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미래가 기대되는 사회파 소설가,
여실지의 첫 장편 소설
여실지 작가는 번역가 활동을 하던 중 자신의 글을 쓰기로 다짐하였다. 주로 성장 플롯을 다루는 어린이, 청소년 소설을 번역하였고 혐오를 배척하거나 연대 의식을 강조하는 영미 소설의 영향을 받았다. 작가 본인은 사회적인 이야기에 섬뜩한 장르성을 더하는 것이 자신의 작가적 지향이라고 말한다.
『난기류』는 그러한 작가적 지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잔뜩 날이 벼려진 시선으로 현대 사회의 공포와 불안의 요소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프레임으로 포착하였고 사회파 소설로서의 의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선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항공사, 승무원 조직이라는 현장에 생생하게 구현하였다.
사회 구조적 문제란 권력관계 사이에서 발생, 증폭되기 마련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부분의 갈등은 지배층과 피지배층 사이에서가 아니라 피지배층과 피지배층 사이에서 일어난다. 지배층이 만든 위계의 틀 안에서 더 악한 위계를 만들고 상대적 지배층으로 자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일부 피지배층의 존재 탓이다. 작가는 지배층을 시스템(소설) 밖으로 보내고 피지배층이 서로의 목덜미를 무는 풍경을 논픽션 못지않은 사실성으로 재현해 냈다. 더 나아가 숙련된 서스펜스로 극적 긴장감을 부여하며 상징적 주제 전달이라는 성취까지 확보해 보인다.
발군의 캐릭터라이징, 조화로운 캐릭터 앙상블!
유기적이고 현실감 있는 군상극
『난기류』는 알파에어 승무원인 두 여성의 이야기를 1부와 2부로 나누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1부는 주인공 이수연이 입사하기 전 해당 자리의 선임이었던 박은하의 이야기를 조명하는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그녀의 자살과 그 사건에 반응하는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군상극으로 전개된다. 박은하가 어떻게 피해자가 되어 가는지, 그 주변인들은 각자의 처지에 맞게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인물별로 다르게 인식하는 하나의 사건을 다중 시점 스토리텔링을 통해 유기적이고 생생하게 구현한다. 작가는 그 작업을 통해 다층적인 내러티브를 형성하는 데 성공하고 2부 이수연의 이야기를 폭발시키기 위한 빌드업을 마친다.
이수연의 이야기는 1부와 달리 다중 시점이 아닌, 이수연 중심의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부를 통해 다양한 군상이 생생하게 입력된 덕에 입체적 캐릭터성과 다층적 관계성은 더욱 촘촘하게 쌓아 올려진다. 그 사이를 헤쳐 나가는 이수연의 서사는 더욱 드라마틱한 힘을 얻게 되고, 그 힘은 이 소설의 결말이 사회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에 대한 위로로 확장되는 데 있어 중요한 코어가 된다.
이처럼 여실지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잘 짜여진 구조를 통해 서사 작품에 있어 인물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해 냈다.
해설, 대담, 에세이, 칼럼이 곁들여진
[ 직장 내 괴롭힘 ]을 바라보는 깊고 다채로운 시선
사이드미러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층적으로 조명하는 시리즈로서 소설뿐 아니라 다채로운 시선을 담을 수 있는 지면을 포함한다.
『난기류』에서는 먼저 선우은실 평론가가 사회 구조적 문제 아래 탄생하는 ‘괴물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괴물성’과 타인의 ‘괴물됨’을 주시하자고 권한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이자 소설가인 이현석 작가는 여실지 작가와의 대담을 통해 작가의 소설적 기반과 작업으로서의 『난기류』를 흥미롭게 탐구한다. 작가 에세이에서는 여실지 본인이 왜 『난기류』를 쓸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해 진솔하게 고백한다. 사회파 소설가로서의 작가적 소양과 직장 내 괴롭힘의 현상, 원인 그리고 작가의 바람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닫는 글인 사회학자 노명우의 글은 우리가 직시하고 되짚어 봐야 할 현실을 날카롭게 보여 주면서 다시 머리를 차갑게 만들어 준다. 격정적인 서사로 인해 한껏 뜨거워진 독자들의 마음은 부록의 텍스트로 인해 냉철한 이성을 품게 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가 모두 필요함을 말하는 듯한 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