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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1부
언니들에게│식물 채집하는 여자│이웃│자몽허니블랙티│몬스테라의 불가피한 세계│팔짱 끼기│민어가 온다│히로시마│생일│귤밭 집│저지대 1│가장자리│코끼리의 말│와사비 토마토 계란이 미치는 영향

2부
우희│봄 제작사│비새는│당분간 사과│공중│오픈 헤어│물고기 울음│트라이엄프 튤립의 사라진 점들│서랍에 넣다│손들은 다 어디로│저무는 식탁│중구 순화동│옮겨 심은 조팝나무

3부
우설│폭염의 여름과 오지도 않을 겨울이│검은 보자기를 쓴 듯│나팔꽃 입술이 부푼│회양목│살구나무 환한 창문 때문에│그렇게 오랫동안│우로보로스│노루발│아마란스│할매 권법│개는 여전히 개의 밤을 보내요│익모초

4부
너는 특별하단다│우리는 사람이고│실업│애완의 탄생│비계공│펭귄이 그려진 패턴의 패브릭 받침│눈 뜨지 않는 물고기│빛의 침투

해설 _ 되찾은 리추얼의 힘 ㆍ 김학중
저자 소개
저자 : 박현주
시인 박현주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2010년 『시평』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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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슴 속 먼 곳에서 열려온 하얀 새벽
- 박현주 시집 『당분간 사과』


2010년 『시평』으로 등단한 박현주 시인이 등단 후 15년 만에 첫 시집 『당분간 사과』(달아실 刊)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89번으로 나왔다.

등단 당시 박현주 시인의 시를 심사한 심사위원들-신대철, 정호승, 고형렬-은 박현주의 시를 두고 이렇게 평가한 바 있다.

“박현주가 투고한 시 전편은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심상을 잘 통과한 뒤의 밝은 쪽과 그늘진 쪽 끝에 나와 서 있는 대칭을 보여준다. 언어를 의식 안에 내밀지 않는 그만의 독특한 조심성이 있다. 이 언어에 대한 조심성이 그가 품고 가야 할 작은 거울이다. 언어를 조석으로 씻는 그릇처럼 다루고 해가 져도 빛이 가지 않는 방(房)을 그 눈 안에 담아 그 끝이 어디까지 가는지 보여주기 바란다. (…중략…) 가파르고도 불편한 시의 길이 조금은 아름답게 여겨지고 또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등단은 또 한 시절의 무엇인가를 망각하는 일이며 다른 자아로 떠나는 길이다. 진정한 비평과 독자의 밝은 눈은 자신 안에 이미 있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손가락 위에서 반짝이는 너의 뒷모습’을 보기 바란다. 그래서 또, 날개가 있었던 그 어깨뼈를 조심스럽게 눈으로 만져보길 바란다.”

그리고 당시 박현주 시인은 등단 소감을 이렇게 적고 있다.

“(…전략…) 시를 쓰면서 사람과 꽃과 풀을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아니 시를 쓰기 전에도 내게는 원래 그런 습성이 있긴 했다. 사는 데에 조금은 불편한 일이었다. 시는 그래도 괜찮다고, 아니 그래야 한다고 나를 받아주었다.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광야에 나갔더냐(마11:7) 물으시는 말에 이제 대답을 찾아보려 한다. 왜 시를 기다려왔는가? 가난한 물음 앞에 서게 된 것이다. 나는 이제 그것들의 말을 들으려 한다. 듣지 못하는 것을 들으려 하는 것에 마음 먼저 열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후략…)”

그 후 15년이 지났고, 드디어 박현주 시인이 첫 시집을 묶어냈다. 박현주 시인에게 물었다.

