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제2의 지구와 새로운 외계 행성의 발견,
우리가 관여해야 할 우주 과학의 격전지
우리는 운이 좋았다. 가장 가까운 항성계에서 거주 가능 지역에 존재하는 외계 행성을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그 행성이 지구와 비슷하기까지 하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에 있는 프록시마b에 대한 이야기다.(184쪽) 더군다나 저자는 태양계 내에 거주 가능한 행성의 후보로 무려 7곳을 제시한다.(214쪽) 세티 연구소의 쇼스탁 박사와 나눈 대화를 소개한 대목이다. 쇼스탁 박사는 외계 지적 생명체에게 우리가 신호를 보내기 전에 전 세계적으로 과학적, 정치적 토론을 거쳐야 하며, 이 프로젝트가 과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인류의 문제라는 인식을 표출하기도 했다.(202쪽) 흥미로운 단신으로 지나치는 우주의 뉴스들에는 이처럼 우리가 직접 토론에 나서야 하는 것들이 의외로 있다. 해외에서는 시민 과학자와 천문학자들이 함께 미스터리한 별빛을 관측하며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프로젝트도 시행되고 있다.(205쪽) 좀처럼 설명이 되지 않는 일명 ‘태비의 별’의 밝기 변화를 둘러싼 연구였다. 새로운 발견 또한 계속된다. 빈 공간이라고 생각되었던 시커먼 우주에 새로운 망원경을 들이대자 수천 개의 은하가 발견되었다. 허블 딥 필드였다.(54쪽) 우리로부터 100억 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심우주는 더 이상 SF영화의 소재에 머물지 않는다. 다른 태양계에서 온 성간 소행성 오무무아무아를 두고 외계에서 온 무인 우주선일 가설을 세운 과학자도 있었다. 우주 생물학을 필두로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모여 외계 생명체 탐색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모두의 교양으로서의 우주
진리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하여
지은이는 새로 수립되고 전복되는 지식들에서 우리는 우리가 갖춰야 할 과학적 소양을 강조한다.(256쪽) 우주배경복사나 중력파 등 우주론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관측 결과들은 지난한 논증의 세월을 거쳐 하나의 진리로 서서히 세워진다. 과학적 소양은 이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이다. 패러다임은 과거의 진리가 틀렸음을 다 같이 확인하고 새로운 진리를 받아들이는 공동체의 한시적 앎이다. 이것은 비단 과학자들에게만 필요한 덕목은 아니다. 책은 과거의 우주론과 현재의 우주론을 대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이 과정을 오롯이 경험하게 한다.
우주배경복사가 관측되기 전 1959년, 우주론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앙케트에서는 대폭발 우주론과 정상 상태 우주론을 지지하는 비율이 33 대 24였다. 하지만 우주 배경 복사가 관측된 이후 1980년, 이 비율은 69 대 2로 벌어졌다.(16~17쪽) 이처럼 빅뱅, 즉 대폭발 우주론은 20여 년의 시간에서 근거를 갖추며 정착했다. 이는 뉴턴의 중력 이론을 뒤집은 아인슈타인을 검증하려는 과학자들의 100년에 걸친 노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독립적으로 봤던 뉴턴과 달리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은 상호작용하며 공간이 질량을 가진 물체에 의해 휘어진다고 보았다. 저자는 이를 다양한 관점에서 검증해 온 과학자들의 중력 렌즈 효과 등의 실험을, 초심자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우주의 팽창률과 나이를 정확하게 가늠하려는 ‘허블 상수 논쟁’도 비슷한 경로를 밟는다. 이는 현재 137억~138억 년 사이로 추정되는 우주의 나이에 관한 논쟁이다. 1970년대에는 우주의 나이를 100억 년으로 보는 팀과 200억 년으로 보는 팀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지금은 정밀한 관측으로 그 오차가 좁혀지며 독립적인 관측 결과들이 양립하는 새로운 토론으로 나아가고 있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관측 결과로 지금의 진리가 뒤집어지면 어땠을지, 그 설렘을 독자들에게 토로한다. 영원하고 절대적인 지식은 없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과학 지식이 성립하는 과정을 같이 경험할 수 있다.(258쪽)
《지구인의 우주공부》는 단지 스펙터클한 서사로서 우주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천체를 발견하고 검증하는 우주 과학계의 한 일원으로서 독자를 초대한다. 우주의 이슈를 선점하는 개발의 관점과 별개로, 순수한 앎으로서 밤하늘을 다시 바라볼 때 우리의 인식의 장은 한층 더 넓어진다. 지구인 중심적으로 보면 생명체란 오로지 산소 호흡에 적응하며 진화한 존재지만, 우리에게 죽음의 상징인 일산화탄소로 호흡하며 적응한 외계 생명체도 존재할 수 있다.(181쪽) 지구인이라는 확장된 자아를 지니고 우주를 바라본다면, 지구와 지구인 중심적인 시선은 자연스럽게 거둬진다. 현대 물리학의 쾌거였던 중력파 검출과 이제 막 비밀을 벗기 시작한 블랙홀(103쪽), 그리고 여전히 정체가 모호한 현대 천문학의 최대 난제 암흑물질까지, ‘지구인의 우주공부’는 이제 막 첫발을 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