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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가장 높은 곳의 가장 낮은 집
기분 문제 아니던가
궁핍은 그저 불편일 뿐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오늘 생존법
우다다 달리는 고양이들만 있으면
작은 탐험
추방의 기억
굶지 않는 백수는 얼마나 축복인가
도박 같은 삶
인간의 열세 살은 언제나 맑다
수줍은 아이, 시큰한 콧등
소우주의 별
참아주는 마음
관용 받아요, 배려 받아라
걷는다는 것이 이토록 아름답다니
패션에 대해 말하자면
약자였던 사람이 잘 아니까
백수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에 지녀야 하는 인연
까미노 아미고
도착통
오르막 숲을 오르자
그게 내게 여행이다
착하게 살고 싶어서
언덕길에서 채집한 것
화양연화
위층 아저씨
친구 어머니의 모과차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
최광희TV의 실험
모순이 차고 차서 흘러넘치면
노력하지 않기 위한 노력

2부
파도가 다가올 땐 정면승부
그람시가 말한 대로
릴에 사는 그의 고향은
파리 사람들 그리고 수정 씨
그래서 어쩔 건데
진짜 원흉
사람이 아니라 개다?
대화의 ABC를 건너뛰면
그들이 틀어진 이유
어느 날 귀인을 만났다
사실은 정중한 그
연예인병
춤추는 평론가
왕관도 쓰지 못했는데 묵게를 견디라니
솔직할 각오
느낌력
긍정으로 포장된 침묵
젠틀한 허세
설익어서 맛없다
노년의 두 모습
언제 한번 밥 먹자
갑의 언어
미스터 황과 그의 작은 고릴라
새한테 한 욕
너는 누구니?
다양하니까 예뻐
미워하기 때문에
좀비를 보았다
뒤처질까 두려워
조커는 없다
욕망의 전송
반쪽짜리 태평성대
탄수화물 끊기보다 어려운 건
별종의 좌표

에필로그
저자 소개
저자 : 최광희
영화평론가 겸 글 짓는 이.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서 도발적이고 엉뚱한 언행을 일삼아 “미치광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3년부터 중학교에서 도덕, 사회, 영화 인문학 등을 가르치는 강사로 일하고 있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의 다가구 주택 반지하에서 두 살 많은 작은형과 함께 산다. ‘평화로운 가난 속에서 단정하게’를 모토로, 필요한 만큼만 벌고 쓰며 불합리한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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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천연덕스러운 생각의 향연
통념과 고정관념에 반하기

지구라는 시공간에서 인간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고정관념에 물들지 않는 방법이 있기나 한가. 자신만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어렵고 때론 두렵다.
최광희는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 내용이 통념이나 고정관념을 깨는, 그래서 다수의 사람에게 불편한 이야기가 되어 비난을 받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해서 내가 욕을 먹는다 하더라도 저 사람은 왜 저런 말을 할까? 하며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이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13쪽)

그의 말처럼 “왜 저런 말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글들이 이 책의 군데군데 놓여 있다. 1부에 있는 ‘관용 받아요, 배려 받아라’를 보면, 빨래방 세탁기에 운동화를 넣었다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고 ‘세탁기에 사과’한 일화가 나온다. 삐딱해 보이기도 하고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의문이 드는데, 타인의 실수에 관용을 베풀지 않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꼬집는 작가의 생각을 읽게 되면 세탁기에 한 사과가 일순간 기발함으로 변모한다.

그의 ‘천연덕스러운 생각의 향연’에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차려져 있다. 작가에게는 이야기꾼의 면모가 보이는데 어쩌면 과거에 사회부 기자로서 현실 세계의 사건을 낱낱이 파헤쳤던 일과 기자를 관둔 후 시작한 “지구상의 숱한 고통과 그로 인한 감정을 더 많이 수집할 수 있는”(119쪽) 일인 영화평론가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그의 글엔 현실이 조명되고,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인간의 특성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서핑을 통해 얻은 지혜, 어쩌다 새한테 욕한 사연, 연예인병에 걸렸던 일, 귀인을 만나 펍을 운영하고 늦깎이 중학교 선생이 되어 겪은 아이들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십 년 가까이 함께 방송하고 있는 최욱 진행자에 대한 글까지. 이 밖에도 여러 이야기들이 68편으로 구성돼 있다. 최광희의 글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운 이들에겐 해방감을, 새로운 관점을 원하는 이에게는 반가움이 될 것이다.

