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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 9

울지 않기
1부 11
2부 145
3부 275

옮긴이의 말 289
저자 소개
저자 : 리디 살베르 (Lydie Salvayre)
2014년 공쿠르 상 수상 작가. 1948년 프랑스 중부의 오탱빌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스페인 내전 후 프랑스로 망명한 공화주의자들이었다. 툴루즈 근교의 오트리브 에스파냐 난민촌에서 성장했다. 툴루즈 대학교에서 현대문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고, 1969년 다시 의과 대학에서 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공부하고 부크벨레르에서 다년간 정신과 전문의로 일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1990년에 발표한 첫 소설 《선언La Declaration》으로 에르메스 첫 소설 상을 받았다. 1997년에 발표한 《유령회La Compagnie des Spectres》가 노방브르 상을 수상하고 문예잡지 〈리르〉에서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혔다. 이후 벗이자 탁월한 편집자인 베르나르 왈레를 모델로 한 소설 《BW》(2009, 프랑수아 비예두 상 수상)와 전설의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를 모델로 한 《찬가Hymne》(2011)를 발표하는 등 실존 인물들의 초상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 살베르의 작가적 역량과 인간 심리를 꿰뚫는 정신과 의사의 능력이 결합한 산문집 《일곱 명의 여자Sept Femmes》(2013) 역시 동일 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2014년에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한 소설 《울지 않기Pas Pleurer》로 프랑스 작가에게 최고 영예인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살베르의 작품들은 많은 나라에서 연극으로 각색되어 상연되고 있으며, 전세계 2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역자 : 백선희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 덕성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제3대학에서 문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로맹 가리, 밀란 쿤데라, 피에르 바야르, 리디 살베르, 로제 그르니에, 파스칼 키냐르, 야스미나 레자 등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옮긴 책으로는 『단순한 기쁨』 『피에르 신부의 고백』 『웃음과 망각의 책』 『노르망디의 연』 『마법사들』 『내 삶의 의미』 『레이디 L』 『흰 개』 『하늘의 뿌리』 『랭보와 함께하는 여름』 『폴 발레리의 문장들』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 『사랑 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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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14년 공쿠르 상 수상작
전 세계 양심의 투쟁으로 기록된 에스파냐 내전을 증언하는 두 목소리
자유롭고 존엄한 인간으로 살길 택한 이들의 아름다운 초상

《울지 않기》는 열다섯 살 에스파냐 소녀 몬세와 프랑스의 대작가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목소리를 교차시켜 에스파냐 내전을 입체적으로 그린 소설로, 2014년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저자인 리디 살베르는 에스파냐 내전 당시 프랑스로 망명한 공화파 부모를 둔 에스파냐계 프랑스 작가이며, 등단 25년 만에 프랑스 작가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인 공쿠르 상을 받았다. 1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공쿠르 상이 여성 작가에게 월계관을 씌워준 것은 이번이 아홉 번째로 2008년 이후 6년 만이다. 《울지 않기》는 공쿠르 상 발표 전에 이미 22만 부의 판매를 기록했고, 수상 후에는 거기에 25만 부가 더해졌다.

그간 공쿠르 상을 수상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여성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그린 것과 마찬가지로, 《울지 않기》 역시 한 소녀가 역사의 격동 속에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주축으로 한다. 소설의 주 화자이자 저자의 어머니이기도 한 몬세는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일어난 에스파냐 내전을 겪으면서 벽촌의 가난한 무학無學 소녀에서 현명하고 강건한 여성으로 홀로 서게 된다. 전위적인 만큼이나 짧게 타오르다 사그라진 혁명의 시간 안에서 소녀가 발견한 것이 삶의 환희와 영원한 사랑이라면, 소설을 이끌어가는 또다른 목소리의 주인공 프랑스의 작가 조르주 베르나노스가 목격한 것은 이데올로기라는 이름하에 저질러지는 비극이다.

