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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나뭇잎 한 장에서 생명의 진화를 읽어내기까지

1. 나뭇잎의 사계절 생활
바람이 없어도 잎은 움직일까?
봄, 잎 색깔의 마술쇼
한여름에도 연잎이 젖지 않는 이유
식물이 살아가는 원동력, 광합성 3
초록은 동색일까?
꽃이 먼저 필까, 잎이 먼저 필까?
가을의 색, 단풍
낙엽은 나무의 월동 준비
한겨울에도 단풍 든 나무가 있다?
플라타너스는 24시간 공기정화 중
나뭇잎이 돌아가는 곳
이야기 속 나뭇잎 1 / 나무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비자나무·팔손이

2. 나뭇잎 자세히 보기
300년 된 느티나무는 잎이 몇 장일까?
나무 관찰의 첫걸음, 잎의 구조
세상에서 가장 잎이 큰 식물
나뭇가지 한가운데, 꽃이 피다
잎이 나는 방식
잎사귀의 다채로운 무늬
잎의 가장자리는 모두 다르다
붉은 잎, 노란 잎도 바탕은 초록
침엽수도 잎이 떨어진다?
가시도 잎이라면
이야기 속 나뭇잎 2 / 나무에도 국적이 있을까? 가이즈카향나무
이야기 속 나뭇잎 3 / 나뭇잎으로 시작된 피바람 오동나무

3. 나뭇잎의 생존 비결
수국꽃이 오래 피는 이유
식물에게도 지성이 있다?
화살나무의 방어 전략
귀신도 외적도 막는, 가시의 활약
태초에 박테리아가 있었다
나무의 진화
숲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나뭇잎의 구조조정
나뭇잎은 미래를 예측한다
이야기 속 나뭇잎 4 / 법정 스님의 수목장 나무는 무엇일까? 후박나무·일본목련
저자 소개
저자 :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인천에서 태어나 서강대를 졸업했다. <중앙일보> 기자 생활 열두 해 끝에 나무를 찾아 떠났다. 나무 이야기를 글과 사진으로 세상에 전한 지 스물네 해째다.
『이 땅의 큰 나무』를 시작으로 『나무가 말하였네』(1, 2 권)『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 『천리포수목원의 사계』(봄·여름편, 가을·겨울편) 『도시의 나무 산책기』 『슈베르트와 나무』 『나무를 심은 사람들』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2000년 봄부터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라는 사진칼럼을 홈페이지 솔숲닷컴(solsup.com)을 통해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눈다. 천리포수목원 이사, 한림대 미디어스쿨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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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시를 내고, 소화불량 효소를 뿜고, 꽃으로 위장하고……
환경과의 전투 끝에 이른 생존 전략
“식물에게도 하등동물 수준 이상의 지성이 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제자리에서 바람 불면 흩날리고, 눈 오면 눈 무게에 잎이 쳐진 나뭇잎, 나뭇잎은 그저 환경에 반응하는 수동적 존재이기만 할까? 저자는 오랜 관찰과 공부를 통해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나뭇잎은 곤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또 때론 주위 기온을 낮추기 위해 잎자루를 흔들고 있다는 내용으로 이 책의 첫 장을 연다. 다양한 식물들의 각축장에서 나뭇잎이 필수적인 양분을 생산하는 1차적인 방식은 증산작용과 광합성이다. 하지만 과연 그게 다일까? 생존의 위협 앞에서 나뭇잎은 어떤 활약을 펼칠까?
카스피해 인근 낙타가 많은 지역에 서식하는 이란주엽나무는 낙타에게 잎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낙타 키 높이만큼 가시를 낸다. 바늘잎이 가늘어 광합성 재료를 풍부하게 저장하기 어려운 소나무는 곁의 식물들에게 독을 내뿜는 방식(타감효과)으로 제 영역을 지킨다. 꽃잎이 작아 벌이나 나비 같은 매개 곤충의 눈에 띄기 어려운 수국은 꽃받침잎이 꽃잎처럼 위장해 풍성한 꽃차례를 자랑한다. 잎의 이러한 활약은 이동과 포식 등으로 목숨을 잇는 동물의 방식과는 다르지만, 전략과 전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충분하다.

