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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아빠(새싹멤버)
경고맨
샐리 엄마 은주
다큐멘터리 감독 안보미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
교양 있는 서울 시민 희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

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조남주
2011년 장편소설 《귀를 기울이면》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고마네치를 위하여》《82년생 김지영》《사하맨션》《귤의 맛》과 소설집 《그녀 이름은》《우리가 쓴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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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에게 집은 뭘까? 아파트는 뭘까?”
‘사는 곳’과 ‘산다는 것’의 의미에 관하여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꿈에 가깝고, 원룸과 같은 한시적 주거 공간이 늘어남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집’의 의미는 다르게 변화했다. 지역 공동체의 일원이자 한 개인이고, 아파트 주민이자 부동산 소유자이기도 한 《서영동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고된 몸과 마음을 누일 수 있는 보금자리라기보다는 자산을 올리기 위한 수단과 방법에 가까워진 집, 어느새 달라져 버린 ‘사는 곳’과 ‘산다는 것’의 의미를 유의미하게 조명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서영동 집값이 올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고가의 매매를 위해 대치동 부동산을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 회원 봄날아빠(〈봄날아빠(새싹멤버)〉), 검소하고 성실한 아버지가 부동산 투기로 돈을 굴린, 개발과 경기 호황 시대의 수혜자임을 끝내 인정할 수밖에 없던 보미(〈다큐멘터리 감독 보미〉), 학원장이자 학부모이면서 서영동 주민으로 자신의 학원 옆 노인복지시설 건설을 반대하는 가운데 치매 환자인 어머니를 요양하게 된 경화(〈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 고생 끝에 마련한 아파트값은 날이 갈수록 불어나지만, 이웃으로 인한 가족의 불행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마는 희진(〈교양 있는 서울 시민 희진〉)까지. 소설 속 인물들이 우리 동네, 우리 집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실로 ‘가진 사람들이 더한다.’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설은 그들의 사투를 비단 집값 경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너무나도 보통의 존재인 그들은 “집이 좋기도 싫기도 하고, 이 집을 가져서 다행이기도 불행하기도 했다.”라는 희진의 말처럼, 끝없이 사는 곳과 사람답게 사는 일 사이에서 분투한다. 그림자를 걷어내듯 소설이 끝날 때마다 투명해지는 ‘잘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우리 삶에 가장 완전하고도 불완전한 집을 통해 드러날 때, 그것은 별안간 순수하고 온전한 것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서영동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짙게,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그 삶의 체취를 한숨 깊이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산다는 것’에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나는 그런 유의 사람이 아니라는 착각,
불편하지만 보편의 진실을 마주 볼 용기

아이들의 새 학기 첫인사가 아파트의 평수를 물어보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오늘날. 《서영동 이야기》는 집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손쉽게 ‘급’의 기준으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암묵적이고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각인되는지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아파트 관리비를 운운하며 경비원을 향한 갑질을 합리화하는 주민들의 모습과(〈경고맨〉) 엄마의 세계에서 자신만은 ‘그런 엄마’가 되지 않길 바라면서도 타인의 실체를 알고 나서 묘하게 달라지는 은주의 태도(〈샐리 엄마 은주〉)는 분명 불편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모습은 ‘적어도 나는 그렇고 그런 유의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 안일한 마음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도 만든다. 그 불편하지만 보편적인 진실 앞에서, ‘2030 영끌족, 수도권 아파트 매수세 심상찮아’라는 기사를 보며 끌어모을 영혼도 집도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엘리가 느낄 패배감(〈이상한 나라의 엘리〉)은 그래서 더 안쓰럽고 씁쓸하게 다가온다. 《서영동 이야기》는 작가의 소설이 그러하듯, 불편함 끝에 느껴지는 연민과 그 안에 심어진 작은 씨앗 같은 용기를 마주하게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그 과정 안에서 “무척 어렵고 괴롭고 부끄러웠다”는 작가의 말이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다행이기도 불행하기도, 행복하기도 우울하기도 한
우리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하이퍼리얼리즘 소설
“가끔은 행복하기도 해요. 또 어떤 때는 갇혀 있는 기분이 들어요.” 《82년생 김지영》 속 지영의 말과 “다행이기도 불행하기도, 행복하기도 우울하기도 하다.”는 《서영동 이야기》 속 은주의 말을 통해 우리는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세상에 언제나 기쁘기만 한 삶은 없고, 언제나 슬프기만 한 인생도 없다. 모든 일이 다 잘될 수도 없고, 잘못될 수도 없다. 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삶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작가의 시선은 탁월하고, 우리 앞에 거울처럼 내비쳐진 삶의 단면은 이 책을 통해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작품 안에서 우리는 봄날아빠, 은주, 보미, 경화, 엘리 중 그 누구도 될 수 있다. 그 경이로운 공감을 경험한 뒤 “남 일이기만 한 일은 세상에 없더라고요.”라는 경화의 말을 곱씹어 보면, 서영동의 사람들은 그럼에도 조금 더 연대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억울하고 서럽”지만 또 “그 마음이 염치없어 부끄러워”도 하면서. 소설 속 사람들은 책장이 덮이는 순간까지, 또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분투할 것이다.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삶,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삶을 위해 분투하고 있을 것이므로.