환희에 젖은 몬세와 절망에 찬 베르나노스, 이 둘의 목소리를 하나로 엮어 에스파냐 내전이라는 사건에 입체성을 부여하는 것은 저자 리디 살베르이다. 살베르는 과거의 사건을 두 사람의 관점에서 균형 있게 그려냄으로써 에스파냐 내전이 거의 백 년 후인 지금-여기에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묻는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서 자유롭고 존엄한 인간으로 서는 쪽을 택한 작은 개인들의 투쟁과 같은 삶을 이야기한다. 《울지 않기》는 1936년의 여름의 기억만을 남긴 채 나머지 생을 모두 잊어버린 어머니를 위해 딸이 쓴 찬가이자, 역사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제각기 존엄한 자신으로 살아남은 작고 여린 존재들을 그린 초상화다.

그해 여름, 세상은 찬란하게 타올랐다 꺼졌다!

1936년 여름 바르셀로나. 열다섯 소녀 몬세, 삶의 환희를 발견하다
1936년 여름 마요르카. 작가 베르나노스, 광신에 사로잡힌 학살을 210일간 목격하다

에스파냐 카탈루냐 지방의 작은 시골 마을. 열다섯 소녀 몬세는 마을의 세도가 부르고스 집안의 하녀 면접을 본다. 부르고스 집안의 하녀가 되면 숙식이 해결되고 혼인 지참금도 마련할 수 있다. 조상 대대로 대지주의 억압 아래 지독한 가난 속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그것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안락한 삶이다. 그러나 몬세에게 그것은 굴욕이다. 그리고 때마침 전쟁이 일어나 소녀는 어느 집의 하녀로도 가지 않게 된다. 그 전쟁이란, 1936년부터 장장 3년 동안이나 계속될, 2차 대전의 전초전이자 에스파냐를 초토화시킨 에스파냐 내전이다.

같은 시기, 반공화정 우익 단체 ‘악시옹 프랑세즈’에서 활동하고 왕정주의자를 자처하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작가인 조르주 베르나노스는 에스파냐에서 공화정에 반대하는 군부가 가톨릭교회와 공모해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하는 것을 보고 고뇌에 빠져든다. 그것은 에스파냐 극우정당인 팔랑헤당의 푸른 제복을 입고 전쟁에 뛰어든 아들을 지지했던 그로서는 세계관이 뒤흔들릴 만한 충격이다. 범죄를 묵인하다 못해 숙청 군인들의 죄를 사해주는 가톨릭교회라니! 그는 빠르게 자신이 속했던 진영과 결별하고 용기를 낸다. 프랑스의 도미니크회 수사들이 발행하는 가톨릭 잡지에 사태를 고발하는 글을 연재하기로 한 것이다.

열다섯 나이로 에스파냐 내전을 겪은 소녀 몬세의 이야기와 프랑스의 작가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 풀어놓는 것은 몬세의 딸이자 소설의 저자인 리디 살베르이다. 살베르는 이 소설을 통해 1936년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 이후 칠십 년 세월은 모두 잊은 아흔의 노모를 약속된 죽음에서 얼마간이라도 떼어놓고 싶다. 그리고 소녀 몬세를 1936년 여름이라는 시간 속에서 영원히 살게 하고 싶다. 작가는 베르나노스의 《달빛 아래의 대 공동묘지》를 틈틈이 읽으며 에스파냐 내전을 통해 삶의 환희를 발견한 몬세의 이야기와 베르나노스의 경악에 찬 증언을 오간다. 그리고 베르나노스가 기록한 과거의 사건들이 자신에게 무슨 질문을 던지는지 곱씹는다.