(편집부) 2010년 등단 후 15년 만에 첫 시집을 냅니다. 첫 시집을 내기까지 상당히 오래 걸렸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박현주) 문장으로 질문하고 문장으로 답한 혼자만의 중얼거림이 시가 되었습니다. 밤의 근원적 질문을 시로 쏟아낼 수 없었다면 영혼은 자주 위태로웠을 것입니다. 시 한 편은 하나의 질문하는 태도라는 말이 내게 깊이 다가왔을 때, 미뤄온 시집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스탠드를 켜 나를 밝히는 일로 15년이 지나갔습니다. 작은 책상은 백지의 흰 눈 언덕, 나만의 발자국을 찍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편집부) 첫 시집을 묶는 소감이나 소회를 간단히 말씀해주신다면?
(박현주) 지나온 시간을 하나로 연결하고 묶으려니 갈피를 잡기 어려웠습니다. 주제와 시간의 패턴 속에서 순서와 의미를 찾아 한참을 헤맸습니다. 첫 시집을 묶으니 비로소 다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집부) 이번 시집을 통해 특별히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지?
(박현주) ‘사람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질문하고 싶습니다. 슬픔으로 혼자 남겨진 사람과 증오하며 갈등하는 존재 속으로 ‘사랑’은 어떤 얼굴을 하고 다가가는지 발견하고 싶습니다.

(편집부) 본인이 지향하는 시세계를 간단히 요약한다면?
(박현주) 우리 안에 숨은 생명력의 근원이 무엇인지, 우리를 되찾을 수 있는 회복의 힘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더 알아가고 싶습니다.

시집 해설을 쓴 김학중 시인은 “박현주 시인의 첫 시집 『당분간 사과』는 시적 영토에서 ‘리추얼’의 회복을 노래하는 시들로 가득하다.”며 다음과 같이 평한다.

“박현주는 첫 시집에서 이러한 ‘리추얼’의 회복을 노래했다. 이 회복은 상징적인 춤이며, 그 춤의 상징적인 리듬이다. 이 리듬은 우리가 사는 세계 속에서 우리가 정주할 시간을 ‘지속’시킨다. 자연적인 것들은 세계를 우리와 피로 엮는 사물들이며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열매들이다. 지금 여기는 이러한 풍요의 열매를 시장으로 은폐하고 있다. 이 은폐는 너무도 강력한 것이어서 풍요의 회복을 시도하는 ‘리추얼’을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보이게 하고 있다. ‘리추얼’은 셈되지 않는 것이고 화폐로 치환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생명이 생명이게끔 하는 생명력을 회복시켜주는 힘이며, 그 생명에 거주하도록 이끄는 힘이다. 그 힘은 상품이 되지 못하는 것이고 비가시적이며 불투명한 것이다. 그러기에 ‘리추얼’은 시적 언어의 세계에서도 추방되어왔다. 박현주는 이러한 ‘리추얼’에 감응하고 우리 앞에 그것을 회복시키는 것이 다름 아닌 시적인 언어이며, 시적 힘임을 보여주고자 시도하고 있다. 박현주의 시는 되찾은 ‘리추얼’의 힘을 노래하는 리듬이다. 이 리듬은 우리를 살게 이끌고 삶을 회복시켜주며, 삶을 촉발시키는 힘이다. 우리가 박현주의 시적 언어가 지닌 깊은 울림에 귀를 기울여보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박현주 시인의 등단 심사위원이기도 했던 고형렬 시인은 이번 시집을 이렇게 얘기한다.

“이 시집은 가슴 속 먼 곳에서 열려온 박현주 시인의 하얀 새벽이다. 변함없이 언어를 맑게 일깨우는 그의 시는 나의 기억에 사금의 아침을 디디는 발바닥이며 그 모래밭 속으로 밀려들어 가는 음악이다. 박현주 시인은 등단 이후 오랫동안 해가 진 저녁의 어둠 속에서 말을 포란(抱卵)한 채 자신의 아침을 기다렸다. 시편 하나하나 눈에 담고 다시 그 실러블(syllable)을 들여다보니 벅차고 아프며 자못 찬란하다. 어디서 온 시상의 아픈 구슬이며 상처들인지 시행마다 수평선에서 우리를 비추고 웃는 첫 햇살답게 은은하고 내밀하다. 박현주 시인은 자신을 저쪽 도시에 두고 이제 이 시집의 빛과 그림자를 가진 언어가 되었다.”

박현주의 첫 시집 『당분간 사과』 속에는 15년을 벼린, 15년 동안 숙성시킨, 은유의 언어와 문장들이 시집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어쩌면 당신이 차마 말하지 못했던, 말할 수 없었던, 내밀한 고백들과 마주할지도 모를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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