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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 11
2부 … 41
3부 … 75
4부 … 109
5부 … 151
해설 | 저마다의 과오를 향해, 낭만의 시대와 작별중인 어느 세대의 이야기 … 203
이언 매큐언 연보 … 211
저자 소개
저자 : 이언 매큐언 Ian McEwan
<타임스> 선정 ‘1945년 이후 가장 위대한 50인의 영국 작가’에 이름을 올린 현대 영문학의 대표 작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폭넓은 식견과 지성, 우아한 문체, 치밀한 구성과 절묘한 재미로 대중과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1948년 영국 서리 지방 올더숏에서 태어나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싱가포르와 독일, 리비아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랐다. 1970년 서식스대학교 영문학부를 졸업한 후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소설가 맬컴 브래드버리의 지도하에 소설 창작을 공부했다. 1975년 소설집 『첫 사랑, 마지막 의식』으로 데뷔했고 이 책으로 서머싯 몸 상을 수상했다. 1992년 『검은 개』를 발표해 『위험한 이방인』에 이어 두번째로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1998년 『암스테르담』으로 부커상을 수상했다. 이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속죄』로 LA 타임스 도서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등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을 원작으로 키라 나이틀리, 제임스 매커보이 주연 영화 <어톤먼트>가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2007년 『체실 비치에서』를 발표해 다시 한번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브리티시 북 어워드 올해의 도서상과 작가상을 받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이노센트』 『토요일』 『솔라』 『칠드런 액트』 『넛셸』 『나 같은 기계들』 『바퀴벌레』 『레슨』 등이 있으며, 다수의 작품이 영화화되었다. 1983년 왕립 문학회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2000년 영국 왕실로부터 커맨더 작위를 받았으며, 2011년 예루살렘상을 수상했다. 2020년 괴테문화원이 수여하는 괴테 메달을 받았다.

역자 : 박경희
독일 본대학에서 번역학과 동양미술사를 공부하고, 번역가로 일하며 한국문학을 독일어로 번역해 해외에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귄터 그라스의 『고양이와 쥐』, 넬라 라슨의 『패싱』, 닉 혼비의 『슬램』, 존 더스패서스의 『맨해튼 트랜스퍼』, 루트 암만 외 『내면의 그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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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차기 총리의 정치생명을 끝낼 사진이 등장하자
두 남자의 신뢰와 윤리의식이 시험대에 오르고,
마침내 오랜 우정은 증오가 되어 그들을 암스테르담으로 이끈다

사진작가이자 레스토랑 평론가 몰리 레인의 장례식. 오랜 친구 사이인 버넌 할리데이와 클라이브 린리는 각기 다른 시기 그들의 연인이었던 몰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개탄한다. 장례식을 마친 후 클라이브는 뇌손상을 입고 손쓸 새도 없이 상태가 악화된 몰리처럼 언젠가 자기도 사리분별이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면 안락사를 시켜달라 부탁하고, 버넌은 그 제안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며 자신에게도 같은 일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중앙 일간지 <저지Judge>의 편집국장 버넌의 가장 큰 걱정은 기울어져가는 신문사를 다시 일으켜세우는 것이다. 판매부수를 늘리기 위해 고심하던 그에게 신문사의 사주이자 몰리의 남편 조지가 비밀스러운 자료를 건넨다. 바로 보수당 출신 외무장관이자 차기 총리로 점쳐지는 줄리언 가머니가 여장을 한 채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고 찍은 사진. 그와 내연관계였던 몰리가 찍은 그 사진을 공개한다면 ‘공공의 적’ 가머니는 정치적 생명이 끝장나는 동시에 신문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갈 것이다. 그러나 소식을 들은 클라이브는 그것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뿐 아니라 세상을 떠난 몰리를 모욕하는 행위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사진 공개의 윤리성을 둘러싸고 두 사람의 골은 깊어져간다. 한편 도래할 밀레니엄을 기념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교향곡 작업을 의뢰받은 저명한 작곡가 클라이브는 작품의 영감을 얻기 위해 호수지대로 여행을 떠나고, 외진 곳에서 한 여자가 남자에게 위협당하는 상황을 목격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악상이 사라질 것이 두려워 조용히 자리를 뜬다.

버넌이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던 기사는 한발 앞선 가머니의 대응으로 오히려 그에 대한 동정여론과 신문사를 향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대실패로 돌아간다. 결국 일자리마저 잃은 버넌은 악담을 퍼부었던 클라이브에게 앙심을 품고 경찰에 그가 범죄현장의 목격자임을 제보하고, 클라이브는 범인식별을 위해 경찰서에 출석하느라 결국 교향곡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망쳐버린다. 이제 서로를 향한 증오만 남은 두 사람은 각자의 은밀한 계획을 숨긴 채 화해를 청하며 클라이브의 교향곡 리허설이 열리는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현대인의 욕망과 위선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영문학의 거장 이언 매큐언의 시니컬한 윤리적 우화

