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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1장 관용의 마을
우리에겐 싫어할 이유가 충분한 이를 싫어할 권리가 있다 | 여우와 두루미
소년은 왜 거짓말을 했을까 | 늑대와 양치기 소년
사람이 된 피노키오는 행복했을까 | 피노키오
튼튼한 집만 좋은 집일까 | 아기 돼지 삼형제

제2장 일탈의 마을
불공정한 규칙을 조롱하라 | 토끼와 거북이
우리는 샛길을 택한 이들에게 빚지고 산다 | 빨간 모자 소녀
거위의 배를 갈랐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 황금알을 낳는 거위
분홍신을 탐한 것이 뭐 어때서 | 분홍신
한철 노래하며 사는 인생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 개미와 베짱이

제3장 지혜의 마을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 백설공주
왕비는 왜 자꾸 거울을 보았을까 | 백설공주
왕자는 왜 구두로 신데렐라를 찾았을까 | 신데렐라
이불 공주는 누가 깨울까 | 잠자는 숲 속의 공주
그녀는 누구를 위해 머리카락을 기르는가 | 라푼젤
미녀는 왕자로 변한 야수를 사랑했을까 | 미녀와 야수

맺음말
저자 소개
저자 : 박현희
고등학교 사회 교사. 무엇이 교육의 본질인지, 진정으로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진정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며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수상한 북클럽》,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 《행복을 배우는 경제수업》,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나보다 우리가 똑똑하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라면》,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공저), 《행복한 나라는 누가 만들까?》(공저), 《고전은 나의 힘: 사회 읽기》(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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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멍청한 주인공들이 사는 세 개의 마을을 소개한다

첫 번째 관용의 마을에는 ‘어른’의 가르침대로 살지 않았거나 가르침대로 했는데도 곤경에 처한 주인공들이 산다. 「여우와 두루미」의 여우, 거짓말을 계속한 양치기 소년, 학교 가기를 거부한 피노키오, 대충대충 집을 지었다는 누명(?)을 쓴 「아기 돼지 삼형제」의 두 형이 이 마을에 살고 있다. 전형적인 동화 속 사고뭉치들이지만 저자는 건강한 의심의 시선으로 말 없는 이들을 변호한다.
두 번째 일탈의 마을에는 규범을 벗어던진 이들이 산다. 게임 도중에 잠을 잠으로써 불공정한 규칙에서 빠져나온 토끼와 토끼의 일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준 거북이, 끊임없이 딴 길로 새는 바람에 사람들이 숲 속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게 해준 빨간 모자 소녀,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제 손으로 죽여 버린 농부, 금기를 넘어 분홍신을 신고 춤추다가 쓰러지기를 택한 소녀가 있다. 저자는 이들이 ‘물론’의 세계에서 벌인 일탈 덕분에 우리의 선택지가 다양해졌다고 믿는다.
세 번째 지혜의 마을에는 관계 맺는 데 서툴러 불행한 공주와 왕비가 산다. 답답하게도 자꾸 왕비에게 문을 열어 준 백설공주, 주구장창 왕자만 기다린 잠자는 숲 속의 공주, 기껏 잘 기른 머리카락을 왕자에게 바친 라푼젤, 거울하고만 얘기하다가 불행해진 백설공주의 새 엄마 등이 사는 마을이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좋은 관계, 우정과 연대가 삶에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는지를 배운다.

교훈이라고 쓰고 나쁜 교육이라 읽는다

동화의 목적은 처음 씌어질 때부터 교훈과 재미를 주는 것, 곧 도덕적 교훈과 사회적 구속을
달콤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동화의 정체』(잭 자이프스, 문학동네, 1999, 26쪽)

동화에 동심만 담긴 것은 아니다. 사회 유지에 필요한 강제 규범을 확립하는 데 동화가 깊이 관여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부터 명작 동화에 의해 사회화되었다.「개미와 베짱이」에서는 개미처럼 부지런히 살 것, 「빨간 모자 소녀」에서는 금지된 길에 들어서면 안 된다는 것, 「토끼와 거북이」에서는 느리더라도 성실히 갈 것 등을 배웠다. 그런데 해석권은 언제나 교과서, 아니면 어른이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일방적으로 교훈을 이식받았을 뿐이다. 그것이 어른으로 자란 우리로 하여금 획일화된 구조, 부조리함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지 않았을까. 『백설공주』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화들로부터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지침을 이끌어 낸다. ‘올드독’으로 유명한 정우열 작가의 카툰은 덤이다.

#1 피노키오는 산업사회에 필요한 일꾼을 효과적으로 획일화하기 위해 씌어졌다
- 피노키오는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어떤 곤경에 맞닥뜨리는지 보여주었다.

“… 꼭두각시 나무 인형이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피노키오가 착한 아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아이가 착한 아이일까? 이 이야기 속에서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부모님 말을 잘 들을 것. 둘째, 학교를 잘 다닐 것. 그런데 부모님이 착한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은 학교를 잘 다니는 것이므로 착한 아이의 비결은 하나로 압축된다. 학교를 잘 다니면 되는 것이다.
카를로 콜로디가『피노키오』를 발표한 19세기 말은 근대적인 학교가 성립되고 확대되던 시기였다. 산업 혁명으로 사회가 밑바닥부터 재편되면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이제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게 되었다. 농사일은 아버지를 따라 밭에 나가 일하면서 전수되지만, 공장 일은 그런 식으로 배울 수 없었다. 공장주들은 기본적으로 읽고 쓰고 셈하기를 할 수 있는 일꾼들을 원했다. 노동자의 자녀에게 읽고 쓰고 셈하기를 가르쳐 내일의 노동자로 준비시킬 제도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청에 따라 생겨난 것이 근대적인 학교였던 것이다.
… 합리성을 강조하고 표준화를 추구하는 일은 장차 그 아이들이 자라서 일하게 될 직장에서도 꼭 필요한 규범이기 때문에 학교를 통해 교육을 제도화하는 일을 머뭇거릴 이유는 없다.”
본문 [사람이 된 피노키오는 행복했을까? - 피노키오] 중에서

#2 토끼와 거북이는 불공평한 규칙을 문제 삼는 대신, 모든 게 노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 토끼와 거북이는 구조의 공정성을 의심하기 전에 게으름을 경멸하도록 가르쳤다.

