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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굴뚝의 높이
꽃돼지
돼지콜레라
검은책과 귀신 머리
채찍 허리띠
돈강말과 집회
황야를 향하여
학교 방송실 아나운서
내겐 아버지가 소중해!
돼지기름
절름발이 탁상시계
대신 써준 작문 숙제
멍 선생님과의 진지한 대화
가짜와 진짜
숨겨놓은 검은 책
저자 소개
저자 : 창신강
1957년 중구 톈진에서 태어났다. 현재 헤이룽장성 작가협회 소속 작가. 장편 《청춘의 황무지》, 《공기는 무료》 및 소설집 《노래하지 않는 참새》, 《열여덟 번째 청춘비》 등 50여 권의 작품이 있다. 1회, 2회, 6회 중국 작가협회 전국우수아동문학상 수상. 1994년 좡중문문학상, 제6회 숭칭링아동문학상, 삥신도서상 등 중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장편 《열혈수탉 분투기》는 한국 문화체육부로부터 2008년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그림 : 마위
시안미술대학 중국회화과를 졸업하였고 어린이를 위해 삽화 그리는 것을 큰 낙으로 삼고 있다. 그림책 《연꽃이 돌아왔다》가 2008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되었고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2009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되었다. 2013년 《손오공, 착하지!》가 상하이국제아동도서전 진펑처(金風車)아동상 및 국제원화창작도서상을 수상했다.

역자 : 백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학과를 졸업하고 타이완 동해대학 역사연구소 석사반에서 수학했다. 드라마, 영화 번역작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도서저작권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지하철》, 《내 마음의 정원》, 《뷰티플 라이프》,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차이나 마케팅》, 《도쿄 대재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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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960-70년대 ‘문화대혁명’이라 불리던 시기, 옥수수가 사는 중국은 정치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휩싸여 있었다. 중국 도시의 젊은이와 지식인들은 정부 당국의 명령에 따라 농촌 지역으로 이주하여 농민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집단생활을 경험해야 했다.
학교 선생님이었던 옥수수의 아버지는 검은책(금서)을 썼다는 이유로 갑자기 들이닥친 사람들에게 강제로 머리가 깎인 채 가두행진에 끌려다녀야 했다. 그리고 집에서 떨어진 먼 곳의 노역장에서 힘든 노동에 종사해야 했다.
어느 날 학교 방송반 면접시험에 친구를 따라갔던 옥수수는 장난삼아 동네 확성기 안내방송 흉내를 냈다가 면접관들에게 학교 아나운서 제안을 받는다. 하지만 옥수수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게 된 면접관들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방송실을 뛰쳐나온 옥수수에게 며칠 뒤 같은 반 여학생 천양양이 찾아와 아버지를 멀리하겠다는 각서를 쓰면 방송반에 들어올 수 있다며 설득한다. 그러나 천양양의 아버지는 자신의 집으로 들이닥쳐 책을 빼앗고 아버지를 끌고 갔던 선전대 대장이었다…….
보일러실에서 일하는 꽈배기 아재는 매일 석탄을 퍼 나르느라 씻지도 못하고 꾀죄죄하여 장가도 못간 노총각이다. 옥수수는 꽈배기 아재의 배려로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는 혜택을 누리면서 아저씨와 우정을 나눈다. 어느 날 꽈배기 아재는 색시를 얻어주겠다는 마을 단장의 꾐에 확성기를 고쳐 달러 굴뚝을 오르다가 떨어져 죽고 만다. 신문들은 꽈배기 아재를 ‘열사’라고 부르며 그의 죽음을 국가를 위한 희생으로 미화하려 한다. 옥수수는 작문 시간에 꽈배기 아재에 관한 솔직한 글을 써서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국어 선생님은 옥수수가 다시 상처를 입게 될까 봐 만류한다…….
리즈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놈들은 기르는 돼지들이고 자식들은 그다음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어느 날 애지중지하던 귀염둥이 새끼돼지가 돼지콜레라에 걸리자 리즈 엄마는 시름에 잠긴다. 병든 돼지를 땅에 묻어야 한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지지만 아줌마는 결국 몰래 식구들에게 병든 돼지를 몰래 끓여 먹이고, 리즈네 아홉 식구는 모두 온몸에 수포가 돋는 감염병에 걸려 집 안에 숨어 있어야 하는 신세가 된다…….
중국의 가장 추운 지방 중 하나인 헤이룽장성(흑룡강성). 높은 굴뚝이 솟아 있고 그 위에 큰 확성기들이 ‘보석처럼’ 잔뜩 달려 있는 마을. 열두 살 소년 옥수수라가 겨울 동안 겪었던 일들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창신강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책 속에서

