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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탈주자

홀로 남은 소녀

복수의 다짐

추적자

겨울의 나비

미행

의혹의 실마리

조나단 1125호

소녀 저격수

되살아난 기억

에필로그: 마지막 임무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한정영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연구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JY스토리텔링 아카데미,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미래의 작가들을 위한 다양한 강의를 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청소년소설 『나는 조선의 소년 비행사입니다』 『히라도의 눈물』 『변신 인 서울』 『빨간 목도리 3호』 『아빠는 전쟁 중』 『천 년의 음모』 『바다로 간 소년』 등이 있으며, 동화로는 초등학교 국어 활동 교과서 수록작 『굿모닝, 굿모닝?』을 비롯해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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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위태로운 운명 앞에 선택받은 아이가 나타났다!

교과서 수록작가 한정영이 ‘가장 아끼는 작품’
“우리 안의 분노와 슬픔, 용기를 흔들어 깨우는 소설”

청소년소설은 물론 동화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축하는 한정영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소설 『소녀 저격수』는 주인공 설아가 잊어버린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동시에 자아를 찾아가는 역사판타지 소설이다. 그리고 인물이 가진 내면의 힘과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 앞에 자신이 선택받은 흥미로운 이유를 밀도 있게 전개한다. 작품을 읽다 보면 그 시기를 가로지르는 색다른 인물의 감각과 움직임에 나도 모르게 등장인물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독자에게 공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설아가 눈을 떴을 때 할아버지가 곁에서 자신을 간호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말로는 설아가 머리까지 다치는 바람에 기억마저 잃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일본군이 할아버지를 찾아와 앞으로는 산에서 사냥하지 말라며 위협했다. 결국 일본군 병사가 할아버지에게 총을 쐈다.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설아는 울부짖으며 상황을 외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할아버지의 죽음은 선명해져만 갔다. 이제 설아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했다. 그러다가 이전부터 들렸던 자신 안의 목소리에 의문을 가졌다. 나는 어떻게 배우지도 않은 총을 정확하게 잘 쏘고, 체력이 남다를까. 설아는 자신의 존재를 기억해 내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일본군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떠한 실험을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과연 설아는 어떤 아이였으며 잊어버린 기억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금 우리에게 과거는 기억에 있을 뿐이고, 알 수 없는 미래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미래는 과거를 닮아 가려는 속성이 있다고 합니다. ‘지난 이야기’를 쓰려는 이유의 대부분은 그 ‘기억’을 다지려는 것이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자꾸만 지난 역사를 닮아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비록 이 한 편의 이야기가 그 모든 것을 다 해낼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몸부림치고 싶었습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당겨진 방아쇠, 마침내 깨어나는 비밀

『소녀 저격수』는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다. 하지만 작가는 역사 소설이라는 전형적인 구도와 전개를 건드리며 ‘소설’이라는 중점에 무게를 뒀다. 책을 펼치면 「프롤로그: 탈주자」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역사라는 익숙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낯선 단어들이 끼어들어 소설을 구축하고 있다. 거기에 속도감있는 전개와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생생한 장면들이 뒤를 받쳐 준다. 소설 속 주인공 설아는 사냥하는 장면으로 이야기에 등장한다. 그러나 사냥이라는 행위가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아 버둥거린다. 토끼를 잡기 위해 올무를 뒀는데 두 마리가 잡힌 건 운이 좋았다고도 표현한다. 설아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며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아이 중 한 명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개는 깨져야 재밌다. 설아의 할아버지는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죽는다. 그리고 신화에서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면 소녀 저격수에서는 궤짝이 열린다.

숨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궤짝을 더 뒤졌다. 광목천으로 감싼 탄띠가 나왔고, 탄띠에는 못해도 수십 발은 더 되는 탄알이 촘촘하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쇳덩이로 만들어진 족쇄가 놓여 있었다. 이런 게 왜 여기에 있을까, 싶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족쇄의 한쪽에 낯선 숫자가 쓰여 있었다.
733-W1125.
이 숫자는 무엇일까? 이런 게 왜 여기에 담겨 있으며, 이것들이 모두 설아 자신의 것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떠돌았다.
p.79

설아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의심한다. 무심코 넘겼던 과거의 일부터 현재의 사건까지 의문투성이다. 소설은 아직 초반을 달리고 있지만, 재미 요소는 차곡차곡 쌓여 이야기를 부풀리고 있다. 이러한 점은 책을 읽는 청소년 혹은 모든 독자에게 흥미를 심어 주며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그리고 소설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비밀의 방아쇠가 당겨진 것이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심장을 겨눈다면 그건 너희가 될 거야.”

