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깬다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서동찬
1984년에 태어났다. 2013년 『새장 속의 새들』로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우수상을, 2015년 『범인, 그들은 모른다』로 대한민국전자출판대상 작가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2023년 『특별한 호두』로 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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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지금이 아니면,
이 시합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요.”
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서동찬의
경쾌하고 묵직한 스포츠 성장 소설

『특별한 호두』로 “청소년문학의 새로운 디딤돌이 되어 줄 반짝이는 시선”이라는 평을 받으며 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서동찬의 신작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4권 『깬다』가 출간되었다. 『특별한 호두』가 “누구나 특별하다고 볼 만한 상황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풀어가”는 소설이었다면, 이번 작품 『깬다』는 보다 단호해진 제목만큼 자신만의 영역이 확고한 주인공이 등장해 자신의 내면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타인과 교류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고등학교 1학년 ‘송하준’. 대놓고 “나는 인간이 싫다”고 일갈하는 하준의 소원은 ‘누구도 나를 건드리지 않는 것’ ‘나를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자 동생만 신경 쓰던 부모님이 하준의 무뚝뚝한 태도와 성적에 갑자기 잔소리를 하며 간섭하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학교에서는 앞자리에 앉은 반장 양희윤이 하준에게 관심을 보이며 자꾸 말을 걸고, 껄렁대는 지훈이 하준이 “나댄다”며 툭하면 시비를 건다.

“왜 시비야?”
“시비? 상황 파악이 안 되냐? 씨발, 누가 먼저 재수 없게 굴었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렇게 묻자 조금 전까지 주절주절 헛소리를 잘도 하던 놈이 갑자기 입을 다물고 날 노려본다. 적어도 자기들이 막무가내라는 걸 알긴 아나 보다.
“너, 학교 다니기 싫냐?”
내 쪽으로 한 발짝 다가오는 놈을 보며 거리를 쟀다. 두 걸음만 더 가까워지면 저 턱에 간단히 주먹을 꽂아 넣을 수 있다.
_본문 중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지겨움이 커져만 가던 하준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중학생 때부터 해오던 복싱에 더욱 집중한다. 하지만 복싱을 하는 이유 또한 남들이 운동을 하는 자신에게 멋대로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었기 때문에, 타인과 붙어야 하는 스파링은 절대로 시도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체육관의 제1 유망주인 아마추어 복싱 선수 다원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게 된 하준은 체육관 관장님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다원과 스파링을 하게 된다. 평소 다원의 실력에 대해 많이 듣긴 했지만 함께 운동해 본 건 처음이었기에, 하준은 뜻 모를 설렘을 느낀다. 게다가 다원은 타인에게 항상 친절하고 언제나 여유 있으며, 먼 미래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이었다. 하준은 그런 다원을 신기해하고, 궁금해한다.
그 후 하준은 다원의 생활 체육 복싱 대회에 관장님 대신 동행하게 된다. 그런데 시합을 하던 중, 다원이 상대의 팔꿈치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고 만다. 그 광경을 목격한 때부터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했던 하준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한다.

“다운!”
“아!”
저절로 탄식이 나왔다. 다원의 상태를 살피던 심판이 카운트를 세지도 않고 다급하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곤 갑자기 크게 소리를 쳤다.
“닥터! 닥터!”
_본문 중

