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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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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가족 5
다잘난군에게 무슨 일이? 9
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21
한밤중의 회의 36
이제 제 말을 믿으시겠어요? 47
뜻하지 않은 휴가 61
드디어 만나다! 78
그림자들과의 한판 89
어쩔 수 없잖아 105
바빠가족이 흘려보낸 아까운 시간들 115
소풍 136
작가의 말 144
저자 소개
저자 : 강정연
2004년 신춘문예 당선으로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쓴 작품으로는 동화책 『이상 몰래카메라였습니다』 『건방진 도도군』 『분홍 문의 기적』 『콩닥콩닥 짝 바꾸는 날』 『초록눈 코끼리』 『액체 고양이 라니』 『제로의 비밀수첩 쉿!』, 그림책 『고것 참 힘이 세네』 『길어도 너무 긴』, 동시집 『섭섭한 젓가락』 『레인보우의 비밀 동시집』 『그래도 용기』 등이 있습니다.

그림 : 정진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거장의 색 명화 컬러링북』이 있고, 『고종 황제의 비밀 지령』 『메콩강 마트』 『미술관 가는 날』 『분홍 아이』 『나의 보디가드 로봇』 『깡통 바이러스』 『쿵쾅! 쿵쾅!』 『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 등 다양한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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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바빠가족을 따라다니느라 혹사당한 그림자들,
우리는 너무나 오래 참아왔어요!

믿거나 말거나 ‘4세 고시’라는 게 있다. 유명한 영어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레벨테스트’를 지칭하는 말로, 알파벳 대문자를 읽고 쓰고 간단한 영어회화를 주고받는 ‘레테’를 위해 4세 유아들이 고시에 준할 정도로 수험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영유’에 얽힌 괴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설사 입학에 성공한다 해도 너무 빠른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별도로 보습학원을 또 다녀야 한다나. 남들보다 한발 앞서기 위해 시작한 선행학습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빨리 갖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 모든 사람들이 남보다 앞서 나아가려고 인정사정없이 옆 사람을 제치고 나서는 사회에서는 어린이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어린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일지도.
강정연의 『바빠가족』은 경쟁과 자기계발이 내면화된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유쾌한 판타지 소동극이다. 주인공은 즐거운시 행복구 여유로 82번길에 사는 ‘바빠가족’. 엄마·아빠·딸·아들로 구성되어 있는 가족으로 도로명 주소와 달리 어느 모로 보나 단란하지도 않고 멀쩡하지도 않다. 하루 종일 핸드폰으로 ‘살림하는 아빠’라는 유튜브를 보며 따라하기 바쁜 비교해씨, 회사일을 해내는 틈틈이 상사에게 아부하느라 정신없는 유능여사,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선망한다고 믿으며 우아한 여학생이 되기 위해 분주한 우아한양, 누가 맡기지도 않은 일을 재빨리 해치우고 잘난 척하는 다잘난군, 바빠가족은 너무나 바빠서 서로 대화는커녕 얼굴도 볼 시간이 없다. 바쁘게 사는 것이 지상 최대 과제라도 되는 것 같지만 누가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욕심 부리며 살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문제가 생긴 것은 다잘난군이 축구를 하러 나갔다가 운동장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면서부터다. 다잘난군의 발 끝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곰처럼 커다랗고 폭탄머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라서 도움을 청해 보지만 너무나 바쁜 엄마, 아빠, 누나는 다잘난군에게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다. 게다가 가만 보니 다잘난군뿐 아니라 바빠가족 모두 그림자가 뒤죽박죽 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한밤중 잠 못 들고 깨어 있던 다잘난군에게 비밀스러운 속삭임이 들려온다. “우리 그냥 ‘그 방법’을 써요! 우리는 너무나 오래 참아왔어요. 우리는 지금 피곤에 절어 있어요. 이대로 나가다간 우리도 ‘더바빠가족’ 그림자들처럼 까만 가루로 부서져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 거예요!” 알고 보니 바빠가족의 그림자들이 너무나 바쁜 바빠가족을 따라다니다가 지친 나머지 일종의 파업을 시도한 것이다. 그림자들이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남보다 뒤처질까 봐 불안하고 조바심 나십니까?
잠시 멈춰 그림자의 경고에 귀 기울이세요

