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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서평]
누드모델, 기자, 글쓰기 교사...
그리고 결국, 연재노동자!

매일 구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파격의 이메일 연재 <일간 이슬아>
SNS 세계의 셰에라자드 이슬아 작가의 그림에세이

“복희는 알려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에 지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신문과 잡지 하나 정기구독하는 이가 드문 젊은층 사이에서 최근 폭발적인 화제를 모은 ‘일간지’가 있다. 매체명 <일간 이슬아>.
아무도 청탁하지도, 플랫폼을 활짝 열어주지도 않았지만, 한 20대 작가가 ‘이 글을 써서 2500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갚아보겠다’며 매일 한 편의 수필을 구독자의 이메일로 전송해주는 셀프 연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한 달 만 원, 글 한 편에 500원. 거리의 붕어빵이나 오뎅만큼 저렴하지만, 하루하루 고단한 이들의 마음을 데워주는 이야기들이 메일함에 쌓였다. ‘이 언니, 패기 쩐다!’ ‘출퇴근길엔 일간 이슬아’ 등의 놀람과 감탄이 SNS상에서 술렁였고,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는 6개월간 성황리에 이어졌다.
<일간 이슬아>의 발행인 ‘인간 이슬아’는 어떤 사람일까? 누군가에게 반드시 선택받거나 청탁받지 않아도 스스로 판을 만들어 작가로 살아갈 수 있음을 입증한 이 사람은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매일 구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파격의 이메일 연재 <일간 이슬아>의 이슬아 작가의 그림에세이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인간 이슬아’의 작은 자서이자 그와 눈물샘과 삶이 연결된 복희라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60년대생 여자와,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 대학을 다녀야 했던 90년대생 여자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노동하고 삶을 견디고 우정을 나누는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누드모델, 기자, 만화가, 글쓰기 교사 등의 직업을 거쳐 마침내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박힌 책을 안고 다가온 작가, 이슬아. 연필로 슥슥 그린 듯한 만화와 함께 자신의 평범하고도 비범한 가족사를 담담한 문장으로 묘사한 이슬아 작가의 필력이 어우러진 이 책은, 지금 우리 시대 새로운 유형의 작가가 탄생하고 있음을 예고한다.

전화기 너머로 엄마 목소리를 듣자 엄마가 덮고 있을 이불이 생각났다. 그 이불에 묻은 커피 자국도 생각났고, 엄마의 배꼽 아래에 생긴 주름들이랑 엄마 발가락에 난 얇은 털도 생각났다. 그리고 엄마를 앓게 만들었을 일들을 생각했다. 그런 걸 생각할 때마다 나는 꼭 돈이 아주 많아지고 싶었다.
내가 돈이 많아지면 엄마에게 가장 주고 싶은 것은 시간이었다.
일을 멈춰도 되는 시간을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7~208쪽)

