추천사
소설을 읽으며, 나와 마음이 맞는 오랜 친구를 만난 것만 같았다. ‘열여덟, 고등학교 시절’은 먼 과거일 뿐이라고 외면한 채 살아가는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모르긴 몰라도-그동안 꽤 외로웠나 보다.
소설 속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내 모습이 마치 ‘가우디’(메타버스)에 접속한 소설 속 인물들 같았다.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라는 메타버스가 내게 안겨 준 오랜만의 설렘이었다. 이성 친구와 처음으로 함께하는 조별 활동?, 어쩌다 서툴게 내민 초콜릿, 다른 애들에게 들킬까 봐 둘이서 몰래 소곤거리고 낙서를 하는 도서관……. 그 학교 복도의 냄새가 책장 사이사이에 배어있다.
13살 터울의 죽은 형이 남긴 메타버스 속 공간은 더없이 신비롭다. 동생 혁이 그곳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한편으로는 추리소설을 읽듯 빠른 속도로 페이지를? 넘겼다. ‘곰솔은 누굴까.’
소설을 덮은 지금, 가슴 한 켠이 아직 아리다. 혹시 내 유년의 숲에서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가 어딘가 남아 있을 것만 같아서. 박경환(싱어송라이터)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문학에서 끊임없이 변주되어 온 테마다. 이제 그 이야기가 메타버스라는 공간과 음성 복원 AI 기술을 빌려 새롭게 탄생했다. 이미 사라진 존재가 정성을 다해 꾸몄던 가상 공간 가우디, 그 자리를 지키던 한 사람과 이제 막 그 공간에 도착한 또 다른 한 사람의 만남을 통해 가려졌던 진실이 소환된다. 두 사람의 기억은 때론 맞닿을 듯 스치고 종종 교묘히 어긋난다. 나란히 달리며 영영 만날 수 없을 것 같던 평행선이 마침내 소실점에서 합쳐지듯 이야기는 귤의 색깔과 향기를 빌려 서서히 밝혀지는데, 이때 작가가 선사하는 반전의 매력이 어김없이 발휘된다. 이희영 작품의 삼박자인 인물의 심리를 묘파한 문장, 반전의 서사, SF적 상상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두 인물이 부르는 하나의 노래는 떠난 이에게 보내는 애도이자 그리움을 간직한 채 사는 이들을 향한 응원이다. 떠난 사람을 추억하는 두 인물의 사연을 읽으며, 누이를 보낸 슬픔을 노래한 「제망매가」가 떠오른 까닭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마음들은 시대를 건너도 어딘지 몹시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오세란(문학평론가)

형을 빼닮은 나, 나의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형. 사람들이 기억하는 형의 흔적을 따라가며 다른 이의 진심을 헤아리고 마음을 나누는 다정한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선우혁. 선우혁이 전하는 귤 향기 가득한 상큼한 위로와 격려에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애쓰지 마요. 지금의 모습으로 당신이 좋으니까.”라며 여름의 귤을 건네고 싶다. 가슴 속 온점이 따뜻하게 반응한 이들이 서로에게 전하는 안부로 세상의 구석구석이 환해지길.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희영 작가가 마련한 새콤달콤한 답으로 마음이 따스해진다. 김미영(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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