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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유토피아로 다시 돌아가다 : 남국(南國) . 훠샤오좡(火燒莊) 13
1장 비탈. 도망과 잠행 : 새로운 사물들 27
2장 보살 고기 한 솥 43
3장 잃어버린 자전거 여덟 대 91
4장 앉은뱅이 의자와 세면대 141
5장 기억의 유지 : 마음에 새기기 155
6장 저우메이후이의 말 205
7장 민슝 귀신의 집 227
8장 밤의 신이 내려온다 259
후기 늙은 메이후이의 백일몽 283

작가의 말 291
추천의 글 297
옮긴이의 말 321

저자 소개
저자 : 장자샹
뮤지션이자 작가. 1993년생으로 소설 『밤의 신이 내려온다』의 무대인 타이완 자이(嘉義)현 민슝(民雄)에서 태어났다. 타이완 고유어인 타이완어로 노래하는 인디밴드 ‘좡커런(裝?人, 촌사람)’의 리더이다.
수많은 타이완 작가들을 배출한 국립 둥화대학교(東華大學) 타이완어 어문학과에 재학 중일 때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보면서 ‘음악이 문학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향토색이 진하고 음악으로 사회 운동을 해 온 ‘성샹 밴드(生祥樂隊)’의 공연을 본 후에 네 명의 친구들과 함께 밴드 좡커런을 결성했다. 밴드의 보컬, 작사 및 작곡을 맡은 그는 고향 자이 민슝 지역의 괴담 및 역사적 사건에 기초한 앨범 「야관순장(夜官巡場)」을 제작하고, 동명 소설을 창작하기 시작했다. 앨범은 2022년 타이완 최고 음악상인 금곡장(金曲?) 최우수 신인상 후보에 올랐고, 1년 후 그는 동명 소설인 『밤의 신이 내려온다』로 『귀신들의 땅』의 작가 천쓰홍이 수상한 대만 문학상인 금전상을 수상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타이완 문화부 청년 창작 지원 프로그램, 문화부 청년 예술 발전 지원 프로그램, 언어 우선(友善) 환경 지원 프로그램에 동시에 선정된, 현재 타이완 문단이 가장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인 그는 좡웨이 음성 작업실 대표이자 팟캐스트 프로그램 ‘타이완 음식점(台灣熱炒店)’의 진행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역자 : 김태성
서울에서 출생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타이완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문화연구소(漢聲文化硏究所)를 운영하면서 중국 문학 및 인문저작 번역과 문학 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문화번역 관련 사이트인 CCTSS 고문, 《인민문학》 한국어판 총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고전의 배후』, 『방관시대의 사람들』, 『마르케스의 서재에서』등 140여 권의 중국 도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2016년 중국 신문광전총국에서 수여하는 ‘중화도서특수공헌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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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역사의 뒤안길에 버려진 사람들이 온다
들판의 신, 밤의 신이 되어서 온다

공자는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을 실천했다고 한다. 공자 본인도, 그리고 그를 본받는 제자들과 군자들도 괴력난신, 즉 기괴하고, 초현실적이며, 흉흉한 사건과 귀신 혹은 온갖 신에 대한 이야기를 믿거나 입에 올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군자가 아닌 대부분의 민중들은 이야기를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귀신과 신이 등장하는 괴력난신의 이야기에 열광했다. 이는 ‘8백만 신의 나라’라고 불리며 유교의 영향이 일상에서 미치는 영향이 덜했던 일본을 포함하여 동아시아 전체가 공유하는 정서로, 귀신 이야기를 금기시하면서도 무엇보다 이에 빠져 드는 마음가짐이다.

동아시아에서 귀(鬼)와 신(神)은 같은 것의 양면과 같다. 죽은 자가 ‘귀’가 되고, 그가 잘 대접을 받으면 ‘신’이 된다. 특히나 타이완은 귀와 신의 경계가 한국처럼 분명히 나뉘지 않고, 각종 절기에 온갖 신령을 모시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다.

타이완 시골 자이현 민슝 지역. 이곳에서 태어난 소년은 늘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갑갑한 집을 떠나고, 망고 나무 그늘이 드리운 고향을 멀리 떠나고만 싶어서. 그의 친구인 소녀 저우메이후이는 귀신과 신을 보는 영안(靈眼)을 지닌 ‘야관불조’의 화신이다. 소녀는 제 아버지가 목매달아 죽은 천장의 선풍기 소리를 듣고, 소년은 마을 곳곳에서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로 이 세상 존재가 아닌 것들과 마주친다.

낮에는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정신(正神)이 다스리지만, 밤이 되면 들판의 신, 밤의 신인 야신(夜神)이 억울한 사연을 안고 죽은 초라한 귀신들을 데리고 행차하는 이곳. 이제 피와 눈물로 얼룩진 역사의 이면이 괴력난신(怪力亂神)의 힘으로 되살아난다.