태어나보니 가난이 디폴트!
숭고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은, 두 여성의 돈벌이 역사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우리의 엄마들은 왜 이다지도 비슷한 역사를 지닌 것일까. 공부하고 싶었고 그만한 재능이 있었지만, ‘가난이 디폴트 상태’인 집안에 태어난 60년대생 복희는 합격증을 받고도 대학 등록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자, 다락에 올라가 운다. 그리고 3일 뒤 부은 눈으로 양푼비빔밥을 한가득 비벼먹고 돈벌이 전선에 나선다. 복희는 수많은 직업을 전전한다. 이 사회가 아무런 배경도, 권력도 없고 학력조차 변변치 않은 여성에게 허락하는 돈벌이의 영역이란 비좁고 험하다. 부품 공장 경리, 식당 주방일과 서빙, 보험회사 직원, 소매점 카운터…… 복희는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면서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결혼하고 마침내 자신의 아이를 낳는다. 복희의 딸 슬아는 때론 귀엽고 때론 감동적인 엄마 복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유년기를 보낸다.
복희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슬픈 순간을 슬아에게 대물림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에까지 가서 일자리를 구하는 분투 끝에 복희는 어린 슬아의 삶을 지켜내고, 슬아는 무사히 성장해서 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스스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각종 알바를 전전하던 슬아는 자꾸만 ‘시간’을 잃어간다.
‘돈이 없는 것보다 불행한 것은 시간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딸 슬아가 선택한 아르바이트는 시간 대비 고수익이 가능한 ‘누드모델’. 이 사실을 엄마 복희에게 말할까 말까 망설이던 슬아는 엄마에게 담담하게 자신이 하려는 누드모델 일에 대해 털어놓고, 엄마 복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슬아에게 놀라운 선물을 건네는데……
구제 옷을 파는 엄마가 남들 앞에서 옷을 벗는 일로 돈을 벌겠다는 딸에게 준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복희가 준 선물들, 복희와 나눈 모든 순간과 대화로 인해 슬아는 씩씩하게 돈을 벌고 읽고 쓰고, 계속해서 살아간다. 시급 4천 원짜리 서빙 알바를 하다가 시급 3만 원의 누드모델 일을 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슬아가 겪은 일들에 대한 묘사는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대목 중 하나다. 백화점 문화센터 누드모델 일을 하면서 아주머니들의 수다와 그녀의 ‘궁둥이’에 감탄하는 강사를 견딘 뒤, 슬아는 백화점 화장실에서 조금 운다. 그리고 마치 그 언젠가의 복희처럼, 눈물을 닦고 백화점 푸드코트에 내려가 열심히 밥을 먹는다.

온몸이 못 견디게 뻐근해질 즈음. 타이머가 울립니다. 드디어 네 시간짜리 일이 끝났습니다. 진이 빠집니다. 저는 무대에서 인사한 뒤 탈의실로 가서 옷을 입습니다. 탈의실이 무척 싸늘하다는 걸 이제야 실감합니다.
강의실을 빠져나오자 일하느라 잠시 구겨놨던 민망함과 서러움이 슬쩍 고개를 듭니다. 변덕스러운 저는 백화점 화장실로 가서 잠깐 눈물을 훔칩니다. 넓고 쾌적한 백화점 화장실에서는 울 맛이 나니까요. 더러운 화장실이라면 절대 안 울었을 것입니다. 아까 무대 위에서 모른 척하며 잠시 곱게 접어놓았던 느낌들을 다시 쫙쫙 펴서 곱씹습니다. 골반뼈의 통증과 어깨와 무릎의 뻐근함과 톡톡 튀는 다리 저림과 으스스한 추위와 중간에 지루한 듯 붓을 내려놓던 아줌마의 표정과 강사가 내 엉덩이보고 궁둥이라고 말할 때의 입모양 같은 것들을 떠올리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립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져서 조금 더 웁니다.
이제 대충 다 울었습니다. 울고 나니 서러울 거 하나 없습니다. 오늘 번 돈만으로도 이번 달 전기세와 도시가스비와 인터넷 요금을 내고도 남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점잖아집니다. (…)
“돈 때문에 누드모델이 돼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 때문에 누드모델이 돼요. 시간을 버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 상인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은 빌딩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자동차를 가진 사람도 아닌, 시간을 가진 상인이라고 믿는 우리. 시급 3만 원짜리 모델들. 비참한 마음 없이 벗은 몸을 팔 수 있는 상인들. (227~232쪽)

