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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좋은 이유 007
봄밤 014
스완 모텔 037
나쁜 습관 056
진입 금지와 갓길 없음 077
축제가 끝난 뒤 1 090
축제가 끝난 뒤 2 116
악역의 즐거움 133
개 이야기 168
지적인 남자를 유혹하는 법 197
환멸과 그리움 사이 215
나에 대한 타당한 오해들 1 237
나에 대한 타당한 오해들 2 249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268
아직은 괜찮다 286
의심을 찬양함 297
취한 밤 310

해설│김미현(문학평론가)
사랑의 상형문자 319

초판 작가의 말 343
개정판 작가의 말 345
저자 소개
저자 : 은희경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상속』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중국식 룰렛』 『장미의 이름은 장미』, 장편소설 『새의 선물』 『그것은 꿈이었을까』 『마이너리그』 『비밀과 거짓말』 『소년을 위로해줘』 『태연한 인생』 『빛의 과거』,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 『또 못 버린 물건들』이 있다. 문학동네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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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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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볍게 살고 싶다.
아무렇게라는 건 아니다.”

삶이라는 긴 노래가 끊어질 때까지
가벼운 걸음을 옮겨가며 추는 사랑의 춤

은희경의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진희’가 낯설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진희는 바로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새의 선물』 속 진희가 성장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십대 시절과 마찬가지로 냉소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삼십대의 진희는 여전히 삶이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고 있다. 어린 시절 진희는 어른스럽고 냉철한 태도로 또래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거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른스럽게 관망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 진희도, 진희의 주변 인물들도 모두 어른이 되어버렸기에 진희는 더이상 또래보다 어른스러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비극이 올 것을 미리 짐작하고 그에 대비하는 모습은 애처로운 마음마저 들게 한다. 냉철하고 다소 비관적이었던 어린 진희의 곁에서 그를 보듬어주었던 할머니와 이모도 이제는 없다. 곁에 있는 것은 언제든 떠나버릴 것만 같은 애인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대학교 동료들, 그리고 어딘가 조금씩 이기적인 친구들뿐이다. 진희는 이중 어느 곳에도 마음을 깊이 두지 않는다. 그게 스스로가 무너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진희는 “삶이라는 상처를 덮어갈 소독된 거즈”(147쪽)인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여러 애인을 동시에 사귄다.

진희는 애인이 셋은 되어야 “사랑에 대한 진지한 환상에서 벗”(7쪽)어날 수 있으며 “사랑에 대한 냉소를 유지할 수 있다”(8쪽)고 말한다. “만날 남자가 둘 더 있기 때문에”(같은 쪽) 다른 한 남자를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희는 자신의 주장대로 세 명의 남성과 만난다. 첫번째 남자는 현석이다. 현석은 진희와 같은 대학을 졸업한 동창생으로, 진희의 동생인 애리가 짝사랑하는 상대이기도 하다. 현석은 미소년의 용모를 가졌지만 자신의 아름답고 나약한 모습을 싫어해 언제나 시니컬한 표정을 지으며, 조금은 소심하고 자기모순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진희가 자신 말고 다른 남자와 만나는 걸 아는 그는 관계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진희를 독점할 수 없기에 끝없이 불안함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진희의 두번째 남자는 종태이다. 종태는 진희와 연애를 하던 중 다른 여자와 결혼했지만 그후에도 진희와의 만남을 지속해나간다. 조용하고 소심한 현석과는 반대로 종태는 제멋대로 갑자기 찾아왔다가 홀연히 떠나버리는 저돌적이고 변덕스러운 남자다. 하지만 진희는 종태의 이런 가벼움 때문에 오히려 종태와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희의 마지막 남자는 전남편인 상현이다. 상현과의 관계는 이미 오래전 끝났지만 소설의 마지막에서 진희는 약속 장소에서 상현을 기다린다. 진희가 이미 끝을 낸 상현과의 만남까지도 받아들이려는 듯한 이런 모습은 진희가 사랑에 대해 얼마나 냉소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사랑은 금방 오고, 또 금방 떠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사랑하는지가 아닌, 사랑을 계속 하는 것 그 자체이다. 춤의 상대가 중요한 것이 아닌 춤이 계속 이어지게끔 하는 것이 진희의 관심사인 것이다. 그렇기에 진희는 전남편인 상현과도 춤을 출 준비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삶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사랑의 춤 역시 계속되어야만 하므로.

“모든 게 다 마지막이다. 마지막 춤이 아닌 것은 없다.
그리고 또한 마지막 춤도 없다. 단지 춤뿐이다.”

애인은 셋 정도 되어야 하고, 누구와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그 어떤 사랑에도 얽매이지 않고 또다른 사랑으로 나아간다. 진희의 이런 사랑 방식은 사랑의 낭만성과 독점성, 그 안에 깃든 사회적 규범을 모두 거침없이 부수고 있기에 오해와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진희는 오히려 자신에게 가해지는 오해들에 “타당한 오해”(237쪽)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쁜 소문에 시달리고 익명의 비난 전화들을 받으면서도 진희가 이에 정면으로 반박하거나 날카롭게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 “가볍게 살고 싶”(267쪽)기 때문일 것이다. 그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정착을 꿈꾸지 않기 때문에 진희의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워질 수 있다.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는 것이나 교수 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큰 목표이자 도착점이라고 생각될 법한 일들 역시 진희는 가벼운 걸음으로 유유히 지나쳐버린다. “마음을 완전히 부려놓을 수 있는 장소, 거기에서 영원히 멈출 만한 시간이란 없”으며 “삶은 흘러가는 것”(295쪽)이기 때문이다. 진희에게 이 모든 사건들은 춤을 이어나가는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춤을 멈출 만큼 크게 상처받지도 않는다. 누군가 진희에게 묻는다. “괜찮아요?”(296쪽) 진희는 대답한다. “아직은요.”(같은 쪽) 그렇기에 진희는 계속 춤을 출 수 있다. 삶이라는 긴 노래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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