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우리나라는 장구한 역사를 지나는 동안 숱한 외침을 받았고, 일제 35년간 나라 없는 설움을 경험했으며, 해방과 동시에 분단의 비극 속에 살고 있다. 오늘날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유래 없는 두 체제가 극도로 불균형한 지정학적?지전략적?지경학적 단층대 위에서 공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 갈 젊은이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윤석열 정부는 미중 경쟁과 미러 갈등에 휩쓸려 북방외교를 스스로 단절했다. 그리하여 미일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신냉전 구도에 갇혀 유라시아의 역동적인 변화를 놓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남태평양에서 진행되는 미중일의 영토 분쟁에 대해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라 한반도 머리 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북극·북태평양 헤게모니 쟁탈전에 긴장해야 할 때다.
지구온난화는 전 세계가 대응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북방을 기회의 땅으로 변모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세계 160개국 이상에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으며 에너지와 수산물 자원 또한 풍부하다. 자원 빈국인 우리는 미래의 성장?번영과 결부된 러시아의 지경학적 가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한편 북극을 오가는 길이 열리고 있다. 북극 항로와 철의 실크로드는 21세기 물류 혁명의 상징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북극 항로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복구 건설시장 또한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파병까지 했던 이라크에 우리 기업의 참여가 실망스러웠던 과거의 교훈을 반추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협력하면서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과도한 경제적 진출을 우려한다. 러시아로서는 지리적 근접성, 강한 근육질의 경제력, 숙련된 노동력, 최첨단의 기술력, 경제 구조의 상호보완성 등 모든 것을 종합할 때 한국만큼 바람직한 경제 파트너를 찾기 어렵다. 러시아는 남북한 관계에 대해 갈등이 아닌 평화적 공존을 위해 균형된 입장을 유지해 왔으나,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으로 말미암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러 양국 간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말았다.
이제 한러 관계 복원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준비할 때다. 맹목적인 이념 논쟁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역내 갈등을 해소하고 동북아 평화를 주도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런 역량이 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원조받는 나라에서 최단기간에 원조하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2021년에는 선진국으로 등극했다. 젊은 세대에게 엄청난 문화 역량이 있다. K-팝의 위상이 막강하여 중앙아시아 오지에서조차 방탄소년단을 모르는 청소년이 없을 정도다. 2024년 제33회 파리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예상외로 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그 주역 또한 2030세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우리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경제 선진국, 문화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업화와 민주화와 세계화를 동시다발적으로 이룩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제 외교적 과제가 남았다. 안보는 평화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군사적 억제와 외교적 지혜가 두 축을 이루어야 한다. ‘논제로섬’의 지정학적 균형 외교, 명실상부한 자강 외교 및 국익 우선의 실용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 2045년은 광복과 분단 100주년이 되는 해다. 저자는 그때를 통일의 원년 삼아 남북한이 하나 되기를 기원하며 함께 꾸는 꿈이 한민족의 거대한 비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구태여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2030세대가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서 북한 땅을 지나 북방으로 진출하는 기회의 장을 열면 가능한 일이다. “북방정책은 가치를 넘어 생존의 문제요, 북방으로 향한 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