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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7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문: 침묵의 언어_욘 포세 85
옮긴이의 말: 더 많은 고요를 듣기 위하여 103
저자 소개
저자 : 욘 포세
1959년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났다. 베르겐대학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했고, 호르달란주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쳤다. 저널리스트, 작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성서를 번역하기도 했다.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했고, 1994년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를 발표했다.
소설 『보트하우스』 『아침 그리고 저녁』 『멜랑콜리아 I-II』 『3부작』 『7부작』 등을 썼으며, 희곡 『누군가 올 거야』 『이름』 『어느 여름날』 『가을날의 꿈』 『죽음의 변주곡』 『나는 바람이다』 등을 썼다. 현재까지 그의 연극은 전 세계에서 1000회 이상 공연되었고, 40년간 뉘노르스크어로 쓴 작품들은 수많은 상을 휩쓸며 50여 개국에 소개되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한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을 인정받으며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데뷔 40주년에 발표한 소설 『샤이닝』은 희곡 『검은 숲속에서』로도 나왔으며, 〈뉴요커〉 〈파이낸셜 타임스〉 선정 ‘2023 최고의 책’으로 꼽혔다.

역자 : 손화수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를, 오스트리아 모차르테움 대학에서 피아노를 공부했습니다. 2002년부터 노르웨이 문학을 번역해 국내에 활발히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노르웨이 번역인 협회 회원이 되었고 같은 해 노르웨이 해외문학협회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번역가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스테인셰르 코뮤네 예술학교에서 가르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그때 왜 비겁했을까?》 《발표하기 무서워요!》 《부러진 코를 위한 발라드》 《나의 투쟁》 《파리인간》 《피렌체의 연인》《루시퍼의 복음》 《노스트라다무스의 암호》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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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23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
데뷔 40주년에 펴낸 문학의 결정체 『샤이닝』

★ <뉴요커> <파이낸셜 타임스> 2023 최고의 책
★ 한국어판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문 수록

“내게 글쓰기는 귀를 기울여 듣는 일이다.
우리는 오직 침묵 속에서만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침묵도 언어다.” _욘 포세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느낌이다.
『샤이닝』은 저 너머의 세계로, 두려움과 황홀함을 동시에 안기는 신비스러운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여운에 잠시 두 손 모아 하늘을 보게 된다.”
_이해인(수녀, 시인)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는 수상 이후 단기간에 엄청난 관심을 폭발시키며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작가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한다”고 밝히며 그에게 노벨상을 안겼고, 이 소식은 로마 바티칸 복도까지 울려퍼졌다. 2023년 10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노르웨이 작가의 “헌신적인 문학적 목소리가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그에게 축하 서신을 보냈고, 예상치 못한 소식에 포세 역시 수상 이후 가장 기억에 남을 만큼 놀랍고 영예로운 일이라며 언론사 인터뷰에서 언급해 화제가 됐다. 지금까지 포세의 작품들은 전 세계 50여 개국에 소개되고 1000회 이상 무대에 올랐다. ‘21세기 사뮈엘 베케트’ ‘입센의 재래’ ‘셰익스피어 이후 연간 최다 공연 기록 갱신’ 등 숱한 입소문을 타며 뜨겁게 부상중이다. 2024년 2월 22일자 <스크린데일리> 기사에 따르면, 거장 영화감독 에릭 포페가 26년 전 그가 쓴 최초이자 유일한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기로 했다. 이로써 오늘날 소설, 시, 동화, 에세이 등의 출판물부터 연극을 넘어 영화까지 아우르며 다방면에서 그의 전모를 거듭 새롭게 마주할 수 있게 됐다.
욘 포세의 최신작 『샤이닝』은 작가 데뷔 40주년 2023년 발표한 소설로, 본문 길이가 채 80쪽도 안 되나 1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걸작 ‘7부작Septologien’의 결정적인 압축판으로 평가받는다. 이 간결하고 놀라운 미스터리는 삶과 죽음의 문턱이 지천에 놓인 인생길을 걸어가는 우리 모두에게 새롭게 일상의 숭고함에 새삼 눈뜨게 하는 한 편의 아름답고 기이한 우화다. “나는 일곱 살 때 사고로 죽을 뻔했다. 이건 내게 근원적인 경험”이라고 말한 욘 포세는 전작을 통해 늘 “가장 극적인 사건”이라고 한 삶(탄생)과 죽음의 문제에 천착해왔다. 『샤이닝』은 그의 문학세계의 결정적인 특징이 모두 망라된, 가장 쉬운 단어로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다룬 또하나의 수작이다. 희곡 『검은 숲속에서』로도 펴낸 바 있어, 작가가 천착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글쓰기의 주제를 엿볼 수 있는 정수가 담긴 작품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짧지만 강렬한 이 소설은 “욘 포세에 다가가기 위한 완벽한 입문서”(<텔레그래프>), 새 노벨 수상자를 발견하고 싶고 그의 작품의 드높은 경지를 탐험하고자 하는 이에게 “이상적인 디딤돌”(<크낵 매거진> <데 스탠다드 데어 레터렌>)로서, 한 언론사 말마따나 “냉정하고 아름답게 디자인된 이 소설에는 포세의 작품을 독특하게 만드는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다”.(<드 티트>)

