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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9
파란 표지의 일기장 18
벚꽃 피던 그 봄날 36
드디어 표지를 넘기다 71
너랑 친구가 되는 게 아니었어 102
선생님과의 데이트 115
아직 너는 내 곁에 있어 134
작별 인사 155

작가의 말 182
50쇄를 기념하며 187
개정판 작가의 말 191
저자 소개
저자 : 이경혜
어렸을 때 몹시 외로웠던 탓에 책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책이 아니었다면 괴상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책의 은혜를 많이 입은 덕분에 은혜를 갚는 마음, 빚을 갚는 마음으로 글도 쓰고, 그림책 번역도 하고 있습니다. 책 말고도 바다를 포함한 모든 물, 고양이를 포함한 모든 동물, 산신령을 포함한 모든 신, 만년필을 포함한 모든 문구류를 좋아합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그동안 낸 청소년소설로 『그 녀석 덕분에』 『그들이 떨어뜨린 것』 『새똥』이 있고, 기타 산문으로 『어느 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스물일곱 송이 붉은 연꽃』 『할 말이 있다』 『에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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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슬픈 죽음의 이야기가 환한 삶의 기반이 될 수 있기를,
보다 소중한 삶의 순간을 누리는 힘이 될 수 있기를”

당혹스러운 질문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수수께끼 같은 재준이의 삶과 죽음을 추적하는 동시에 사랑하는 친구를 잃고 슬픔에 빠진 유미가 애도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알고 보니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라는 문장은 재준이가 매일매일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시체놀이’에 힌트를 얻어 죽은 사람에게 자신이 살지 못하는 하루하루가 어떤 의미를 지닐지 생각하고, 그날그날 성찰한 내용을 일기장에 담아낸 것이다. 일기장에는 가족에게 느끼는 애정과 책임감, 유미와의 끈끈한 우정, 짝사랑하는 소희에 대한 설렘 등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고, 유미는 일기장을 통해 재준이가 그 누구보다 충실하고 열정적으로 하루하루 살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재준이가 유미 곁에 남아 있었더라면 좋았겠지만 혼자 남은 유미는 살아생전 재준이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 커다란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비로소 재준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문제도 똑바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2000년대 초반은 십대 오토바이족들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때였다. 실제로 작가는 2001년 한 소년의 죽음을 전해 듣고 비통한 마음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소년을 기리기 위해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한 소년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지만 여기에는 작가의 말대로 ‘어느 날 사라져 버린 어린 넋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오토바이 사고가 일부 불량 학생과 청년들의 비행으로 치부되던 시절, 작가는 거기에 담긴 특별한 의미와 정서를 읽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작가는 ‘어른이 해서 나쁜 짓이 아니라면 아이가 해서도 나쁜 짓은 아니며 아이가 해서 나쁜 짓이라면 그건 어른이 해도 나쁜 짓이라고’ 단언한다. 화장하고 담배 피우는 여자 중학생과 오토바이 타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자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이라고 할 만했다. 사회와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기준으로 어린 세대를 재단하고 지적하고 계도에 나설 때 아이들에게도 입이 있고 목소리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여기’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청소년소설이 시작되었다고 볼 때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가 청소년소설 장르가 성립되는 데 기여한 바는 보다 분명해진다. 20년 전에 쓰여진 작품이니만큼 두발과 복장 규제, 훈계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던 교사의 막말 등 당시 억압적인 학교 현장의 실상과 갖가지 사회적 편견이 잘 담겨 있고 당시 십대들의 고민과 욕망도 충실히 그려져 있다. 모든 클래식이 그렇듯 사회문화적 민속지의 역할도 겸하고 있지만 등장인물 각자의 감정과 생각, 행동에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년 전 청소년 유미와 재준이가 당면했던 문제들은 지금 얼마나 해결되었을까. 20년이란 한 사람이 태어나 성년에 이를 만큼 긴 시간이다. 이 책의 초판을 읽었던 당시 청소년 독자들은 이제 부모가 되어 기성세대에 진입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마침내 세대를 건너 공유할 만한 청소년소설을 갖게 된 셈이다. 이번 개정판을 맞아 작가는 “슬픈 죽음의 이야기가 환한 삶의 기반이 될 수 있기를, 보다 소중한 삶의 순간을 누리는 힘이 될 수 있기를” 하는 바람을 전했다. 삶을 좀더 충만하게 누리고 소중히 여기라는 것만큼 청소년 독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가 또 있을까. 이것이 바로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가 20년간 꾸준히 읽혀온 이유일 것이다.

책 속에서

그 시간에 재준이는 텅 빈 거리를 날아올랐다. 자유로운 새처럼,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그리고 추락해 부서졌다. 깨진 벽돌처럼, 믿을 수 없는 모습으로.

밤은 깊어도 죽음은 오지 않네……

재준이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17쪽)

내가 어른이 되고, 늙어 가도 너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아직 덜 자란 소년으로 남아 있겠지, 내가 소녀에서 여자가 되고,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도 너는 그렇게 풋풋한 소년으로만 남아 있겠지, 이 바보, 나쁜 놈, 왜 못 타는 오토바이는 탔냐구? 내가 못 타게 한다고 나한텐 말도 안 하고? 나쁜 놈, 친구 말을 들었어야지, 이 나쁜 놈…… (34쪽)

신이란 게 있다면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어……
나는 가슴속에 차오르는 분노를 그렇게 중얼거리며 뱉어냈다.
왜 신은 인간에게 죽음을 만들었으며,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만들었다면 낳은 순서대로 차례차례 데려갈 것이지 왜 이렇게 억울한 죽음을 만들어 내는지. (69쪽)

어른이 해서 나쁜 짓이 아니라면 아이가 해서도 나쁜 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해서 나쁜 짓이라면 그건 어른이 해도 나쁜 짓인 거야. 그러니까 귀를 뚫어선 안 된다, 이런 규율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아직 어릴 때는 자기가 한 일에 책임질 능력이 없으니 학교에서는 어떻게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좀 과잉보호로 여겨지지만 염색이나 귀 뚫는 걸 불량학생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거지. 그래서 막는 거고. (75쪽)

나는 마치 죽었다 살아 온 기분이었다. 그러자 문득 시체놀이를 하는 기분으로 이 세상을 살아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달라 보일까? 그러니까 앞으로 나는 죽은 척 하고 살아보는 것이다. (92쪽)
우리 엄마 역시 내게는 감옥이다. 모든 걸 자유롭게 풀어 주는 것 같지만 그러기에 나는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해야만 한다. 그것은 곧 모든 일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반항할 필요가 없는 대신 책임을 져야 한다. 그건 또 하나의 감옥이다. 결국 모든 부모는 자식들에게 다 감옥일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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