평범한 일상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파괴적 사건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언 매큐언이 오래도록 천착해온 테마로, 이번 작품에서는 예기치 못한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한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현대의 윤리의식과 시대정신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버넌은 인종차별과 사형제도의 부활을 지지하며 시대를 역행하는 정치인의 집권을 막기 위해, 클라이브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교향곡의 완성을 위해 스스로 올바른 결정을 했다는 자기합리화에 빠지지만 두 사람 다 대의가 아닌 각자의 필요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채 나락으로 떨어진 그들은 자신을 돌아보는 대신 상대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최후의 순간 서로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 했던 우정의 약속은 복수의 칼날로 변한다. 자기기만에 빠져 위선의 가면을 쓴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아내의 옛 애인들을 은밀히 파멸로 몰아가기 위해 정교한 덫을 놓는 조지, 사생활이 폭로될 위기에 처하자 언론의 폭력적인 선전성을 한발 앞서 이용한 가머니, <저지>와 마찬가지로 문제의 사진을 손에 넣기 위해 입찰경쟁에 뛰어들지만 판세가 바뀌자 버넌을 향한 반대여론 형성에 앞장서는 언론사들, 조직을 비호하기 위해 범죄사건의 진상을 덮으려는 경찰들. 하나같이 이기적인 욕망에 따라 표변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매큐언은 이들이 속한 세대의 허위를, 한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으나 이제 체제에서 우위를 점한 속물적인 기득권층의 자기기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처럼 겉으로는 그럴듯한 삶을 살고 있으나 실상은 얄팍하기 그지없는 인간들의 초상과 권력의 속성을 낱낱이 해부하며 매큐언은 신랄한 위트가 가미된 매끄럽고 날렵한 플롯을 선보인다. 두 인물의 내면을 오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이 전매특허라고 할 만한 시니컬한 유머와 장면을 세공하는 필력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인물들의 줄다리기는 한 편의 심리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결말을 향해 빠르게 나아간다. ‘관대하고 열린 사고를 지닌 성숙한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최후는 과연 무엇일까. “시계공을 방불케 하는 기예로 미니멀한 작품 속에 기적적으로 광대한 공간을 창조해낸”(<선데이 타임스>) 『암스테르담』은 현대사회의 욕망과 윤리의식을 가차없이 해부하며 완벽하게 짜인 걸작을 읽는 순수한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집요하게 ‘네 탓’에만 매달릴 뿐 그들은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다. 나는 누구인가? 정치적, 사회적 변화와 개혁을 성취하고 인문학의 발달과 과학적 진보를 이뤘다고 자부하는 그들. (…)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등장인물들을 궁지로 몰아가며 작가는 냉정하게 묻는다. 너는 어떤 사람인가? 해설에서

책 속에서

세상은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건 딱히 신의 존재 탓도 부재 탓도 아니었다. (15쪽)

다들 그네들이 그토록 멸시하던 정부 아래서 근 십칠 년간 얼마나 큰 부와 영향력을 축적해왔는가. 나의 세대에 대해 말해보자. 그런 에너지, 그런 행운. 전후의 사회복지국가에서 태어나 나라가 주는 젖과 꿀을 먹고 자라고, 부모들이 이룬 소박한 부에 얹혀살다가 곧장 완전고용의 시대에 돌입한 세대. (…) 그들이 타고 올라온 사다리가 부서지고 정부가 갑자기 젖을 떼며 잔소리를 시작했을 때 이들은 이미 안전하게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제는 구색을 갖추느라 취미와 가치관, 재산을 불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23~24쪽)

그들은 너의 몰락을 그럭저럭 관리해줄 수는 있어도 그 몰락을 막지는 못한다. 그러니 멀찌감치서 너 자신이 쇠약해져가는 모습을 주시하라. 그러다가 더는 일을 할 수 없거나 품위 있는 삶이 불가능해졌을 때 스스로 끝을 내라. (38쪽)

그는 이런 권한 행사로도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한없이 묽어져 자신이 그에게 귀를 기울이던 사람들의 합계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졌다. 혼자가 되는 순간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홀로 무슨 생각을 하려 해도 사고의 주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버넌의 의자는 텅 비어 있었다. (43~44쪽)

“내가 심각한 병에 걸린다고 해보자고. 몰리처럼 말이야. 그래서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끔찍한 실수를 자꾸 저지르게 된다면, 뭐 있잖아, 판단력이 떨어지고, 사물의 이름도, 내가 누군지조차 모르는 그런 상황. 그럴 때 누군가 나를 도와 끝을 내줄 사람이 있는지…… 내가 죽을 수 있게 도와줄 사람 말이야. 특히 내가 스스로 결단을 내리거나 손을 쓸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을 때라면 더 그래. 그러니까, 결국 내 말은 가장 오래된 벗인 자네에게 부탁한다는 거네.” (65쪽)

처음에는 충격에, 뒤이어 뱃속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듯 격한 흥분에 휩싸였다. 감정을 억누르느라 의자에서 몸이 붕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다음으로 느껴지는 건 막중한 책임감이었다―아니, 권력이라고 해야 하나? 한 인간의 인생, 아니 적어도 경력이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누가 알겠는가, 버넌이 신문의 판매부수는 물론 나라의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을지. (72~73쪽)

