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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
나는 이렇게 그림을 그린다

그림 그리면서 알게 된 것들
그림은 손재주가 아니라 눈재주다
어련히 그릴 수 있는 건 없어
아름답게 보는 재주
소실점, 만날 수 없어서 사라진다 했을까?
인생이 선 긋기 같더라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지우개의 쓸모
외워 그리는 그림, 외워 사는 인생
빛은 어둠으로 그린다
그림은 시간으로 그린다
물은 사라지더라도 추억은 스며든다
그림은 나이로 그린다
저자 소개
저자 : 이기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그림’과 ‘글’의 활자가 묘하게 닮아서 ‘그림’이 어쩌면 ‘글임’이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어쨌든 그림이나 글이 사라지는 매일을 담아두는 데 제격이라서 매일의 장면을 그리고 쓰면서 ‘기록’을 시작했다.
누구나 그림을 좋아하기를 바라면서 유튜브 ‘이기주의 스케치’를 시작했고 37만 명의 구독자가 사랑하는 채널이 되었다. 쓴 책으로는 『그림 그리기가 이토록 쉬울 줄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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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림 그리면서 알게 된 것들

‘나도 그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많은 이들에게 불어넣어 준 작가 이기주가 이번에는 그의 글과 그림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매일 스쳐 지나가던 편의점, 날마다 오가던 골목길, 평범한 나무 하나에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순간 일상은 특별해진다. 새로운 곳을 방문한 여행자가 모든 순간을 놓치려 하지 않는 것처럼 그림 그리기는 지루한 일상을 여행으로 바꿔준다.
이 책에 담긴 글과 그림은 특별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다. 매일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풍경과 사람들,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변해 가는 계절, 주말에 찾아가 시간을 보낸 카페 등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하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는 것과 그런 시간들을 그저 흘려보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나의 하루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 보기를, 일상의 모든 것들이 소중해지는 작은 변화를 일으키기를, 그리고 그 시작이 『그리다가, 뭉클』이기를 바란다.

그림 같은 인생, 인생 같은 그림

“그림은 인생이다. 지우개를 쓰지 말고 실수한 선을 그냥 놔둔 채 그대로 거침없이 그려간다. 지금은 마음에 남아 괴롭지만 나중에는 실수한 선이 나만의 독특한 문양이 된다. 그렇게 인생은, 그림은 예측할 수 없어 아름답다.” _176p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얼 그릴지 정하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주제를 정했다고 바로 그리기를 시작하는 건 아니다. 우선 막 쓰는 종이를 펴고 아무거나 그린다. 손 근육을 푸는 방법이다. 이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는데, 먼저 구도를 잡아야 한다. 종이 위에 가로, 세로 3줄씩 9등분하여 좌표를 긋고 어디에 배치할지 표시하면 그리기가 훨씬 쉬워진다. 인생이든 그림이든 갈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같은 것이 있다면 쉬워지는 법이다.
이제 선을 긋는다. 두렵지만 틀려도 그 위에 다시 그으면 되니까 용기를 내야 한다. 삐뚤어진 선도 내 그림의 일부다. 흠 없는 인생은 없는 것처럼. 웬만큼 그렸으니 더 잘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자꾸만 지우개를 써서 되돌리려 할 때도 있지만 이는 종이만 너덜너덜해질 뿐이다. 그림이나 인생이나 지우는 것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밝은 것을 그릴 때는 주변을 아주 어둡게 그리면 된다. 빛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림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시간이 어둡게 느껴진다면 동시에 눈부시게 밝은 빛이 그려지고 있는 중이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인생을 닮았다.

시간이 스며든 그림은 더 아름답다

“물은 사라졌지만 색은 스며들어 흔적을 남긴다. 지나온 시간이 만든 무늬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인지 그때는 미처 몰랐다. 휘청거렸던 삶의 궤적마저 물과 색이 만든 이 그림만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이제 생각한다. 그땐 말라 없어지는 것조차 힘에 겨웠고 아쉬웠는데 이제 돌아보니 그게 그림이었다.” _250p

수채화를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이다. 물이 적당히 말랐을 때 다음 색을 칠해야 할지, 완전히 말랐을 때 칠해야 할지 그동안의 경험으로 결정해야 하고, 종이에 색이 스며들어 제 색깔을 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눈에 보이는 물감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각자의 이야기 또한 그림에 스며들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그림은 살아온 시간으로 그리는 것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여든 살에 그리는 그림은 그 누구의 그림보다도 스며든 이야기가 훨씬 많기에 더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다가, 뭉클』을 덮고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어 글이든 그림이든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잃어버린 일상의 틈새를 나만의 글과 그림으로 채워 보는 것이야말로 ‘그리다가, 뭉클’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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