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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더 이상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1장 좋아하는 사람을 어떻게 때려요, 어떻게 죽일 수가 있어요
- 두 딸을 잃은 아버지의 절규 | 만난 사람: 당진 자매 살인 사건 나종기 아버지
- 친밀한 관계를 악용하는 남자들 | 만난 사람: 유튜버 쯔양 사건 김태연 변호사

2장 사건 종결 내역: 연인 사이의 흔한 싸움
- 열한 번이나 신고했는데 목숨을 잃었다 | 만난 사람: 거제 교제 살인 사건 손은진 어머니
- <짚어 보기> 교제폭력 피해의 실태와 현황

3장 너무 많이 죽는데 위기감이 없어요
- 또 다른 가해자, 사법기관 | 만난 사람: 바리캉 폭행 감금 사건 이제 활동가
-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 | 만난 사람: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효정 부연구위원, 한국여성의전화 최선혜 사무처장
- <짚어 보기> 교제폭력 처벌 법제화 어디까지 왔나

4장 과거엔 피해자, 지금은 생존자, 미래엔 조력자 되고 싶어요
- ‘피해’를 딛고 살아가기 | 만난 사람: 교제폭력 사건 김지영 생존자
- 서로의 연대자가 되는 일 | 만난 사람: 한국성폭력상담소 박아름 활동가
- <짚어 보기> 한발 나아간 법제를 구축한 해외 사례들

나오는 글
저자 소개
저자 : 경향신문 여성서사아카이브 플랫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질 때까지 여성들의 목소리를 주변이 아닌 중심에 둔다’는 기치 아래 여성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교제폭력 문제를 다룬 ‘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 기획기사로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기획 : 임아영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성평등과 노동에 관심이 많다. 젠더와 계급이 교차하는 자리를 잘 기록하는 것이 요즘 목표다. 취재하며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하는 걸 좋아한다. 그 순간들을 잘 모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사를 쓰고 싶다.

기획 : 김정화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여성과 어린이, 청소년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말과 글을 통해 내가 몰랐던 타인의 세상을 한 뼘 더 들여다보는 일이 좋다. 사건 사고의 홍수 속에서 비관하고 절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

기획 : 이아름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그리는 일, 만드는 일만큼 알리는 일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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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단 한 번만 방치해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친밀한 관계 내 폭력
1장 ‘좋아하는 사람을 어떻게 때려요, 어떻게 죽일 수가 있어요’에는 ‘당진 자매 살인 사건’의 유가족인 아버지의 절규가 담겼다. 자매 중 동생의 남자친구가 동생을 목 졸라 살해하고, 곧이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언니까지 살해한 사건이다. 이혼한 동생이 알코올의존증으로 재활 시설에 들어가면서 만난 남자가 가해자다. 자매의 아버지는 두 딸이 죽고 나서야 가해자가 폭력 전과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고, 큰딸(언니)도 수년간 이어진 가정폭력으로 인해 이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남성 파트너로 인해 불행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던 자매는 더욱 돈독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런 상태에서 이들의 삶 속에 파고든 한 남자에 의해 자매가 동시에 살해되는 참극이 빚어졌다.

교제폭력, 가정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특성은 무엇일까. 사이버레커들의 협박을 계기로 세상에 공개된, 1000만 유튜버 쯔양의 교제폭력 사례가 그 특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첫째, 폭행·성폭행·갈취·불법 촬영 등 여러 범죄가 중첩된다는 점, 둘째, 협박이 두려워 피해자가 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 셋째, 피해자가 고립된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이런 폭력은 단 한 번만 방치해도 더 큰 폭력으로 이어지기 쉽고 급기야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쯔양의 변호를 맡았던 김태연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단 한 번의 폭행이라도 연인 관계에서 벌어진 것과 모르는 사람에게서 당한 것은 성격이 크게 다르다. 연인 관계의 경우 반복성이 없더라도 긴박한 상황이면 수사기관이 처음부터 나서야 더 큰 범죄를 막을 수 있다.”

젠더 위계를 인정하지 않는 수사 과정,
젠더 위계 인식 부재로 인한 입법 실패
2장 ‘사건 종결 내역: 연인 사이의 흔한 싸움’은 2024년 4월 동갑내기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하다가 사망한 ‘거제 교제살인 사건’을 다룬다. 전 남자친구는 자신의 전화와 메시지에 응답하지 않는 피해자의 원룸에 무단 침입해 피해자의 몸에 올라타 목을 조르고 머리와 온몸을 무차별 폭행했고, 피해자는 열흘 만에 외상성경막하출혈, 이어진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입원 9일 뒤 생명을 잃었다. 피해자는 사망 전 1년간 경찰에 무려 열한 번이나 신고했지만 이런 결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머니 손 씨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딸의 112 신고 내역 속 ‘사건 종결 내역’을 보면, 경찰은 번번이 쌍방폭행으로 처리하거나 피해자의 처벌 불원에 따라 수사를 종결했다(현행법상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다).