■ 작품 줄거리

〈봄날아빠(새싹멤버)〉: 서영동 주민 커뮤니티에 어느 날 닉네임 ‘봄날아빠’의 게시글이 연이어 올라온다. ‘봄날아빠’는 좋은 학군, 편리한 교통에도 서영동이 다른 지역보다 저평가되었다고 주장하고, 주민들은 게시글에 남겨진 단서를 서로에게 대입하며 ‘봄날아빠’가 누구인지 추려내기 시작하는데…….

〈경고맨〉: 대기업에 다니는 유정의 아버지는 정년퇴직 후 서영동 우성아파트의 경비원으로 일하게 된다. 우연히 아버지의 일터에 들린 유정은 온갖 잡무와 불합리한 노동에 시달리는 아버지를 보게 되고, 어느 날부터 서영동 커뮤니티에는 ‘우성아파트 경고맨’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오는데…….

〈샐리 엄마 은주〉: 엄마의 세계를 유난으로 여기던 은주는 딸 새봄이 다니는 영어유치원의 학부모장이자 대형 로펌 변호사의 아내이고 자신보다 넓은 평수에 사는 케이 엄마에게 남모를 호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케이 엄마와 엮인 한 사건으로 은주는 케이 엄마 이서영이 안 좋은 소문을 달고 살던,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 이자영이었음을 알게 된다.

〈다큐멘터리 감독 보미〉: 다큐멘터리 PD인 보미는 아파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를 촬영하게 된다. 본인을 평범한 소시민 가정의 맏딸로 알고 있던 보미는 촬영이 거듭될수록, 아버지가 사고팔았던 서영동의 집들을 취재하면 할수록 자신이 누리던 것이 아버지의 부동산 투기로 인한 것이었음을 알고 괴로워하는데…….

〈백은학원엽합회 회장 경화〉: 서영동 바른영어수학학원의 원장이자 백은학원연합회 회장인 경화는 자신의 학원 옆에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선다는 사실에 서영동 주민들과 함께 반대 성명을 내기로 한다. 그러던 중 아들 찬이 교육을 위해 올라와 있던 친정엄마에게서 치매 증상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교양 있는 서울 시민 희진〉: 희진은 7천만 원 전세에서 시작해 조금씩 늘려나간 부동산으로 15억 대 집을 소유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랫집 남자가 찾아오는데…… “낮에는 애들만 집에 있나 봐요? 너무 뛰어. 너무 시끄러워요.”