“왜 토끼는 그 경주에 참여했을까? 토끼의 입장에서 거북이와의 달리기 경주를 생각해 보자. 토끼는 빠르다. 빠른 것은 토끼의 본질이면서 동시에 토끼의 자부심의 근원이다. 그런 토끼가 느리기로 유명한 거북이와 달리기 경주를 한다. …토끼에게 이 게임은 이겨도 얻을 것은 없으되 지면 망신살만 뻗치는, 정말 하등 득이 될 것 없는 게임일 뿐인 것이다. …나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제3자가 개입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게임을 통해 누가 가장 큰 이익을 보았을까? 당연히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만들어 낸 누군지 모를 제3자이겠지. 승부가 어떻게 갈리건 항상 이익을 보는 이는 따로 있다. 이것이 불변하는 ‘게임의 법칙’인 것이다.

…다시 토끼와 거북이를 본다. 게임 중간에 편안히 낮잠을 즐기는 토끼를 보라. 그 여유는 깨달은 자의 것이다. 이기건 지건 이미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인정한 자의 여유. 하지만 더 멋진 쪽은 거북이라고 생각한다. 거북이는 호들갑스럽게 토끼를 깨울 수도 있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렇게 한가하게 낮잠을 자느냐고 질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거북이는 대열에서 빠져나와 낮잠을 즐기는 토끼의 선택을 존중했다. 그 이해심은 게임의 구조를 완전히 이해한 자의 것이다. … 누군가는 잠을 자고 누군가는 그걸 내버려 두면서 게임의 규칙을 조롱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더 이상 이 판은 커지지 않을 것이다.
본문 [불공정한 규칙을 조롱하라 - 토끼와 거북이] 중에서

#3 여우와 두루미는 갈등의 배경을 묻는 대신 일단 화해부터 하라고 한다

대립하는 의견을 가진 이들에게도 동화는 명쾌하기만 한 해법을 내놓는다. 「여우와 두루미」에서 배우지 않았나.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해야 하고, 화해가 무조건 중요하다고. 그러나 세상에는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일단 악수부터 하라는 억지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아 왔던가?
- 여우와 두루미에서 얻은 도덕관념은 혹시 이런 상황에 이용되지 않았을까?

“이들은 사이좋게 지낼 이유가 없다. 폭력이 가져오는 나쁜 결말을 충분히 숙지하고 앞으로 폭력에 의존해서 문제를 풀지 않을 것을 마음에 새기는 일과 화해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우리는 싫어할 이유가 충분한 누군가를 싫어할 권리가 있다. 용서하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 용서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화해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우리의 관념이 때로 누군가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계속해서 문제를 유발한다.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겠다는 것은 얼마나 무모한 욕망인가. 또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것은 얼마나 무리한 요구인가.”
본문 [우리에겐 싫어할 이유가 충분한 이를 싫어할 권리가 있다 - 여우와 두루미] 중에서

왜냐고 묻는 감수성이 희박해진 시대
세상은‘왜’냐고 묻는 이들을 불편해한다. 알고 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규범에 갇혀 있는데 거기에는 설득력 있는 논리가 아예 없거나 아니면 지배자의 논리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답이 궁색할 수밖에 없으니 세상은 잔말 말고 정해진 ?로만 잘 가라고 한다. 저자는 학교 안팎에서 이런 일을 종종 목격한다. 학생의 머리나 치마 길이 단속은 어떤가. 슬리퍼를 신지 못하게 하고 하루 중 마음껏 쓸 수 있는 시간을 얼마 주지 않는 것은 정당한가? 저자는 동화 「분홍신」에서 분홍신이란 ‘금기’의 총체를 의미한다고 본다. 그리고 학교에서 만든 온갖 생활 규범, 즉 분홍신을 금지하는 것이 “정치적이고 경제적이며 또한 생물적인 필요가 뒤섞여 만들어진 문화의 힘”이라고 본다. 그리고 탄식한다. “정말 학교에는 교육도 아니면서 교육인 척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엄마가 신신당부를 했는데도(사회가 강력하게 제지했는데도) 샛길로 샌(옳다고 믿는 것을 향해 거침없이 발을 내딛은) 세상의 모든 빨간 모자들에게 우리는 빚지고 산다. 그 덕분에 세상은 사방팔방으로 길을 내며 우리를 맞게 되었으니…. “우리가 언제 민주주의 해본 적 있느냐고 체념할 때 독재에 저항해 거리로 나갔던 사람들 덕분에 오늘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살듯이 말이다.
이 시대는‘왜?’냐고 묻는 감수성이 희박해진 시대,‘왜?'냐고 묻는 이를 억압한다. 저자는 굳이 ‘왜’냐고 물으면서 남들이 가는 쉬운 길을 포기한 이들, 일방적인 가르침에 저항하는 이들, 반짝이는 상상력으로 세상을 밝은 데로 이끄는 이들에게 우정을 나누고 연대하자는 뜻을 담아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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