엄마 복희는 딸 슬아의 인생에 그 어떤 간섭도, 거짓말도, 잔소리도, 허황된 희망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삶을 씩씩하게 견디고 살아내는 딸에게 ‘나는 그저 영원한 짝사랑을 하고 있어’라고 애틋한 말을 속삭여줄 뿐이다.
사람마다 나를 영원히 짝사랑하는 엄마가 등뒤에 있다는 것은 인생의 빛나는 축복이자 아련한 슬픔이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문득 나의 유년기와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해내야 했던 일들, 그리고 그런 내 등 뒤에 조용히 서 있는 엄마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 장면. 오토바이를 타고 책장 밖 거친 세상을 향해 달려나가는 듯한 슬아의 뒤에 복희가 올라타 있다. 복희는 슬아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있다. 책장 밖에서 여전히 만만치 않은 삶을 이어갈 두 모녀의 삶을 독자들은 가만히 응원하게 될 것이다.
숭고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은 돈벌이를 이어오며 이 삶을 살아낸 나의 엄마와 우리 각자의 삶도.

태어나보니 제일 가까이에 복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몹시 너그럽고 다정하여서 나는 유년기 내내 실컷 웃고 울었다.
복희와의 시간은 내가 가장 오래 속해본 관계다. 이 사람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왔다. 대화의 교본이 되어준 복희.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되었다. 엄마와 딸, 서로가 서로를 고를 수 없었던 인연 속에서 어떤 슬픔과 재미가 있었는지 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우정.
나를 씩씩하게 만든 이야기니까 누군가에게도 힘이 된다면 좋겠다.
_작가의 말에서
저자 소개
지은이 : 이슬아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글을 쓰고 만화를 그린다. 누드모델, 잡지사 기자, 글쓰기 교사 등으로 일했다. 2013년 데뷔 후 연재 노동자가 되었다. 여러 매체에 글과 만화를 기고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늘 어떤 플랫폼으로부터 청탁을 받아야만 독자를 만날 수 있었던 이슬아는 어느 날부터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연재를 시작했다.

2018년 2월 시작한 시리즈의 제목은 <일간 이슬아>. 하루에 한 편씩 이슬아가 쓴 글을 메일로 독자에게 직접 전송하는 셀프 연재 프로젝트다. 그는 자신의 글을 읽어줄 구독자를 SNS로 모집했다. 한 달 치 구독료인 만 원을 내면 월화수목금요일 동안 매일 그의 수필이 독자의 메일함에 도착한다. 주말에는 연재를 쉰다. 한 달에 스무 편의 글이니 한 편에 오백 원인 셈이다.

학자금 대출 이천오백만 원을 갚아나가기 위해 기획한 이 셀프 연재는 6개월간 절찬리에 진행되었다. 어떠한 플랫폼도 거치지 않고 작가가 독자에게 글을 직거래하는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이슬아는 독립적으로 작가 생활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반년간 연재를 지속한 뒤 그 글들을 모은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같은 해 10월에 독립출판했다. 매일 달리기를 하고 물구나무를 선다.

인스타그램 @sullalee
페이스북 @leesu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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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누드모델, 기자, 글쓰기 교사...
그리고 결국, 연재노동자!

매일 구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파격의 이메일 연재 <일간 이슬아>
SNS 세계의 셰에라자드 이슬아 작가의 그림에세이

“복희는 알려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에 지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신문과 잡지 하나 정기구독하는 이가 드문 젊은층 사이에서 최근 폭발적인 화제를 모은 ‘일간지’가 있다. 매체명 <일간 이슬아>.
아무도 청탁하지도, 플랫폼을 활짝 열어주지도 않았지만, 한 20대 작가가 ‘이 글을 써서 2500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갚아보겠다’며 매일 한 편의 수필을 구독자의 이메일로 전송해주는 셀프 연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한 달 만 원, 글 한 편에 500원. 거리의 붕어빵이나 오뎅만큼 저렴하지만, 하루하루 고단한 이들의 마음을 데워주는 이야기들이 메일함에 쌓였다. ‘이 언니, 패기 쩐다!’ ‘출퇴근길엔 일간 이슬아’ 등의 놀람과 감탄이 SNS상에서 술렁였고, <일간 이슬아> 프로젝트는 6개월간 성황리에 이어졌다.
<일간 이슬아>의 발행인 ‘인간 이슬아’는 어떤 사람일까? 누군가에게 반드시 선택받거나 청탁받지 않아도 스스로 판을 만들어 작가로 살아갈 수 있음을 입증한 이 사람은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매일 구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파격의 이메일 연재 <일간 이슬아>의 이슬아 작가의 그림에세이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인간 이슬아’의 작은 자서이자 그와 눈물샘과 삶이 연결된 복희라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60년대생 여자와,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 대학을 다녀야 했던 90년대생 여자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노동하고 삶을 견디고 우정을 나누는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누드모델, 기자, 만화가, 글쓰기 교사 등의 직업을 거쳐 마침내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박힌 책을 안고 다가온 작가, 이슬아. 연필로 슥슥 그린 듯한 만화와 함께 자신의 평범하고도 비범한 가족사를 담담한 문장으로 묘사한 이슬아 작가의 필력이 어우러진 이 책은, 지금 우리 시대 새로운 유형의 작가가 탄생하고 있음을 예고한다.