이야기는 다잘난군이 이 긴급한 사태를 가족들에게 알리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그림자 가족들과 협상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처음에 바빠가족은 다잘난군이 골목길에 동전을 뿌리면서까지 그림자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안간힘을 쓰는데도 꿈쩍하지 않는다. 그릇도 박박 닦아야 하고, 상사를 모시고 갈 맛집도 찾아야 하고, 매일 시를 한 편 외워야 하는 등 할 일이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얼마나 바쁜가 하면 서로 얼굴을 까먹어서 엄마와 아들이 서로를 몰라볼 정도다. 작품 속에서 밤 열두 시가 되면 그림자들이 모여 회합을 갖는다거나 최종 수단인 ‘그 방법’을 쓸지 말지 의논하는 장면은 꽤나 섬찟하다. 하지만 한집에 살면서 가족의 식성도 모르고 밥 먹을 때 왼손을 쓰는 것도 몰랐다니 그것이 더 으스스한 일이 아닐까?
바빠가족은 스스로 원하는 만큼 스스로를 다그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딱히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일도 아니다. 하지만 바빠가족처럼 촌각을 다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바쁘게 살아가는 삶이 좋은 삶일 리 없다.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지위 같은 성취만을 좇느라 가족의 사랑이나 친구의 우정 같은 건 있는지도 모를 테니까. 아마도 바빠가족은 아무 생각 없이 사회가 가리키는 대로 탐욕과 경쟁을 삶의 원칙으로 받아들이고 고대로 따랐을 것이다. 바빠가족만 그런 것도 아니다. 남보다 뒤처질까 봐 불안하고 기회를 빼앗길까 봐 조바심 내는 것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고질병 같은 것이니까.
많은 문학 작품에서 그림자는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욕망이나 어두운 그늘을 상징해 왔다. 빛을 받을 때 가장 또렷하게 나타나고 어두운 곳에서 자취를 감추는 그림자는 그 자체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인 동시에 자아 분열의 위험을 경고해주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바빠가족』에서도 아무 문제 의식 없이 살아가던 바빠가족들은 그림자들의 경고와 위협을 통해 삶의 방식을 바꿔나가기로 결심한다. 물론 쉽게 될 리 없다. 후반부에 바빠가족이 그림자를 따라다니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그림자들의 고집이 아니었더라면 이웃에게 받는 따뜻한 환대와 최고의 강정 레시피, 교실 창가에서 친구들과 나누는 잡담의 즐거움,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함께 먹는 떡볶이의 맛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늦게라도 인생의 참맛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일 수밖에. 그런데 친구에게 축구공을 패스한 발놀림은 다잘난군의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림자의 것이었을까. 사실 그림자와 주인이 하나라는 건 그림자 이야기가 갖는 가장 심오한 대목일 것이다. 애초에 우리는 모두 우리 안에 그늘과 빛을 동시에 갖고 있는 법이니 말이다.
이렇듯 『바빠가족』은 유머러스하고 과장된 판타지를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우리 모두에게 발밑을 내려다보라고 권하는 동화이다. 2006년 초판으로 출간된 작품인데, 이번에 시대의 변화에 맞게 꼼꼼히 고쳐 썼다. 살림하는 엄마 대신 살림하는 아빠가 등장할 뿐 아니라 표현도 다듬었다. 여기에 정진희의 감각적이고 개성 넘치는 그림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두 번째 개정판이 출간되는 동안 슬프게도 우리 일상의 속도는 더욱 빨라진 것 같다. 여전히 이 작품을 읽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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