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글쓰기 자체가 곧 실존이었던 사람, 카프카에게로 연결되는 아리아드네의 실
100년이 넘도록 숱하게 언급되며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프란츠 카프카. 이 책은 카프카 사망 100주기인 2024년에 뤼디거 자프란스키가 펴낸 카프카 평전이다. 글쓰기를 향한 카프카의 갈망과 사랑, 고통, 투쟁의 여정을 좇아 흐르는 이 책은, 카프카의 작품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글을 쓰는 카프카 자체를 자세히 관찰하고 섬세하게 추적한다. 그리하여 역자가 말하듯 “카프카를 한 인간으로 강조하는 데 성공”하였고, “두려움 없이 카프카의 작품을 읽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아리아드네의 실’”(319쪽)이 되어 준다.
카프카의 삶, 카프카의 문장
이 책에서는 카프카의 소설은 물론 논문, 편지, 메모, 일기 등을 두루 다룬다. 그가 남긴 수많은 기록은 자프란스키의 손에서 생생하고 명확하게 재탄생되었다. 카프카의 삶의 순간순간과 각종 문장이 교차하면서 만들어 내는 촘촘하고 아름다운 태피스트리는 카프카의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끔 독자를 이끌어 준다. 특별히 이 책에서는 카프카의 문장에 인용이나 강조 기호를 붙이지 않고 별색으로 처리하여, 그의 삶과 문장이 서로 녹아들어 흘러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매끄럽게 읽히도록 했다. 카프카의 삶, 카프카의 작품 그리고 카프카 문장들이 한데 어우러진 이 책을 읽음으로써, 글쓰기로부터 시작되고 이어져 온 그의 존재 그 자체를 다시금 깊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이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삶에서 하나의 흔적을 추적한다. 그것은 실제로 명백한 흔적이다. 즉 글쓰기 자체와 글쓰기를 위한 그의 투쟁. 그는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문학에 관심이 없지만 문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는 문학 이외 다른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_10~11쪽
책 ― 그것은 거의 신성한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읽는 사람에게도. 책은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카프카의 초기 미학적 신앙 고백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처럼, 우리가 우리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모든 인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숲속으로 쫓겨난 것처럼, 자살처럼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그런 책들이 필요해.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해. 난 그렇게 생각한다네. _23쪽
전날 저녁, 그는 그레고르를 죽게 했고 펠리체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울어요, 사랑하는 이여, 울어요, 지금이 울 때입니다! 내 짧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조금 전에 죽었습니다. 그것이 그대에게 위로가 된다면, 주인공이 모든 사람과 화해하고 아주 평화롭게 죽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조금은 위안이 될 겁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위로로 이야기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 죽어 가는 그레고르가 화해했을까? 그의 가족과? 카프카는 자신의 가족에 대한 증오가 너무 커서 ― 나는 가족 모두를 차례로 미워한다고 브로트에게 편지를 썼다 ― 모든 것을 화해적인 결말로 마무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서사적인 측면에서 단절이 있더라도 마지막 가족 구성은 악의적인 의미로, 즉 생존자들의 치명적인 승리로 실현되어야 했다. _93쪽
그동안 광기의 시간에 호되게 얻어맞은 후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 글쓰기는 미친 사람에게 그의 광기처럼(그는 광기를 잃으면 ‘미치게’ 될 것이네), 또는 여성에게 임신처럼 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가장 잔인하게도(엄청나게 잔인하지만 그것에 대해 나는 말하지 않네)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네. 여기서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글쓰기의 가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네. 나는 글쓰기의 가치를 매우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네. 글쓰기가 나에게 가지고 있는 가치도 (…) 그리고 그 때문에 온갖 방해로 공포에 떨면서도 계속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이네. 글쓰기뿐만 아니라 글쓰기의 일부인 혼자 있는 것까지도. _296쪽
카프카와 도라는 슈테클리츠의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인형을 잃어버린 채 울고 있는 어린 소녀를 만났다. 카프카는 그 소녀를 위로하기 위해 곧바로 짧은 이야기를 지어냈다. 카프카는 인형이 여행 중이며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이야기했다. 어린 소녀는 못 믿겠다는 듯 그에게 그 편지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편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내일 편지를 가져올 거라고 대답했다. 도라는 말한다. “카프카는 마치 작품을 창작하듯 아주 진지하게 작업을 했다. 그가 편지를 쓰거나 엽서를 쓸 때와 마찬가지로 책상에 앉자마자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건 그렇고, 그것은 다른 일들만큼 중요한 실제의 일이었다. 그 아이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실망에서 벗어나야 했고 정말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거짓말은 허구의 진실에 의해 진실로 바뀌어야 했다.” _3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