전화기 너머로 엄마 목소리를 듣자 엄마가 덮고 있을 이불이 생각났다. 그 이불에 묻은 커피 자국도 생각났고, 엄마의 배꼽 아래에 생긴 주름들이랑 엄마 발가락에 난 얇은 털도 생각났다. 그리고 엄마를 앓게 만들었을 일들을 생각했다. 그런 걸 생각할 때마다 나는 꼭 돈이 아주 많아지고 싶었다.
내가 돈이 많아지면 엄마에게 가장 주고 싶은 것은 시간이었다.
일을 멈춰도 되는 시간을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7~208쪽)

태어나보니 가난이 디폴트!
숭고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은, 두 여성의 돈벌이 역사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우리의 엄마들은 왜 이다지도 비슷한 역사를 지닌 것일까. 공부하고 싶었고 그만한 재능이 있었지만, ‘가난이 디폴트 상태’인 집안에 태어난 60년대생 복희는 합격증을 받고도 대학 등록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자, 다락에 올라가 운다. 그리고 3일 뒤 부은 눈으로 양푼비빔밥을 한가득 비벼먹고 돈벌이 전선에 나선다. 복희는 수많은 직업을 전전한다. 이 사회가 아무런 배경도, 권력도 없고 학력조차 변변치 않은 여성에게 허락하는 돈벌이의 영역이란 비좁고 험하다. 부품 공장 경리, 식당 주방일과 서빙, 보험회사 직원, 소매점 카운터…… 복희는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면서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결혼하고 마침내 자신의 아이를 낳는다. 복희의 딸 슬아는 때론 귀엽고 때론 감동적인 엄마 복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유년기를 보낸다.
복희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슬픈 순간을 슬아에게 대물림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에까지 가서 일자리를 구하는 분투 끝에 복희는 어린 슬아의 삶을 지켜내고, 슬아는 무사히 성장해서 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스스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각종 알바를 전전하던 슬아는 자꾸만 ‘시간’을 잃어간다.
‘돈이 없는 것보다 불행한 것은 시간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딸 슬아가 선택한 아르바이트는 시간 대비 고수익이 가능한 ‘누드모델’. 이 사실을 엄마 복희에게 말할까 말까 망설이던 슬아는 엄마에게 담담하게 자신이 하려는 누드모델 일에 대해 털어놓고, 엄마 복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슬아에게 놀라운 선물을 건네는데……
구제 옷을 파는 엄마가 남들 앞에서 옷을 벗는 일로 돈을 벌겠다는 딸에게 준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복희가 준 선물들, 복희와 나눈 모든 순간과 대화로 인해 슬아는 씩씩하게 돈을 벌고 읽고 쓰고, 계속해서 살아간다. 시급 4천 원짜리 서빙 알바를 하다가 시급 3만 원의 누드모델 일을 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슬아가 겪은 일들에 대한 묘사는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대목 중 하나다. 백화점 문화센터 누드모델 일을 하면서 아주머니들의 수다와 그녀의 ‘궁둥이’에 감탄하는 강사를 견딘 뒤, 슬아는 백화점 화장실에서 조금 운다. 그리고 마치 그 언젠가의 복희처럼, 눈물을 닦고 백화점 푸드코트에 내려가 열심히 밥을 먹는다.