타이완 시골 들판에서 펼쳐지는
초현실과 마술적 리얼리즘의 향연

『밤의 신이 내려온다』는 타이완 남부 지역의 작은 산촌에서 나고 자란 작가인 ‘나’가 고향과 가정의 갑갑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다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땅으로 가게 된 ‘떠남’의 기억과 고향을 그리워하며 정신적인 귀환을 실현하는 ‘돌아옴’의 기억, 그리고 과정을 자전적 형태로 서술한 소설이다.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유년의 기억과 그때의 심리가 타이완 고유의 불가와 도가, 토착 민간 신앙이 결합된 신화 혹은 귀신 이야기에 투영되어 전개되며, 허구적 요소가 비교적 적은데도 마치 마르케스의 ‘마술적 리얼리즘’처럼 특수한 형태의 판타지를 구성한다. 기본적으로는 스스로 타자화한 작가 개인의 삶의 기록이라는 사실선, 그리고 작가의 삶을 둘러싼 무수한 귀신들의 이야기와 이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탐구와 서술이라는 판타지선이 날줄과 씨줄로 텍스트 전체를 구성하면서 독특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장자샹은 유년의 기억을 지역 야사와 민간 신앙, 역사적 사실과 정치적 사건 등과 결합시켜 신선하고 담백한 수사로 재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판타지와 리얼리티라는 양극의 속성을 동시에 극대화시킨 타이완 시골 들판 기담이라고 할 수 있다.

피 맺힌 역사의 주인공들이
신이 되어 돌아오다

장자샹이 앨범 「야관순장」과 소설 『밤의 신이 내려온다』를 발표하자 타이완의 음악계와 문단은 동시에 들썩였다. 이 젊은 예술가는 장제스, 장징궈 부자가 통치하던 시기에는 사용이 아예 금지되었던 타이완 고유어인 타이완어로 유년 시절의 경험과 고향을 떠나 이방인이 된 자의 행로를 그려 냈다. 타이완어는 중국 남부 지방의 방언인 민남어와 네덜란드어, 타이완 원주민어 등이 혼합된 복합적인 언어로, 현재 타이완에서는 공용어로는 표준 중국어(관화 혹은 만다린)를 사용하고 있지만, 타이완어의 사용도 이제 점차 다시 활성화되어 가는 추세다.

그는 창작을 시작하기 전에는 많은 타이완 젊은이들이 그러하듯 타이완어를 잘 구사하지 못했고, 음악 작곡과 연주 역시 거의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수단으로 타이완어로 쓰고 노래하는 음악과 문학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 같은 움직임에 현재 타이완 문단과 음악계에서 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동참하고자 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평론가들과 동료 문인들의 격찬을 자아 낸 것은 장자샹이 타이완의 피 어린 역사를 소환해 온갖 괴력난신의 이야기 속에 풀어놓았다는 점이다. 『밤의 신이 내려온다』의 숨겨진 역사적 배경에는 1947년에 벌어진 2·28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의 제주 4·3 사건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거장 영화감독 허우샤오셴이 걸작 영화 「비정성시」를 통해 담아낸 이야기가 바로 이 사건이다.

국공내전에서 패하여 타이완으로 도주해 온 장제스의 국민당 세력은 표준 중국어인 관화의 사용을 강요하고, 억압적이며 잔혹한 반공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1947년 2월 27일, 정부의 전매품인 담배를 사적으로 팔던 한 여성 행상이 단속반에게 심하게 폭행을 당해 결국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 같은 단속과 억압에 진저리를 치던 타이페이 시민들은 항의에 나섰고, 곧 타이완 전역으로 이 물결이 퍼져나갔다.

‘본성인’인 타이완 시민들과 ‘외성인’인 국민당 정부군은 사실상 서로 언어조차 통하지 않았고, 내전에 가까운 충돌은 결국 2만 8천 명가량으로 추측되는 타이완인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막이 내렸다. 이 비극적인 사건 이후, 타이완에는 1959년부터 1987년까지 무려 28년 동안 계엄이 실시되었고, 수시로 백색 테러가 일어나 많은 이들이 투옥되거나 사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타이완 예술가들이 오랫동안 금지되었던 타이완어로 창작을 하고, 2·28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한국이 4·3 사건과 광주를 이야기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장자샹은 소설과 음악을 통해 2·28의 희생자 중 한 사람인 루빙친의 이야기와, 그 사건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후가 어땠는지를 사실과 허구로 엮어 우리에게 들려준다.

공적인 역사와 문서의 언어는 정서와 상처를 담지 않는다. 귀신과 신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중은 세계 어디에서나 환상과 공포, 슬픔이 어린 이야기들을 통해 옛 상처를 회복하고 오늘을 살아간다. 문학이 갖는 힘이 바로 이런 것임을 젊은 작가 장자샹은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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