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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마지막 산책 7
밤이 고요한 것은 41
모자 75
미조 111
그들의 내력 147
마술이 필요한 순간 179
불면 211
장귀자 아카이빙 245

해설
급진적 무기체 되기를 거쳐 충동이 이끄는 무상의 증여로 281
양재훈(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308
수록작품 발표 지면 311
저자 소개
저자 : 홍명진
2001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고, 7년간 직장 생활을 이어가다 200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청소년소설도 쓰고 있다.
장편소설 『숨비소리』 『미스 조』 『우주 비행』 『타임캡슐 1985』 『앨리스의 소보로빵』, 소설집 『터틀넥 스웨터』 『당신의 비밀』 『고래를 기다리는 일』, 산문집 『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 외 청소년소설 『콤플렉스의 밀도』 『조용한 식탁』 『세븐틴 세븐틴』 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백신애문학상, 우현예술상, 김용익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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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홍명진 작가의 소설집 『밤이 고요한 것은』이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집은 우리가 익히 아는 목소리가 아닌, 잘 들리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각에 천착한다. 작가는 이질적이거나 주변부에 있는 존재들을 향해 다가가고, 그들이 머무는 공간에 자신을 조용히 놓는다. 이 소설집은 그렇게 말 많은 서사가 아닌, 들리지 않는 감각을 감지하고자 하는 문학적 태도에서 시작된다.

표제작 「밤이 고요한 것은」은 이러한 태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밤이 고요한 것은」은 돌발성난청을 앓는 화자가 이웃의 돌연한 죽음을 마주하며 세계의 불안을 감각하는 이야기를 통해, 일상의 균열과 침묵의 진동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돌발성난청으로 인해 감각의 단절을 겪는 주인공은 공공도서관에서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며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삶은 점점 예기치 않은 사건들로 흔들리는데, 다세대주택 위층에 사는 분홍 여사가 사라졌음을 인지하면서 화자는 세상의 고요 속에 숨어 있는 불안을 감지하게 된다. 밤이 고요한 것은 어쩌면 들리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도 많은 신호가 겹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세계가 소음이 아닌 침묵의 밀도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예민하게 환기시킨다.

이러한 태도는 소설집 전반을 관통한다. “답례 없는 순수 증여”로 존재를 구성하는 인물들, 삶의 가장자리에 머물며 끝내 중심으로 나아가지 않는 인물들, 연약함을 껴안고 스스로를 비워가는 인물들이 각 작품 속에 조용히 놓여 있다. 수록작 「장귀자 아카이빙」은 특히 이 소설집의 핵심 문제의식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기란이 ‘장귀자’의 생애를 기록하며 타자의 삶을 조명하는 아카이빙 서사로, 사라져가는 존재의 흔적을 담담하게 복원해 낸다. 작가는 이를 ‘말하지 않고, 중심에 서지 않으며, 타자의 삶을 조용히 감각하는 태도’로 표현한다.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사라지는 쪽에 가까운 이들을 향한 시선이 머물며, 다만 타자의 몫을 감각하는 자의 윤리를 정초한다.

이 외에도 소설집에는 다양한 삶의 변두리에서 고요히 존재를 감당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마지막 산책」은 병든 아내를 홀로 간병하는 노년 남성의 고독한 일상을 그린다.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을 스스로 끊는 그의 선택은, 존엄을 지키기 위한 조용한 결단으로 그려진다. 「모자」는 과거 인연의 부고 소식을 듣고도 집을 나서지 못하는 ‘나’의 정서를 다룬다. 고립된 삶의 무게로 나와 타자 간의 관계를 응시한다. 「미조」는 과거 동료 ‘미조’의 죽음을 상기하며, 공동체의 상흔과 죄의식이 시간의 틈에서 되살아난다. 「그들의 내력」은 조카의 죽음을 계기로 오랜 침묵과 갈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이야기다. 장례식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눌러두었던 가족 간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되며, 각자의 내밀한 내력이 서서히 드러난다. 「마술이 필요한 순간」은 중년 여성 화자가 연극을 시작한 딸과의 교감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서사다. 세대 간의 소통과 재생의 가능성을 따뜻하게 포착한다. 「불면」은 갱년기의 불면과 감각 과민 속에서 고립감을 견디던 주인공이 대낮에 오작동으로 울린 화재경보음을 계기로 불안을 선명히 감각하고 일상의 위태로움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그린다.

『밤이 고요한 것은』은 드러나는 이야기보다 드러나지 않는 감각에, 중심이 되는 인물보다는 중심을 비껴 선 존재들에 집중한다. 이 소설집에서 말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말의 여백, 침묵의 결, 그리고 사라져가는 존재들을 향한 조용한 감각이다.

고요히 밤을 견디는 사람들, 끝내 고요 속으로 사라지는 존재들, 하지만 그들의 몫을 기억하고 기록하려는 조심스러운 시선. 홍명진 작가는 말없이 남겨지는 것들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단단하면서도 조용한 문장으로 응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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