예술가의 자유로운 영혼을 담보로 모든 책임을 벗어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런 식의 오만은 질색이었다. 클라이브의 친구들 중에는 필요할 때마다 천재라는 으뜸패를 내세우며 여차하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부류가 있었다. 그들의 부재로 인해 어떤 불상사가 벌어진다 해도 그건 단지 직업 성격상 불가피한 일이며 그런 연출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부여받은 소명을 더욱 우러러보게 할 뿐이라고 믿었다. 이들은―그중에서도 소설가가 최악이다―친구와 가족들에게조차 작업시간뿐 아니라 조는 시간, 산책시간을 비롯하여 침묵하는 매 순간과 우울증과 만취상태가 모조리 변명의 여지가 있는, 고도의 목적을 담은 행위라는 믿음을 주려고 집요하게 애쓴다. 클라이브가 보기에 그건 평범함을 감추려는 제스처에 불과했다. 그 역시 예술의 숭고함을 의심치 않았지만 부당한 행동은 예술의 일부가 아니었다. (78쪽)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우리는 빙산처럼 대부분 물에 잠겨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사회적 자아만이 하얗고 냉랭하게 밖으로 솟아 있다. 그리고 여기 수면 아래 희귀한 모습, 한 남자의 은밀한 사생활과 혼돈이 있었다. 그의 위엄은 순수한 환상과 사고를 향한 압도적인 욕구에 의해, 정복할 수 없는 인간의 요소―정신에 의해 철저히 무너졌다. (88쪽)

“세상엔 교향곡보다 중요한 것도 있지. 바로 사람이야.”
“판매부수는 사람이라는 것보다 중요하고, 버넌?” (140쪽)

메스껍기 그지없는 그의 일상, 냉소적인 체하며 뒤로 계략을 꾸미는 야비한 속내,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수동공격성. 버넌 핼리데이? 버러지 핼리데이! 살아오며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본 일이 없으니 창조한다는 행위에 대해 쥐뿔도 모르지. 창조의 재능을 지닌 사람들은 다 씹어 없애버리고, 별 볼 일 없고 편협한 결벽증을 윤리적 관점으로 여기면서 정작 자신은 말 그대로 오물 위에 천막을 치고 사는 놈. 자신의 보잘것없는 이익을 위해서 몰리와의 추억을 더럽히고, 가머니처럼 약점 많은 바보들이나 파멸시키며 황색신문의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 얘기를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누구든―이게 특히 기가 막히는 부분인데―자신은 본인의 의무를 다하고 있으며 보다 높은 이상을 위해 봉사한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그는 미쳤다. 환자다. 존재할 가치가 없다! (158쪽)

침대 옆에는 그의 몰락을 통쾌해하는 짤막하고도 쓰린 엽서가 놓여 있었다. 그의 가장 오래된 친구, 일을 중단하느니 눈앞에서 한 여자가 강간을 당하도록 내버려둔 윤리적으로 고결한 친구가 보내온 것이었다. 증오심에 휩싸여 이성을 잃은 사람의 글이었다. 복수심에 불타는 엽서. 이제는 전쟁이다. (168쪽)

지금 그는 자신이 마련한 계획에 어느 때보다 확신이 들었다. (…) 클라이브를 몰아가는 것은 더이상 분노가 아니었고 증오나 혐오도, 약속 이행의 의무도 아니었다. 그가 실행하려는 일에는 계약상 하자가 없었고, 윤리를 초월한 순수한 기하학적 필연성이 담겨 있었다. (183쪽)

추천사

현대의 윤리와 문화란 어떤 것인지 묻는 냉정하고도 예리한 고찰. 1998 부커상 심사위원장

미니멀한 작품 속에 기적적으로 광대한 공간을 창조해냈다. 시계공을 방불케 하는 기예. 선데이 타임스

나비의 날개를 떼어내는 아이처럼 동시대의 윤리를 가차없이 해부하는 현대 영국의 작가는 매큐언이 거의 유일하다. 타임스

완벽하게 짜인 다크한 걸작. 단조로운 일상에 돌연 통제를 벗어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 수면 아래 잠겨 있던 심리의 단층선이 잔인하게 폭로된다. 뉴욕 타임스

치명적인 탄환처럼 빠르고 언론의 헤드라인처럼 시의적절하다. 신랄한 위트가 가미된 매끄럽고 날렵한 플롯을 통해 평범한 재능으로 권력과 명예를 거머쥔 얄팍한 인간들의 초상이 그려진다. 시선을 뗄 수 없는 생생한 디테일 묘사와 장면을 세공하는 특유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 퍼블리셔스 위클리

모든 문장이 푸가와도 같은 플롯을 지탱하며 최후의 참사를 향해 나아간다. 매끄럽고 절묘한 문장, 사랑과 예술과 우정에 대한 통찰에 탄복하여 때때로 읽기를 멈춰야 할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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