이는 “여성이 생존을 위해 자기방어를 한 것이 쌍방폭행”으로 처벌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신체적 우위와 그에 따른 정신적 우위까지 점하고 있는 남성의 권력을 철저히 무시한 결과다. 또한 유독 여성에 대한 폭력 범죄에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끼어 있는 현실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교제폭력 관련 법안은 19대 국회(2012년)부터 22대 국회(2024년)까지 여러 차례 발의되었지만, 아직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교제 관계’로 볼 것인지가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고려해 교제 관계 및 교제폭력을 정의했다. 미국 연방 법전의 ‘여성에 대한 폭력’ 항목에는 ‘데이트 파트너’와 ‘데이트폭력’ 개념이 규정되어 있다. 그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은 “로맨틱하거나 친밀한 사회적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으로부터의 폭력”이다. ‘친밀한 사회적 관계’의 존재 여부는 관계의 기간, 유형, 관계에 연루된 사람들 간 상호작동의 빈도를 고려해 결정된다. 영국에서 2021년부터 시행된 가정폭력법은 가정을 가족구성원보다 넓은 개념으로 다루어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포함시킨다. 이런 해외 사례를 연구보고서(〈젠더기반폭력으로서의 친밀 관계 폭력의 개념화와 대응 방향 모색〉, 2023년 12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소개한 김혜정 연구위원은 “친밀한 관계를 정의하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가의 의지가 중요한데, 젠더의 위계에 따라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인식부터 없으니까 논의가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인지 감수성 부재로 인한 재판 과정의 2차 가해
3장 ‘너무 많이 죽는데 위기감이 없어요’는 2023년 7월 발생한 ‘바리캉 폭행 감금 사건’을 훑어보며 사법기관이 저지르는 2차 가해를 짚었다. 경기 구리시의 한 오피스텔에 감금당해 머리를 바리캉으로 밀린 채 폭행과 협박, 얼굴에 소변과 침을 맞는 가혹 행위를 당한 엽기적인 사건이다. 생사의 기로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피해자는 이후 재판 기간 동안 대형 로펌 소속 가해자 측 전관 변호사들에 의해 또 한 번 짓밟혔다. “누구와 어떻게 성관계를 했느냐”, “얼마 동안 했느냐” 등 감금 및 폭행 피해와 전혀 상관 없는 질문 폭격을 받은 것이다. 가해자의 범죄가 피해자의 ‘바람’을 의심해서라는 이유였다. 그 과정에서 재판부는 어떠한 제지도 하지 않았다.

이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2차 가해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차별적 낙인을 찍는 것을 금지하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의 권고 사항에 위배되는 행태다. CEDAW가 202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한 회의에서 발표한 ‘여성에 대한 젠더 기반 폭력’ 관련 한국의 우려 사항이 이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또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김효정 부연구위원, 한국여성의전화의 최선혜 사무처장과의 대담을 통해 교제폭력 범죄에 관한 국가 차원의 명확한 관점과 그에 따른 공식 통계의 필요성, 입법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점 등을 폭넓게 논했다. 그리고 교제폭력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법 제·개정이 현재 어떤 상황이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정리했다.

자기혐오를 넘어 연대의 힘으로
4장 ‘과거엔 피해자, 지금은 생존자, 미래엔 조력자 되고 싶어요’에선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의 피해자가 사회적 압력으로 인한 자기혐오의 단계를 힘겹게 극복해 마침내 조력자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교제폭력 피해자 김지영 씨(가명)는 몇 년 전 남자친구에게 목을 졸리고 발로 밟히며 죽음의 경계에 이르렀었다. 바람을 의심해 그랬다는 남자친구의 말을 듣고 경찰은 ‘둘 다 잘못했으니 화해하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무엇보다 김 씨를 괴롭혔던 건, 연인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 자체였다. 그 와중에 위로랍시고 던지는 지인들의 말마저 하나하나 자신에게 꽂히는 화살이 되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은둔하던 김 씨를 일으켜 세운 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성폭력 전문 상담원 교육 과정’이었다. 거기서 배우고 수강생들과 대화하면서 김 씨는 단지 말이 아니라 온몸으로 그 사건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빚어진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 사건을 해석할 수 있는 언어와 논리를 갖추게 되었다. 그 힘을 기반으로 그는 자신을 넘어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을 향한 연대로 나아가며 회복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박아름 활동가와는 이 ‘성폭력 전문 상담원 교육’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했다.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성 불평등과 여성혐오적 연애 각본 등을 분명하게 인지하는 것이 피해 회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또 피해 생존자의 주변인들은 생존자를 어떤 태도로 대하고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 소개했다. 더불어 한국보다 먼저 교제폭력 범죄를 법제화한 국가인 호주와 스웨덴의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참고할 수 있는 모습들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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