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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것들
작업 일기 : 사마귀는 죽은 척한다
저자 소개
저자 : 김지연
2018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 『조금 망한 사랑』, 장편소설 『빨간 모자』, 중편소설 『태초의 냄새』 등이 있다.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제12회·제13회·제15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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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북다의 단편소설 시리즈
로맨스 서사의 무한한 확장, ‘달달북다’

‘달달북다’ 시리즈는 지금 한국문학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12인의 신작 로맨스 단편소설과 작업 일기를 키워드별(로맨스×칙릿, 로맨스×퀴어, 로맨스×하이틴, 로맨스×비일상)로 나누어 매달 1권씩, 총 12권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선보인다.
‘사랑’의 모양은 늘 위태로울 만큼 다양하며, 그것과 관계 맺는 우리의 자리 역시 매 순간 다르게 아름답다. 여기에 동의하는 이에게 새로운 로맨스 서사의 등장은 여전한 기쁨일 것이다. ‘달달북다’는 로맨스의 무한한 변신과 확장을 위해 마련된 무대다.

『조금 망한 사랑』 『마음에 없는 소리』 김지연
신작 로맨스 단편소설과 작업 일기

‘달달북다’의 여섯 번째 작품은 김지연의 『지나가는 것들』이다. 2018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지연은 전작 『조금 망한 사랑』 『마음에 없는 소리』를 통해 다양한 자리에 있는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며 희미하고 미약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삶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이번 작품에서 김지연은 미래를 기대하거나 미래를 그려본 적 없던 이십대 초반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불가능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랑의 미래에 대한 로맨스 소설을 선보인다.

불가능했던 것들이 비로소 가능해지는 사랑의 미래
지나가는 순간일지라도 함께하는 지금

“사마귀 같은 여자애를 좋아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김지연은 이번 작품 『지나가는 것들』을 통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마음’ 로맨스×퀴어를 키워드로 하여 뜻밖의 만남과 천진한 예언으로 시작된 두 여자의 연애 사정을 펼쳐 보인다. 느껴지지 않았던 미래가 느껴지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사랑이 느리게, 하지만 끈기 있게 뿌리내리는 과정을 그린다. 파도처럼 모든 파문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 혼자가 된 ‘나’는 어플을 통해 “사마귀 같은 여자애”(73쪽) ‘영경’과 만난다. 뿐만 아니라 영경은 “촉이 좀 좋”(16쪽)은 여자애였다. ‘나’가 전 애인을 잊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맞힌 영경은 ‘나’가 한 번도 분명하게 감각해본 적 없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느껴지네, 미래가…….”(16쪽)

모두가 버리고 간 서늘한 빈집에 들어가 불을 켤 때면 오롯이 혼자인 걸 들키는 기분이 들어 더 외로워지곤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겪어냈으므로 다음으로 무엇이 와도 크게 놀라지 않을 자신이 조금 붙었다. 그럼에도 영경은 내게 꽤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11쪽)

죽을 것 같으면 죽기 싫어서 먼저 죽은 척하는 사마귀처럼 지레 겁을 먹으며 “수동태의 삶”(43쪽)을 살아온 ‘나’와 조금씩 이상한 데가 있는 영경의 미지근한 만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언제 ‘이쪽’이라는 걸 알았냐는 영경의 질문에 ‘나’는 ‘지희 이모’를 떠올린다. ‘나’가 초등학교 고학년일 때 ‘나’의 집에서 하숙했던 지희 이모는 “쇼트커트, 워커화, 오토바이, 술 담배, 문신, 도장공”(38쪽)을 모두 하는 여자였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알게 된다. 여자가 그런 것들을 해도 된다는 사실을. 이번엔 ‘나’가 영경에게 언제 ‘이쪽’이라는 걸 자각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돌아온 영경의 대답은 ‘나’가 자리를 박차고 도망가고 싶게 만든다. “사실 난 아직 잘 모르겠어.”(33쪽) 과연 미미한 불씨를 품은 이 연애는 순탄하게 타오를 수 있을까?

무수한 빛깔의 파문이 파도처럼 휩쓸고 간 자리
뜻밖의 만남과 천진한 예언으로 시작된 연애의 사정

하지만 그 사람이 영경이라면. 영경의 그 시간을 함께 있어주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 영경이 나를 떠나버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왜 그런 최악의 경우만 먼저 떠올리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진짜로 닥칠지도 모를 일이 너무 무서워서 미리 예방주사를 놓는 건지도. 어차피 이 모든 시간은 지나가버릴 것이고 다가올 일들을 미리 당겨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나가기 전에는, 지금은 함께 있고 싶었다. (73쪽)

『지나가는 것들』은 이십대 초반인 두 여성 주인공의 사랑과 불안, 초조와 체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미래에 대한 전망을 김지연만의 은근한 방식으로 다룬다. 끝내는 지나가버릴 순간일지라도 함께하는 ‘지금’을 선택하는 인물을 경유하며 지금 이 자리에서 발견한 사랑의 미래를 그려낸다. 작품에 대한 작가의 소탈한 고민과 숨겨진 뒷이야기는 「작업 일기 : 사마귀는 죽은 척한다」에서 살펴볼 수 있다.
‘달달북다’는 12명의 젊은 작가가 로맨스×칙릿(김화진, 장진영, 한정현), 로맨스×퀴어(이희주, 이선진, 김지연), 로맨스×하이틴(예소연, 백온유, 함윤이), 로맨스×비일상(이유리, 권혜영, 이미상)의 테마를 경유해 각별한 로맨스 서사를 선사한다. 독자들은 오늘날 각기 다른 형태로 발생하는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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