스스로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한 민중, 공포체제 아래서 스러져간 무고한 사람들
카탈루냐 지방의 작은 시골 마을과 마요르카 섬을 온통 뒤흔든 내전의 풍경

도시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이 소녀가 사는 시골 마을까지 불어온다. 절대자유주의에 경도된 몬세의 오빠 호세는 모두가 똑같이 땅을 나누고 사랑과 노동이 기쁨 속에서 자유로이 이루어질 세상을 꿈꾼다. 호세는 마을을 변화시키기로 하고 사람들은 열광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열광은 의심과 불만으로 바뀐다. 그들에겐 “불하받은 묘지 터가 혁명의 붉은 장미 향기를 들이마시려는 욕망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호세는 여동생 몬세와 함께 도시로 떠난다. 그는 아나키스트 군대에 합류할 생각이다. 몬세는 새로운 세상, 도시에서 처음으로 삶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만난 모든 것이 지진처럼 그녀를 흔들고, 그녀는 평생의 사랑을 만나 새 생명을 잉태한다.

점점 호세는 거리마다 나부끼는 슬로건들이 공허하게 느껴지고, 무엇보다 훈련되지 않은 군인으로 전장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두렵다. 결정적으로 그의 등을 떠민 것은 거리 카페에서 들은 ‘같은 진영’ 사람들의 대화다. 그들은 놀이 삼아, 마치 사냥을 즐기듯 가톨릭 사제들을 죽인 경험에 대해 얘기한다…. “호세는 그동안 생각하지 않으려 철저히 멀리해왔으나 문득 요동치고 노호하며 그를 거세게 불러 세우는 진실 앞에서 더는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 호세는 팔마의 베르나노스처럼 증오의 물결이 진영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것은 허용되고 조장된 증오, 요즘 말로 하자면 콤플렉스를 털어버린 증오였고, 자족하며 공공연히 스스로를 과시하는 증오였다.”(139~140쪽)

베르나노스가 머무르고 있는 마요르카 섬의 ‘빨갱이 사냥’은 갈수록 그 기세를 더해간다. 그리고 처형이 자행되는 틈틈이 피 웅덩이를 철벅대며 사제가 죄를 사해준다. 베르나노스는 삶의 마지막 날까지 자신을 직시하기 위해 과감히 발을 내디딘다. 가톨릭의 도미니크회 수사들이 발행하는 잡지 [세트]에 글을 연재하기로 한 것이다. 그 글들로 인해 그의 머리에는 프랑코가 내건 현상금이 붙고, 그의 글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연재 불가 판정을 받는다.

망각의 세월을 건너 패배자로 남은 이들을 호명하고 생명을 불어넣어준 소설

호세, 몬세, 베르나노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위해 전 세계에서 에스파냐로 기꺼이 달려온 이름 없는 젊은이들은 모두 패배한다. 그리고 에스파냐 내전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유럽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시공간을 향해 성큼 건너가버린다. ‘어제의 세계’를 뒤에 남겨둔 채. 그러나 역사는, 몬세가 경험한 그 여름만큼이나 짧고 강렬했던 시간 동안 스페인에서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었음을 증언한다. 존엄하고 자유로운 사람들이 오랜 예속과 굴종의 역사를 극복하고 새 세상을 세우려 했었음을. 리디 살베르는 망각의 세월을 건너 이들을 호명하고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1936년 여름의 기억을 버팀목 삼아 한 생을 건너온 어머니를 위해, 우파는 물론 에스파냐 공산당과 유럽의 지식인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은폐되어 잊힌 절대자유주의를 위해 투쟁한 호세를 위해, 그리고 안전한 진영을 결연히 떠나 고독한 자유인으로 살기를 택한 “맑은 눈을 한 사자” 베르나노스를 위해 《울지 않기》를 쓴 것이다. 거센 역사의 흙탕물에 휩쓸려 잊혀버렸지만 가슴속 잉걸불을 간직한 채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혁명 같은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이념은 낡은 것이요 이상은 꿈이라고 말하는 오늘, 1936년 이후의 일흔 해를 모조리 잊은 채 오로지 그 뜨거웠던 여름의 기억으로 살아가는 늙은 몬세는 말한다. “무기를 하는 전쟁에서는 우리가 졌지만, 다른 전쟁에선 결코 패배하지 않았어! 내 말 듣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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