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도대체 어떻게 이런 곳이 있는 거예요?
다 죽었다고 생각했어요. 돔 바깥에서는, 모두 다 죽었다고요.”
멸망한 세계 속 유일한 도피처, 그리고 비밀스러운 온실
‘2장 프림 빌리지’에서 독자가 만나는 인물은 2058년 더스트로 멸망해버린 세계를 헤매는 아이 나오미다. 붉은 안개와 함께 찾아오는 더스트는 살아 있는 존재라면 무엇이든 순식간에 죽게 만든다. 사람들은 돔을 씌워 그들만의 도시를 만들고, 유지를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더스트에 내성을 가진 탓에 피를 원하는 사냥꾼들에게 쫓기고, 실험 대상이 되어 고통받아온 나오미는 언니인 아마라와 함께 소문 속 도피처를 찾아 숲으로 향한다.
마침내 자매는 돔 없이, 내리는 비와 불어오는 바람을 고스란히 맞고서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프림 빌리지에 도달한다. 이곳은 거창한 이념이나 명분 없이 그저 사람들의 충실한 노동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리더인 지수만이 들어갈 수 있는 언덕 위 온실 속에 사는 식물학자 레이첼이 건네는 작물들과 더스트 분해제가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나오미는 믿을 수 없이 생기로운 숲속의 마을에 점차 스며든다.
하지만 평화란 영원할 수 없는 법. 프림 빌리지에 침략자들이 나타나고, 지수는 마을 사람들에게 준비해둔 식물들을 나누어주며 멀리 떠나라고 이야기한다. 숲 바깥으로 가서 식물들을 심고, 또 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라고. 마을을 떠나며, 나오미는 아마도 마음이 평생 이곳에 붙잡혀 있으리라 예감한다.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떻게 이처럼 작은 우리가 서로를 구할 수 있는 걸까?
‘3장 지구 끝의 온실’에서 독자들은 아영을 다시 만난다. 세계가 재건된 이후를 살아가는 아영은 멸망의 시대 한복판을 지나온 나오미의 증언을 들으며, 이제껏 머릿속에 따로 존재해왔던 수많은 퍼즐들이 하나의 온전한 그림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오미의 증언을 정리하고 데이터들로 뒷받침하는 작업을 거치면서, 아영은 묻혀 있는 진실을 찾아야 하는 과학자로서, 또 내밀한 기억과 마음을 가진 인간으로서 각각 뚜렷한 결론에 도달한다. 독자들이 아영과 함께 이 결론에 다다랐을 때, 마음속에서는 어떤 작용들이 일어날까.
한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품고 있는 것들은 말하자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순수한 탐구심으로 쓸모없어 보이는 대상에 열과 성을 다하는 과학자들, 세대를 달리하는 인물들이 존중과 존경으로 함께 나누는 대화, 세상의 풍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은 식물들의 모습, 매일같이 지구의 위기를 실감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품음직한 태도, 예상하지 못했던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 하지만 무엇보다 『지구 끝의 온실』이 향하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389쪽)라는 작가의 말처럼 바로 우리의 ‘마음’일 것이다.
독자들은 이미 작가의 첫 작품집을 통해 그가 얼마나 정확하고 부드럽게 이 마음을 탐구하고, 미처 자신에게 있는 줄도 몰랐던 지점에 가 닿게 하는지 경험한 바 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우리가, 어떤 마음들 때문에 어긋나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구하게 되기도 한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지구 끝의 온실』은 구하는 이야기, “탁월한 개인, 위대한 발견, 숭고한 희생이 아니라, 서로를 기억하며 지킨 작은 약속, 매일을 함께하는 동안 다져진 우정, 시간에 깎여나가지 않고 살아남은 사랑”(황예인 문학 평론가)이 서로를 구하게 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