설아는 전적으로 스스로를 돌이켜 본다. 과거 몸이 다쳐 눈을 떴는데 곁에서 간호해 주신 할아버지마저 알고 보니 그저 남일 뿐이었다. 설아에게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도 없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스스로 부정하거나 모든 것이 거짓이라 느껴질 수도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작품은 역사 소설이라 칭한다. 그렇기에 한 나라의 왕이나 거대한 전투를 다루는 기존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방식을 넘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됐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설아에게는 이전부터 자신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설아가 위급한 상황에 더 또렷하게 울린다. 그래서 소설을 읽다 보면 설아 외의 목소리에도 집중하게 된다. 한 인물 안에서 뻗어 나오는 두 가지 목소리는 이야기의 공백을 채워 주는 동시에 다음 전개에 대한 기대로 나아간다.

늑대가 두어 걸음 더 이쪽으로 다가왔다. 바로 그 순간 머릿속의 누군가가 말했다.
‘살아야 해!’
동시에 뾰족한 송곳이 머릿속을 깊이 찌르는 듯한 통증이 빠르게 일어났고, 그 아픔이 실핏줄을 타고 온몸으로 번져 나갔다. 뒤미처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달아나!’
그 말을 신호로, 설아는 재빨리 뒤로 돌아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p.19

설아는 목소리에 동요된다. 할아버지의 죽음에도 ‘할아버지가 위험해!’라는 목소리가 개입해 머릿속 생각보다 마음이 앞서 행동으로 옮긴다. 이어서 자신이 배우지도 않은 총을 쏘고, 늑대와 날렵하게 싸우기도 한다. 무엇보다 일본군 방역부대 소속인 사사키가 소리치는 자신의 본체에 혼란스러워 진다. 어떠한 것이 진실일까. 하지만 설아가 할아버지의 손녀라는 것과 조선을 지키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는 건 분명하다. 그렇기에 설아의 총구는 조선의 반대편에 있는 상대를 향할 것이다.

화려한 겉모습 속 내면의 힘을 찾아서

SNS가 삶의 중심이 된 지금 흔히들 보여주기 식으로 자신을 꾸민다. 비싼 명품은 당연하고, 남들보다 더 좋은 것이나 희귀한 것을 찾아 애쓴다. 하지만 뒤로 한 발자국만 물러나 보면 그 빛나는 조명 아래 짙은 그림자가 끼어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 화려한 테두리만이 아닌 내면의 단단함을 기르면 조금은 더 나은 오늘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설아는 다짐한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자신의 굳은 의지와 관념은 꿋꿋하게 밀고 나가겠다고 말이다. 흔히들 자아를 성찰한다고 하는 것처럼 설아도 위기를 넘어 ‘자아’를 설립해 가는 것이다.

설아는 733부대의 담장 쪽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물론 두려움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 돌아갈 자신이 있었다. 아니, 어떻게든 살아 돌아가야 했다. 그러기로 백두 대장과 약속
했고, 홍윤도 장군도 ‘백두 대장도 대한항일군에 합류하기로 했으니, 너도 꼭 우리와 함께 했으면 한다.’며 돌아와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물론 그럴 것이다, 라고 설아는 다짐했다.
설아는 그들의 말만으로도 기뻤다. 이제야말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고, 쓰임새가 있는 사람이란 것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서였다. 아니, 그러기 위해 애썼다.
p.194

『소녀 저격수』는 설아의 목소리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이야기의 줄기 역할을 한다. 이런 소설의 플롯은 자아를 형성해 가는 청소년 시기를 빗대 오롯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주인공 설아와 역사적 바탕 외의 무수한 관점은 작품의 결을 돋보이게 한다. 작가의 말에 나오듯 ‘그 기억을 다지려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처럼 작품은 역사를 다지는 동시에 우리 안의 내면에 힘을 길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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