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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장구이싱
말레이시아 북부 보르네오 섬 사라왁 출생이다. 1976년 타이완으로 건너와 타이완사범대학(臺灣師範大學) 영문과를 졸업하고,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1982년 타이완으로 귀화했다. 1978년 ≪협영록(俠影錄)≫으로 제1기 시보문학상 소설 부문 장려상을 받아 타이완 문단에 데뷔했으며, 1979년에는 ≪호랑이 무찌르기(伏虎)≫로 제2기 시보문학상 소설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1990년대 이후,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의 유년 시절을 창작의 기반으로 삼아 ≪세이렌의 노래(賽蓮之歌)≫, ≪말썽쟁이 가족(頑皮家族)≫, ≪코끼리 떼(群象)≫, ≪원숭이 잔≫, ≪나의 사랑하는 잠자는 남국의 공주(我思念的長眠中的南國公主)≫ 등을 발표했다.

역자 : 박희선
베이징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중어중문학과에서 강의했다.
신이우의 「약속의 날」, 솽쉐타오의 「형사 톈우의 수기」, 리숴의 「인간 공자, 난세를 살다」, 이린의 「시간에 갇힌 엄마」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권순자 시집 「천개의 눈물」을 중국어로 옮겼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월간 「시문학」에 중국 현대 시인선을 번역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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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하버드대 중문학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왕더웨이는 장구이싱의 이러한 서술방식에 대해 “화려하고 냉정한 수사를 통해 생명의 가장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서술해, 이로써 창작의 윤리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심지어 거리낌 없이 학살하는 주체가 소설 속의 일본인일 뿐만 아니라 서술자인 장구이싱 본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라고 평하였다. 그가 ‘냉정한 수사’라고 말한 것처럼, 잔인하고 비극적인 장면을 묘사하면서도 작가의 서술은 시종일관 담담하고 냉정한 관찰자의 태도를 보인다. 지극히 폭력적이고 참혹한 장면을 무심한 문체로 묘사해 오히려 그 폭력성이 더욱 강조되는 효과를 얻는다. 소설 속에서 묘사한 모든 사건이 특별한 개개의 사건이 아니라, 그 당시 그 시대에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는 인상을 준다.

장구이싱은 이 작품으로 2020년 7월에 중화권 문학계의 큰 문학상 중 하나인 홍루몽상을 수상하였는데, 심사위원 황쯔핑(黃子平)은 이 작품에 대해 “냉정하고 아름다우며, 복잡한 내용을 간결한 문장을 통해 표현하였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살육 장면을 묘사하고,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해, 독자의 독서 한계에 극한까지 도전한다. 삶과 죽음, 인간과 짐승, 선과 악 사이에서 그 자신만의 곡절 많은 역사 철학과 폭력의 미학을 구축하였다”라는 평을 남겼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은 대부분이 허구의 인물이고, 실제 모델이 있다 해도 허구가 많이 섞여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주바 마을을 침략해 통치했던 일본군 장교들은 모두 실존했던 인물로, 이들의 이름도 실명 그대로이다. 이 점이 작품에 진실성을 더해 준다. 소설은 이처럼 진실성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환상적인 서술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파랑 칼은 황당해하거나 냉소하는 등 감정을 표현하며, 게으름뱅이 자오씨가 기르는 머리 없는 닭은 머리가 없어도 울 수 있고, 다른 닭과 싸워 이길 수도 있다. 그 외에 처녀를 욕보이는 기름 귀신,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 머리의 모습을 한 귀신인 폰티아낙 등, 말레이시아 고유의 비현실적인 상징물이 등장해 소설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욱 짙게 만든다. 여기에 마을 사람들이 늘 아편을 피우면서, 혹은 아편을 피우지 못해서 금단증상 때문에 수시로 보는 환상까지 더해져 환상과 실제를 완전히 구별하기 힘든 기묘한 느낌을 준다.

이런 환상적인 서사에 더욱 큰 힘을 실어주는 것이 바로 동물에 관한 서술이다. 전작에서도 열대 우림의 여러 동물을 등장시켰던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작가는 큰 까치, 원숭이 등 각종 동물을 등장시켰는데, 그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단연 멧돼지, 정확하게는 보르네오에 서식하는 보르네오 수염돼지다. 이 멧돼지들은 일본군이 마을을 침략하기 전에는 마을 전체의 가장 큰 적이었다. 한편, 마을 사람들은 이 멧돼지의 새끼를 잡아다 길러 생계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멧돼지들은 강을 건너, 마을로 쳐들어왔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마찬가지로 마을을 습격했다. 이 멧돼지들은 보르네오섬 대자연의 일부이고, 마을 사람들이 극복해야 할, 혹은 더불어 살아가야 할 대상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멧돼지들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 이를 통해 작품의 기본적인 분위기를 구축하였다.

등장인물들은 인간성과 부정직함 그리고 약점과 선함을 공유한다. 소설은 종종 판타지로 전환되는데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현실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태평양 전쟁 때의 보르네오 섬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가 인상적이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문명화 과정에서 피와 잔혹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따라서 삶과 죽음, 사람과 짐승, 선과 악의 관계를 재구성하게 만든다. 음험한 문학적 상상력과 역사적 진실이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그 결과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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