봉천동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와 온전한 ‘나’

봉천동은 어린 시절 작가가 자란 공간이자, 이혼 후 돌아온 장소이다. 1부 곳곳에 배치된 봉천동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은, 복닥복닥한 동네 정취와 그 속에서 길어 올린 가족사와 작가 내면의 소리가 어우러져 있다.

“너무 일찍 떠난 아버지. 평생 이렇다 할 직업이 없어 가난을 물려주고 간 아버지. 아들에게 아버지 되기의 롤모델을 보여주지 않은 아버지. 그래서 내겐 아버지 콤플렉스가 잠재돼 있었다. 아마도 내가 자식을 낳지 않은 것은 좋은 아버지가 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54쪽)

“어쩌면 누군가에게 아무 조건 없이 베풀고 싶은 마음이 어머니의 천성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운명적인 가난이, 그래서 남편, 자식들과 돈 때문에 악다구니를 쓰며 살아야 했던 세월이, 어머니의 심성을 모질게 만들어 왔던 것이 아닐까.”(125쪽)

“작은형은 신용불량자다. 매일 우편함에 독촉장이 쌓인다.(46쪽)
“작은형은 내게 화낼 권리가 없다. 나는 어린 시절 그에게 ‘존나게’ 얻어터지고 백수가 된 중년의 형을 어루만지는 글을 쓴다.” (82쪽)

아버지의 삶을 한국 현대사의 맥락 속에서 재구성하며, 그가 왜 도박 같은 삶을 살았어야 했는지 가늠하는 아들. 10원짜리 하나에도 덜덜 떨며 산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뒤 이웃에게 베푸는 모습을 보이자 사실 그러한 모습이 어머니의 천성이 아니었을까, 추측하는 아들. 어린 시절 형에게 맞고 살았지만, 이제는 집안의 약자가 되어버린 형을 용서하는 동생. 감정적으로 판단을 하지 않고, 식구들이 처했던 상황을 고려하고 납득해 나간다. 이러한 작가의 관점은 도리어 선명한 여운을 남긴다.

“나는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챙겨주는 관계 안에서 온전히 나 자신이 된다. 그런 관계망 속에서 너는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결혼이 도대체 무엇인지 잘 헤아리지 못하고 가족을 이루느라 놓쳤던 것들을 찬찬히 끄집어내 복원하려고 한다.”(91쪽)

또한 전처와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격려하며 따듯한 감정을 나누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사람은 소중한 관계 속에서 온전히 ‘나 자신’이 되며 성숙한다는 것을 환기하게 된다.

코믹평론 개척자
대체불가 캐릭터 “미치광희”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타인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크게 다를 때 사람은 괴리감을 느낀다. 최광희는 “미치광희”라는 대체불가 캐릭터로 <매불쇼>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었지만, 괴리감으로 인해 방송을 떠난 적이 있다.

“관심의 형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칭찬하는 형식, 저주하는 형식 (…) 그래서 나는 그때 그만두었던 것이다. 더 하다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에 걸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190쪽)

“나는 불합리와 부조리를 참지 못하는 성미를 가지고 있다. (…) 그런데 부조리 속에서 웃음을 뽑아내야 한다는 강박은 나를 두 배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191쪽)

그는 한 해 동안 유럽을 떠돌고, 방송에 복귀한다. 이전보다 유연해진 마음으로 “어쩌면 평론의 근엄한 젠체를 깨는 시도가 될 수도 있다”며 사고의 전환을 한다. 영화란 본디 일상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도구가 아니던가? 그래서 작가는 지루한 평론을 하는 것은 ‘배신과 죄악’이라는 통념을 깨는 철학을 몸에 두르고 평론가로서 자신의 좌표를 설정한다.

그는 여전히 (스스로 ‘연예인병’이라 일컬으며) 괴리감을 지고 살아가곤 있지만, 여러 가지 일이 중첩되며 어느새 “미치광희”라는 별명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미치광희”에 붙은 괴로운 부분까지 감당하려 애쓰는 작가의 생각을 읽다 보면, 사람이 무언가를 하기 위해 견뎌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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