〈이상한 나라의 엘리〉: 경기도 2년제 대학을 나와 바른영어수학학원에 보조 교사로 일하는 아영은 정규 강의를 하는 영어 강사가 되는 게 꿈이다. 게으름 없이 투잡, 쓰리잡을 뛰고 고시원에서 옥탑방, 원룸으로 거처를 옮기며 열심히 살아왔던 아영은 집을 바로 빼줘야겠다는 부동산 사장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 본문에서

거대한 파도가 마용성, 노도강을 휩쓸고 서영동까지 흘러왔습니다. 10억 언저리던 노블엔 34평형이 14억이 되었군요. 그래서 이 시세가 거품일까요? 아니면 이제야 제대로 평가받는 걸까요? 정답은 연달아 발표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수도권 공공택지 개발과 규제지역 추가 지정 계획을 내놓더니 오늘은 종부세 강화, 임대 사업자 혜택 축소, 주택 보유자 대출 봉쇄까지 왔네요. 강력 규제가 잇따른다? 절대 안 잡힌다는 뜻입니다. _36쪽, 〈봄날아빠(새싹멤버)〉
“아버지가 버렸는지 먹었는지 그 사람이 어떻게 알아요? 그 사람한테 이제 아버지는, 경비들은, 물러 터진 사과 넙죽넙죽 받아먹는 존재겠지. 버리면 뭐하고 딸한테 욕하면 뭐해요?”
좋은 마음으로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제사 떡과 식혜를 사 갔었다. 하지만 유정은 간식 봉투를 두고 경비실을 나오며 차라리 오지 말걸, 오지 말걸, 후회했다. 아버지는 불러 세우지도 조심히 가라고 인사를 건네지도 않고 멀어지는 유정을 바라보기만 했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창피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포기한 것 같기도 하고 결심한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버지 같지 않았다. _64쪽, 〈경고맨〉

“선생님, 혹시 제가 모르는 다른 사정이 있나요?”
케이 엄마에 대한 얘기를 할 줄 알았다. 두 아이를 모두 믿고 보내주신 분이고, 유치원 일에 누구보다 관심을 가지고 협조해주신 분이고, 그간의 신뢰와 애정이 있어서 차마 나가라고 할 수 없다는 그런 말들. 그런데 원장은 예상 밖의 이유를 댔다.
“이 동네 엄마들이 말이 좀 많잖아요.” _105쪽, 〈샐리 엄마 은주〉

지긋지긋하기는 은주도 마찬가지였다. 샐리 엄마도, 새봄 엄마도, 그런 여자들 중 하나로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생활도, 그런 여자들을 둘러싼 말들도, 오해도, 적의도, 정말 지긋지긋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대체 그런 여자는 어떤 여자고 그렇지 않은 여자는 또 어떤 여자인데. _109쪽, 〈샐리 엄마 은주〉

보미는 아버지가 검소하고 성실하고 영리한 어른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도성장기의 대한민국을 살았던 운 좋은 기성세대라는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규제가 촘촘하지 않고 취득, 양도, 보유에 따르는 세금 부담도 거의 없던 시절, 아버지는 투기에 가까운 횟수와 방식으로 부동산을 끊임없이 사고팔았다. 운도 좋았고 건설 경기가 호황이기도 했다. 이후 빌라를 원룸 건물로 리모델링해 월세를 놓았는데 디지털단지에 젊은 직장인이 많아 공실 한 번 없이 지금까지도 집안의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고 있다. 아버지에게 집은 뭘까. 아파트는 뭘까. _121~122쪽, 〈다큐멘터리 감독 안보미〉

가족은 115동 1102호를 떠나지 못했다. 보금자리를 옮긴다는 것은 빠르게 결정해서 금세 실천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다. 그렇게 시끄러운 윗집과 예민한 아랫집 사이에서 병들어가는 사이 집값은 계속 올랐다. 이사한 지 1년여 만에 시세는 15억이 되었다. 희진은 집이 좋기도 싫기도 했다. 이 집을 가져서 다행이기도 불행하기도 했다. 행복하기도 우울하기도 했다. _208쪽, 〈교양 있는 서울 시민 희진〉

학원 사이트에서 초등부 진도표를 확인하려고 크롬을 열었는데 포털 사이트 메인에 ‘2030 영끌족, 수도권 아파트 매수세 심상찮아’라는 기사가 떠 있었다. 아영은 기사에 나열된 30대의 사례들이 무척 낯설었다. 너무 다른 세상 이야기라 오히려 황당하지도 화가 나지도 않았다. 끌어모으면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영혼은 대체 어떤 영혼일까. 나는 영혼마저도 실속이 없네. 웃음이 나왔는데 솔직히 웃기지는 않았다. _240~241쪽, 〈이상한 나라의 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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