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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이 아니라 분홍 : 제29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우수상 수상작 - 고학년 책장
오늘책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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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6
폐족…15
설움이 터지다…23
부끄러움…36
홍염장 할아범…47
두려운 만남…60
함정…71
새로운 왕…82
아버지를 보내다…91
겨울이 다가오고…102
배신의 계절…109
함께 가다…118
사무친 원한…127
충의 마음…138
분홍으로 피어나다…150
글쓴이의 말…164
심사 위원의 말…166
저자 소개
저자 : 정현혜
오래도록 단어와 문장을 사랑했고, 카피라이터로 일했습니다. 드라마와 시나리오를 공부하다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동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에 <작아져서 좋은 게 뭐 있어?>와 <나는 운동화>로 푸른문학상을, 2016년에 <코야옹 상담소의 마송이>로 어린이동산 중편 동화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그림 : 전명진
고양이 두 마리와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습니다. 『달집태우기』로 앤서니 브라운 & 한나 바르톨린 그림책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거울 소녀』, 『하늘을 부르는 음악 종묘제례악』, 『미스터리 게시판』, 『비빔밥 꽃 피었다』, 『시간의 책장』, 『이름 도둑』, 『내 이름을 부르면』, 『헤르메스와 떠나는 저승 여행』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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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고려와 조선 사이, 충과 배신의 갈림길

조선 건국에 함께해 주길 바라는 이방원의 제안을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도’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한 정몽주, 작가는 목숨을 버리고 충을 선택한 역사 속 사건과 인물들을 불러왔다. 정몽주와 뜻을 같이하다 죽은 두문동 72인 중 맹가 가문의 뒷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했다. 죽음으로 자신의 충을 지켜 낸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러나 남겨진 어머니와 오라버니 학무, 란이는 고려의 충신, 명문가에서 지독한 가난과 손가락질에 시달리는 역적 가문으로 전락한다. 고려의 족쇄를 차고 조선에서 살아가는 학무와 란이에게 할아버지의 충은 의문투성이다. “할아버님, 위신이 뭐 그리 중한가요. 할아버님의 그 대쪽 같은 신념 덕분에 우리는 배가 고픕니다……. 멸시당합니다……. 고려면, 어떠하고 조선이면, 어떠합니까!”
할아버지는 고려와 함께 사라졌는데, 고려를 버리고 새로운 나라, 조선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누구보다 떳떳하게 살고 있다. 조선에 없는 것은 란이네 가문의 영광뿐이다. 하지만 란이는 더 이상 절망하고 주저앉지 않는다.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리고 올곧은 홍염장의 가르침과 아버지의 편지를 통해서, 자신에게 스승을 배반하길 요구하는 할아버지의 제자들을 통해서 충과 지조와 의리와 명분이 무엇인지 깨달아 간다. 자신에게 한 치의 부끄러움이 없는 것, 그 떳떳함을.

강렬하고 아름다운 염색의 세계

가난과 절망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란이의 눈을 끈 것은 붉은색이다. 란이는 그 붉은색을 염색한 홍염장 할아범을 한달음에 찾아가 제자가 되기를 간청한다. 염색은 남자들의 일이었기에 쉽지 않았지만, 란이의 굳은 의지와 당당함에 홍염장 할아범은 마음을 연다. 란이가 홍염장에게 배우는 홍화꽃 손질하기, 황색소 빼기, 잿물 만들기, 오미자초 만들기, 홍떡 만들기 같은 홍염의 과정에는 장인의 정성스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마당 가득 널려 있는 붉은색 천들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염색의 과정을 통해 란이는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일, 마음을 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운다. 홍염장은 가문의 원수인 이방원의 즉위식에 쓰일 천을 염색하고 있는 자신을 수치스러워하는 란이에게 가르침을 건넨다. “우리는 한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이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라. 염색은 마음을 쏟는 일이다.”라고. 그리고 그런 란이에게 염색한 천을 다시 잿물에 빨아 색을 빼는 ‘개오기’ 염색을 가르친다. 이는 란이가 마음에 상처로 얼룩진 색깔들을 빼 버리고 새로운 색으로 물들이기를 바라는 홍염장의 마음이다. 상처를 지우고 스스로 다시 서기를 바라는 깊은 마음일 것이다.

‘분홍’에서 답을 찾다

조선의 왕 이방원은 어느덧 홍염장이 된 란이를 찾아와 명주 백 필을 붉은색으로 염색해 달라고 명한다. 란이 가문에 대한 시험이자 다시 한 번 함께하자고 청하는 손길이기도 하다. 깊은 고민에 빠졌던 란이는 한 가지 다짐에 이른다. 염색은 ‘왕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머니를, 오라버니를,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염색이 완성된 날, 란이는 백성을 위해 기우제를 지내는 왕이 쏟아내는 아픔과 진심을 목격한다. 그리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돌아가신 홍염장 할아범의 호된 음성을 듣는다. “이렇게 탁한 진홍은 처음 본다. 당장 개오기로 색을 빼거라!” 란이는 붉은색이 빗물에 모두 씻겨 나가도록 내버려 둔다. 그것은 조선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피를, 원한을 씻어내는 의식이기도 하다.
명주 백 필을 다시 분홍으로 염색한 란이는 왕에게 ‘충의 색’이라 말한다. 그리고 왕은 란이가 건넨 오얏꽃과 분홍 천을 보고 그 의미를 깨닫는다. 분홍은 조선의 상징인 오얏꽃 색이며 피를 지운 색이라는 것을. 그러니 진정 충의 색이 맞다는 것을. 분홍 관복에 충의 뜻을 담으면 더없이 좋겠다고, 이제 더는 피 흘리는 정치가 아니라 백성만을 생각하겠다고.
란이가 염색이라는 세계에서 찾아낸 ‘진홍이 아니라 분홍’이라는 혜안은 ‘피를 지운 정치이자 원한을 지운 마음’의 상징적인 의미인 것이다.

심사 위원의 말 중에서
역사 동화의 의의는 단순히 역사를 재조명하는 데 있지 않다. 현재가 역사를 불러내는 이차원적 이유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 주기 때문이다. 란이 못지않게 현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은 란이 못지않게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더 이상 정답을 찾으라고 할 수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손쉬운 답을 알려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란이’라는 인물을 소개해 줄 수 있다. 세찬 변화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란이는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롤 모델이 되어 줄 것이다.
심사 위원 김혜정(동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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