온몸이 못 견디게 뻐근해질 즈음. 타이머가 울립니다. 드디어 네 시간짜리 일이 끝났습니다. 진이 빠집니다. 저는 무대에서 인사한 뒤 탈의실로 가서 옷을 입습니다. 탈의실이 무척 싸늘하다는 걸 이제야 실감합니다.
강의실을 빠져나오자 일하느라 잠시 구겨놨던 민망함과 서러움이 슬쩍 고개를 듭니다. 변덕스러운 저는 백화점 화장실로 가서 잠깐 눈물을 훔칩니다. 넓고 쾌적한 백화점 화장실에서는 울 맛이 나니까요. 더러운 화장실이라면 절대 안 울었을 것입니다. 아까 무대 위에서 모른 척하며 잠시 곱게 접어놓았던 느낌들을 다시 쫙쫙 펴서 곱씹습니다. 골반뼈의 통증과 어깨와 무릎의 뻐근함과 톡톡 튀는 다리 저림과 으스스한 추위와 중간에 지루한 듯 붓을 내려놓던 아줌마의 표정과 강사가 내 엉덩이보고 궁둥이라고 말할 때의 입모양 같은 것들을 떠올리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립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져서 조금 더 웁니다.
이제 대충 다 울었습니다. 울고 나니 서러울 거 하나 없습니다. 오늘 번 돈만으로도 이번 달 전기세와 도시가스비와 인터넷 요금을 내고도 남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점잖아집니다. (…)
“돈 때문에 누드모델이 돼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 때문에 누드모델이 돼요. 시간을 버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 상인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은 빌딩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자동차를 가진 사람도 아닌, 시간을 가진 상인이라고 믿는 우리. 시급 3만 원짜리 모델들. 비참한 마음 없이 벗은 몸을 팔 수 있는 상인들. (227~232쪽)

엄마 복희는 딸 슬아의 인생에 그 어떤 간섭도, 거짓말도, 잔소리도, 허황된 희망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삶을 씩씩하게 견디고 살아내는 딸에게 ‘나는 그저 영원한 짝사랑을 하고 있어’라고 애틋한 말을 속삭여줄 뿐이다.
사람마다 나를 영원히 짝사랑하는 엄마가 등뒤에 있다는 것은 인생의 빛나는 축복이자 아련한 슬픔이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문득 나의 유년기와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해내야 했던 일들, 그리고 그런 내 등 뒤에 조용히 서 있는 엄마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 장면. 오토바이를 타고 책장 밖 거친 세상을 향해 달려나가는 듯한 슬아의 뒤에 복희가 올라타 있다. 복희는 슬아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있다. 책장 밖에서 여전히 만만치 않은 삶을 이어갈 두 모녀의 삶을 독자들은 가만히 응원하게 될 것이다.
숭고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은 돈벌이를 이어오며 이 삶을 살아낸 나의 엄마와 우리 각자의 삶도.

태어나보니 제일 가까이에 복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몹시 너그럽고 다정하여서 나는 유년기 내내 실컷 웃고 울었다.
복희와의 시간은 내가 가장 오래 속해본 관계다. 이 사람과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라왔다. 대화의 교본이 되어준 복희. 그가 일군 작은 세계가 너무 따뜻해서 자꾸만 그에 대해 쓰고 그리게 되었다. 엄마와 딸, 서로가 서로를 고를 수 없었던 인연 속에서 어떤 슬픔과 재미가 있었는지 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우정.
나를 씩씩하게 만든 이야기니까 누군가에게도 힘이 된다면 좋겠다.
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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