높고 높은 굴뚝은 위대해 보였다. 나는 언젠가 그 꼭대기에 기어 올라가 높은 곳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베이징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고개를 조금만 더 치켜들면 아프리카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굴뚝은 단연 최고로 높았을 뿐 아니라, 굴뚝을 얼굴이라고 치면 뺨과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에 보석처럼 큰 스피커들을 잔뜩 달아놓았다. 그 소리는 여름의 빗소리처럼, 겨울의 눈보라 휘몰아치는 소리처럼 사람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장난기가 발동한 좐터우가 스피커 속의 낭랑한 여자 말투를 흉내 내며 말했다. “리즈 씨는 주목하세요. 리즈 씨는 주목하세요. 이 방송을 듣는 즉시 개처럼 꼬리 내리고 집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댁의 아궁이에 불이 났습니다! 댁의 집 아궁이에 불이 났습니다! 지금 댁의 집 아궁이에서 불이 나서 이불도 타고 있고 돼지우리도 불타고 있습니다! 지금 빨리 돌아가 불을 끄지 않으면 댁은 알거지가 될 것입니다. 댁은 곧 알거지가 될 것입니다!”

수레 위에는 아줌마가 일 년이나 먹이고 키운 돼지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아줌마는 걷는 내내 눈물을 훔쳤다. 눈물을 닦는 아줌마 귀에 돼지가 살이 포동포동하게 쪄서 예쁘다는 찬사가 들렸다. “세상에, 돼지를 어쩜 저렇게 포동포동 잘 키웠을까. 족히 이백팔십 근은 나갈 거 같아 보이네.”
아줌마는 그 소리에 바로 눈물을 멈추고 소리쳤다. “아니 이백팔십 근이라니! 삼백 근도 넘는다고요!”
아줌마는 거만한 얼굴로 말했다. “못 믿겠으면 따라와서 무게 잴 때 확인해 봐요!”
몇몇 사람들은 정말 수레 뒤를 따라 돼지 무게 재는 곳까지 들어왔다. 몇 사람이 힘을 합해 돼지 무게를 달아보니 삼백 근이 넘자 리즈 엄마는 득의양양했다. “나는 매일 이 녀석이 살찌는 소리를 들었다니까요!”

어느 날, 그 검은책을 비롯해 우리 집에 있는 책이란 책은 모두 빼앗겼다. 농장 광장에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누군가 거기에 불을 붙였다. 아버지의 검은책이 타고 있을 때 아버지는 현장에 계셨는데, 누군가 아버지를 잡아다 머리를 밀어 버렸다. 아버지는 안간힘을 쓰며 그들에게 말했다. “책만 태우면 될 것이지 왜 남의 머리까지 밀어요!”
머리 미는 사람이 말했다. “이런 검은책은 귀신이나 쓰는 거니까. 귀신이 한밤중에 몰래 와서 쓰는 거잖소. 그러니 이렇게 머리를 밀지 않으면 당신이 저 검은책을 쓴 귀신이라는 걸 알 수가 없지.”

좐터우는 자기 아버지가 겨울에 마차를 몰고 하얀 눈 덮인 농장을 지날 때 마차 위에 앉아서도 먹이를 찾아다니는 쥐새끼들을 채찍으로 때려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와 리즈는 좐터우가 하는 말을 듣기만 했을 뿐 직접 보지는 못했다. 사실 좐터우도 직접 본 적이 없는데 본 것처럼 허풍을 떨었다. 녀석은 또 여름이면 자기 아버지가 채찍으로 얼굴 주변에서 윙윙거리는 모기를 잽싸게 때려잡아 손에 올려놓고, ‘숫놈이군!’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뤼 단장은 무너진 무대 바닥 사이로 떨어졌다. 몇 초가 지나 우리가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실감했을 때 돈강말은 이미 무너진 단상 위에서 뛰어내렸고, 사람들은 길 한쪽으로 비켜서서 돈강말이 눈 덮인 담장을 뚫고 집회장 밖 머나먼 곳을 향해 질주하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얼굴을 심하게 긁힌 다뤼의 아버지는 총은 든 군인들에게 빨리 지프차를 타고 가서 돈강말을 찾아오라고 명령했다. 생포가 안 되면 총으로 쏴 죽여도 된다고도 했다.

그 애 아버지는 사람들을 시켜 아버지의 책들을 모두 묶어 마차에 실을 것을 명령했고,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물었었다. “마차 위에 있는 책이 당신이 갖고 있는 전부요?”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양양의 아버지가 으름장을 놨다. “만약 또 어디 숨겨둔 금서가 발견되면 당신 그땐 끝장인 줄 알아!”
나는 그때 아버지의 고통스러워하는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소장했던 모든 책과 자신이 쓴 책이 마차에 실려 가는 광경을 보고 절망하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탁상시계 옆에 초를 놓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탁상시계에게 말했다. “난 이제 남들에게 진실을 알려줄 거야.”
절름발이 탁상시계는 나를 향해 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탁상시계도 생명이 있고, 심장이 뛰고 있다고 느꼈다. 탁상시계의 눈은 촛불에 비추어져 밝게 깜빡이고 있었다.
나는 장젠서, 아니 꽈배기 아재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부터 차근차근 아재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그해 마지막 날 아재가 나를 위해 작은 목욕탕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고 색시를 얻고 싶은 꿈을 꾸고 있었다는 얘기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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