나무는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낙타가 다가서지 못하도록 가시를 돋워낸 겁니다. 가시가 아니라면 낙타는 잎사귀에서부터 어린 가지까지 마구잡이로 먹어치우겠지요. 잎사귀를 낙타에게 다 빼앗기면 나무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광합성으로 양분을 만들어야 할 잎이 없어지게 되니까요. 그래서 나무는 생존을 위협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가시를 뻗어낸 겁니다. (…) 한곳에 뿌리를 내린 뒤, 꼼짝달싹 못 하고 모든 동물의 공격을 선 채로 당해야만 하는 나무들의 자구책이 재미있습니다. 또 꼭 필요한 만큼의 방어 수단으로 살아가는 나무살이의 효용성을 엿보게 됩니다.
_222쪽

『나뭇잎 수업』에서는 우리 곁의 가까운 나무들에 대한 지식과 독특한 나뭇잎들의 생태를 접할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연잎의 물방울은 왜 스미지 않고 굴러다닐까? 다육식물이 공기정화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플라타너스는 어쩌다 가로수로 선택됐을까? 홍단풍에는 정말 엽록소가 없는 것일까? 잎 위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수련도 있을까? 저자는 다양한 궁금증에 대해 친절한 해설은 물론, 직접 찍은 사진과 일러스트를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식물학 저작들을 접할 수 있는 것도 큰 수확인데 『공생자 행성』(린 마굴리스)을 통한 공생 이론, 『생명의 도약』(닉 레인)에 소개된 생명의 진화 과정, 『광대한 여행』(로렌 아이슬리)이 다룬 꽃잎의 탄생 등은 나무의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주요한 참고문헌을 제공한다. 이 목록을 경유해 다뤄진 식물들의 기지를 보노라면 “식물에게도 하등동물 수준 이상의 지성이 있다”(『식물 운동의 원리』, 1880년)는 다윈의 통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묘사화 잎의 정체에서 예수의 가시면류관에 얽힌 이야기까지
나뭇잎에 대한 인문 지식과 역사 지식의 향연

이파리에 쓰인 글귀 하나로 역적으로 몰려 죽음을 면치 못한 조광조의 기묘사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건의 발단이 된 ‘주초위왕走肖爲王’(조씨가 왕이 된다)이라는 글자가 적힌 나뭇잎이 무엇이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저자는 조선 중종 대 자라던 이 땅의 나무들 가운데 한자 네 글자가 쓰일 수 있을 만큼 잎이 넓은 나무가 무엇인지를 헤아리다 그 잎을 ‘오동나무’로 추측한다. 또한 법정 스님이 평생 아끼던 나무이자 당신의 수목장 나무로 잘 알려진 후박나무가 실은 ‘일본목련’이라며 오류를 바로잡기도 한다. 이처럼 『나뭇잎 수업』은 식물학적 지식뿐 아니라 동서양의 전설, 역사 등 나뭇잎을 둘러싼 인문적 지식이 촘촘히 펼쳐져 한 편의 나뭇잎 서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뭇잎의 생명 활동을 중심으로 나무와 식물, 나아가 지구상 모든 생명의 활동 원리까지 조망한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궁극의 지향점은 공생이다. 새 잎이 먼저 나온 잎의 빛을 가리지 않게 나는 것, 나무 한 그루가 여타의 나무와 적절한 거리를 두어 숲을 이루는 데에서 우리네 삶의 지혜를 배운다는 것이다. 자연계에서 식물은 제 몸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지만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생존은 공생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점, 나무살이와 사람살이의 공통점이다.

나무에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수관기피 현상이라는 게 있습니다(영어로는 ‘Crown shyness’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대개의 숲에서 볼 수 있지만 특히 침엽수 숲에서 보다 또렷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지요. 수관기피 현상 역시 나무가 효율적으로 광합성을 하기 위한 생존 전략의 하나입니다.
나무의 빛을 수용하는 부분에서 빛을 알아채고 주변을 인식해서, 곁의 나무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전략이죠. 서로의 양분 제조 과정, 즉 광합성을 훼방하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는 겁니다. 그런데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에서는 그 거리를 유지하기 쉽지 않겠지요? 그러다 보니, 나무들은 좁은 자리를 마치 퍼즐 맞추듯 차곡차곡 채워가되, 서로의 햇살을 방해하지 않는 겁니다.
_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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