“이기고 올게요.”
두려움을 딛고 도전할 힘,
그 작은 계기를 선사해 줄 매력적인 스토리

『깬다』의 결말과 그 직전 에피소드는 언뜻 보기에 요즘 선호하는 ‘꽉 닫힌 해피엔딩’ 같지 않다. 하준이 진심으로 원하는 끝이 있는 일들은 반전처럼 하준의 생각과 결과가 반대로 나오거나 가장 중요한 그 끝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준은 분해하고 아쉬워하면서도, 마지막에는 결국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자신이 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해온 ‘노력’과 그 과정에서 낸 ‘용기’라는 보석이 마음을 다정하게 토닥여주어서다. 그 덕분에 겉으로는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준의 내면 세계는 조금씩 넓어져 간다.
하준 자신과 그런 하준을 응원하던 우리가 바라던 이야기의 마무리와 사뭇 다른 이러한 전개 방식은 역으로 우리에게 하준의 심적 성장 과정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을 읽은 후 단순히 “좋았다”를 넘어 “울림이 있다”는 감상이 나오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판정을 위해 링 가운데로 갔다. 1라운드는 완전히 내어 준 것 같지만, 2라운드와 3라운드는 내가 훨씬 잘하지 않았을까.
“레드 승!”
분명 승이라는 말이 들렸는데, 내 팔이 올라가지 않았다.
“…………어?”
나도 모르게 심판을 쳐다봤다. 상대가 내게 악수를 청해 와 악수를 하고도 링 위에 가만히 서 있었다.
_본문 중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복싱’에 담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 또한 이 작품이 주는 묘미 중 하나다. 소설 초반의 하준에게 있어 복싱은 타인과 자신 사이에 견고한 벽을 세워놓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그래서 큰 흥미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면서 기계처럼 매일 체육관에 출석 도장을 찍고 누구보다 열심히 복싱을 한다. 그럴수록 벽이 자라나 하준이 하준 자신 안에 더욱 깊이 숨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계기로 다원과 대화의 물꼬가 트인 하준은 얼떨결에 다원이 출전하는 시합까지 따라가게 된다. 그 후 복싱은 ‘인간 싫어 인간’ 하준과 ‘인간 좋아 인간’ 다원을 잇는 유일한 연결고리이자 이제는 롤모델이 된 다원의 열정을 하준이 대신 표출하는 출구로 재탄생한다.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차단하는 벽을 만들던 도구가 거꾸로 그 벽을 깨뜨리는 역할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청소년들은 소설의 제목이 왜 ‘깬다’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내가 깨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러려면 어떤 것을 지금까지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앞발, 뒷발. 계속 스텝에만 집중했다. 주먹을 뻗지 않아도 상대가 긴장하는 게 느껴졌고, 상대의 움직임이 점점 잘 보이기 시작했다. 주먹을 뻗으며 ‘이렇게 반응하겠지’ 예상하면 상대는 정확히 내 예상대로 움직였다.
조금씩 재밌다는 생각이 들 때쯤 공이 울렸다. 아쉬웠다. 이대로 라운드가 이어지면 좋을 텐데.
_본문 중

앞에서 이야기했듯, 『깬다』는 작가의 전작인 『특별한 호두』와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서동찬 작가가 그려내는 이야기가 그만큼 치밀한 관찰과 섬세한 관점으로 만들어진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소설을 통해 그가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별한 호두』의 주인공 ‘호두’와 『깬다』의 주인공 하준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나 다르다.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과 세계의 모습 또한 안티테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반대의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이 두 소설을 비교해가며 읽고 나는 호두와 하준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생각해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를 가져다줄 수 있겠다.
이렇듯 분위기는 상반되어 있지만, 서동찬 작가가 조용히 내미는 이야기의 밑바탕에는 모든 청소년의 면모를 보듬고자 하는 작가의 넓고 포근한 마음이 깔려 있다. 특히 『깬다』는 한 사람을 위해 함께 고민하며 이타적인 마음으로 서로의 성장을 돕는 인물들이 등장해, 작가가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의 모습을 엿볼 수도 있다.
이 소설은 청소년들이 사춘기를 지나며 더욱 견고해져 가던 마음의 벽을 ‘깨고’ 다른 이들과 발맞춰 내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떼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러니 종종 마음이 울컥하면서도 자꾸만 어딘가 불안해 뒤를 돌아보고 있다면, 하준과 함께 용기를 내어 그 감정을 깨고 다시 한번 일어서 보자. 우리의 성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여름에 구 대회에 나갈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얼른 일어나요. 같이 훈련하고, 시합도 같이 나가요.”
(……)
“구 대회는 일반부도 있으니까 저랑 같이 우승하고 와요. 이번엔 형이랑 시합 준비 해 보고 싶어요. 스파링도 하고, 러닝도 같이 뛰고.”
_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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