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중국에서 그런 말을 하면 위험하지 않아?”
걱정스럽게 물었더니 투르크가 “흥!”하고 거칠게 콧방귀를 뀌더니 열변을 토했다. “오스만은 투루판에서 최고급 교육을 받은 인재야. 그런데 그런 인재에게 중국 정부는 농사지을 걸 권하지. 이게 말이 되나? 신장의 위구르인들에겐 인권이란 게 없어. 좋은 직업은 다 한족들 차지지. 위구르족에게는 아예 기회 자체가없어. 그래서 이곳의 위구르족 대부분은 겨우 벌어먹고 사는 형편이야. 도대체 이 땅이 누구의 땅이지? (중략) 하여간 한족들은 다 나쁜 놈들이야!” _ 26p
중국 정부가 외치는 ‘하나의 중국’은 그 속에 들어가 보기 전엔 꽤 그럴싸하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샤오장은 항상 광동이나 광주에서 왔다고 할 뿐 홍콩에서 왔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본토인들은 “홍콩에서 왔다”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고, ‘홍콩 사람’이라고 하면 “그럼 넌 중국인아니냐?”하고 화를 낸단다. 심지어 함께 다니는 동안 어떤사람이 그녀 면전에서 “중국 사람인데 중국말 잘 못하네”라며 비아냥거리는 모습도 봤다. 당시는 2003년, 홍콩이 중국정부에 반환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홍콩 사람은 철저한 이방인이었다. _30p
발차 시간이 임박해 시작된 검표 과정은 역시나 아수라장이었다. 악다구니를 벌이는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던 승무원 하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줄 서요! 외국 사람도 있는데, 창피하지 않아요?”
중년 여인의 사자후가 먹혔다. 중국 생활을 시작한 지 1년만에 사람들이 줄 서는 모습을 보게 됐다. _54p
코라를 도는 동안 계속해서 등에 포대를 맨 장족 아이들을 만났다. 도대체 무엇하는 아이들인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코라를 돌면서 사람들이 버려놓은 쓰레기를 수거하는 학생들이란다.
“힘들지 않아?”
“안 힘들어요. 이렇게 쓰레기를 주우면서 코라를 돌면 보람도 있고, 공덕을 쌓는 일이니까요.”
그 아이들이 성자(聖者)였다. 기껏해야 열서너 살 남짓한아이들이 자기 덩치만 한 포대자루를 무거운 쓰레기로 가득 채워 코라를 돌고 있었다. 비록 며칠을 씻지 못한 건지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때가 꼬질꼬질한 얼굴들이었지만, 눈은 티 없이 맑았고, 미소는 싱그러웠다. 수줍게 “힘들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아이답지 않게 차분했다. _108p
티베트인들은 일생에 한 번은 라싸로 순례 가는 걸 꿈꾼다. 자신이 사는 곳에서부터 라싸 포탈라궁까지 수백, 수천킬로미터를 오체투지로, 삼보일배하며 걸어간다. 그때 만났던 티베트 사람은 “무엇을 그리 간절히 염원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달라이라마의 귀환을 원한다.”라고 대답했다. 어떤 이는 “나의 죄를 씻기 위해 걷는다.”고 답했다. 이유는 각자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 간절한 염원을 가슴에 품고 장정에 올랐다. _135p
“훠~!”
제관의 일갈이 얼어붙은 공기를 찢었다. 건장한 승려들이 섬뜩하게 날이 선 칼과 갈고리를 들고 조장터에 입장했다. 나이 많은 승려 하나가 북을 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경을 외웠다. 낮은음으로 끊임없이 읊조리는 그 소리에 홀린듯, 참관자들은 다들 멍한 얼굴이었다. 그 사이 승려들이 벌거벗겨진 시신을 제단 위에 올려 의식 준비를 끝냈다. _142p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나? 몇 살에 뭐 하고, 몇 살에 애 낳고, 돈 많이 벌고, 뭘 해야 한다는 규칙은 사람들이 정한 거야. 네가 거기에 따라갈 필요는 없어. 네가 진정하고 싶은 걸 찾아봐. 넌 아직 어린애(child)잖아.” 그때 그는 마흔여덟이었고, 나는 스물다섯이었다. _154p
이상향은 현실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받을 수 있는 곳. 때로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이 있는 곳, 그래서 오히려 아무 걱정이 없는 곳. 거기야말로 샹그릴라였다. 문득 여행의 끝에 닿게 될 그곳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아직은 돌아갈 때가 아니었고, 그날을 기대하며 다시 발걸음에 힘이 붙는 걸 느꼈다. _18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