삶과 죽음의 문턱에 놓인 작은 경이와 미스터리
어둠 속에서 만나는 존재라는 빛

“『샤이닝』은 죽음에 대한 짧은 걸작이다. 한마디로 위대한 문학이다.” _<닥블라데>

『샤이닝』은 어느 초겨울 저녁, 삶이 지루해 무작정 차를 몰고 나갔다가 어둡고 깊은 숲속 눈밭에 고립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차바퀴가 빠져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그는 공허함을 느끼며 차 안에 앉아 있다가 점점 두려워진다. 급기야 날은 어두워지고 눈까지 내린다. 온 길을 되짚어보던 그는 절박한 마음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으러 숲속으로 들어가고, 거기서 피로와 추위와 배고픔에 방황하던 그에게 예기치 않게 신비한 존재들(순백색의 흰빛을 내뿜는 존재, 어머니와 아버지로 보이는 노부부,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불가해한 이 만남 속에서 그는 이 숲을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포세 특유의 절제된 단문과 명징한 묘사, 음악적인 독백의 문체, 공회전하듯 반복적으로 되감기되는 좌절과 희망, 믿음과 의심, 자책과 회심의 문장은, 막다른 길에 봉착한 인간의 내면 심리에 대한 강력한 몰입감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이 소설 속 상황은 단테의 『신곡』 「지옥」의 1곡 중 1~3행 도입부(“우리네 인생길 반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나는 어두운 숲길에 있었네”)를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 ‘나’는 삶의 지루함과 공허함, 어둠 속 두려움과 고립감, 낯선 것들에 대한 불안과 신비, 사람에 대한 기대와 좌절 등 인간이 살면서 보편적으로 겪는 근원적인 감정을 이 어두운 숲길에서 체험한다. 대책 없이 무턱대고 이 길에 들어선 자신을 탓하며 절망하다가도, 앞길에 자신의 차를 빼내주고 길을 찾아줄 사람이 있으리라는 절박하고도 허망한 기대를 놓지 못한다. 밤하늘의 달과 수많은 별 아래, 눈 내린 숲속 나뭇가지가 드리운 바위를 보고도, 길을 잃은 누군가 쉬어갈 존재의 자리(집)를 그린다. 마지막에 가서 느닷없이 나타난 수수께끼 같은 존재들과의 동행은 어느새 숲속에서 홀로 헤매는 생명을 더욱 경이롭게 비추는 또하나의 신비다. ‘나’는 이 숲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이 존재들이 왜 ‘나’와 함께하는지, 도대체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독자 역시 거듭 생각하며 마치 체험하듯 따라가게 한다.

욘 포세 문학의 모든 특징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 『샤이닝』
: 침묵과 열린 해석, 마침표와 쉼표 사용법, 반복적인 쉬운 단문의 여운
한국어판 부록으로 실린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연설문: 침묵의 언어」에서 보듯, 포세는 자신의 글쓰기를 “귀 기울여 듣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침묵도 언어다. 어쩌면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침묵”이라고 밝힌 그는 자신의 숱한 극작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이’를 통해 바로 이 “귀 기울여 듣는 일” “침묵”을 표현해왔음을 강조했다. 이 소설에서도 사람 하나 없이 고립된 어두운 숲 한가운데서 듣는 고요, 정적, 침묵이 작품과 문장 전체를 관통한다. 이는 혼자 읊조리는 ‘나’의 내면독백에 자연스레 독자를 집중시키면서 그 사유의 눈부신 시적 여정, 무無의 순백색 존재 속으로, 나와 부모님과 검은색 양복의 신사가 함께하는 마지막 숨결 속으로 데려간다. 최면을 거는 듯한 반복적인 단문과 낯선 존재들과 나누는 대화는 선문선답 같기도 하고 기도문처럼 읽히기도 한다.
또하나 포세의 문장들에서 중요한 게 있다면, 바로 마침표와 쉼표의 사용일 것이다. 마침표를 거의 쓰지 않은 전작들과 달리, 『샤이닝』에서는 독특하게도 쉼표와 마침표가 이례적으로 자주 등장한다. 첫 장면의 차가 길바닥에 처박힌 상황의 ‘멈춤’에서, 쉼표로 끊길 듯 말 듯 깜빡거리며 나아가다가 행동과 생각이 정지되는 데서는 마침표가 뜸해지다, ‘나’의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생각이 점점 가속화하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마침표 수는 극명히 줄어든다. 반복적으로 곱씹는 생각, 율동적인 단문, 문장부호의 절묘한 쓰임 역시 그의 문학적 시그니처로, 침묵과 해석의 다양성을 부각시키는 주요 장치다. 로런 그로프는 <가디언>을 통해 이 소설을 “현실적인 독백, 하나의 우화, 기독교적 요소가 가미된 알레고리, 다음날 아침 고통스럽게 회상하게 되는 악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며 “읽을수록 명확한 단음으로 들리지 않고, 오히려 모든 가능한 해석이 한꺼번에 울려퍼지는 화음이 된다”면서, 단일한 해석을 거부하는 것을 포세 문학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짧지만 이 모든 특성이 어우러진 『샤이닝』은, 힘들고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오늘 우리에게 욘 포세가 건네는 “사색으로의 초대장”이자, 가장 그다운 방식의 문학적 안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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