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글쓰기라는 ‘품위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상처를 고백하고
세상과 싸우며 세상을 배워가다
『우리는 매일 안녕 안녕』은 서로의 마음을 가만가만 살피며 다정한 순간들을 쌓아 나가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잘 몰랐던 친구를 도와주며 한 뼘 가까워지기도 하고, 오해의 순간을 넘기며 닫힐 뻔한 마음을 더 활짝 열기도 하며, 바닷속 학교라는 환상적 공간 안에서 친구를 응원하기도 한다.
내향적인 린아와 윤하는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도 어려울 때가 다반사이지만, 자신의 상처와 친구의 상처를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는다. 아이들은 글쓰기라는 세상에서 가장 ‘품위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상처를 표현하고,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그러면서 세상과 싸우고 세상을 배워간다.
어떤 이야기를 나와는 동떨어진 ‘어떤 이야기’로 읽을 때 우리는 그 이야기를 쉽게 평가하고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면 망설임과 두려움, 설레임과 기쁨, 그리고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의 섬세한 시선과 문장은 이 작품이 독자에게 ‘내 이야기’로 인식되도록 만든다. 이야기를 읽고 난 어린이 독자들은 왠지 모르게 한없이 쪼그라들었던 순간, 두렵지만 용기를 내야 했던 순간, 어제까지 잘 몰랐던 친구와 어느 새 친해진 순간, 이해하기 어려웠던 누군가의 마음을 알게 된 순간 등 나의 어떤 특별한 순간과 접속하며 빛은 상처를 통해 들어온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친구. 친구.’ 다디단 단어였어요. 입안에서 몇 번을 굴려 봐도 질리지 않는 단어였지요. 이 기분을 잊지 않고 저장해 두었다가 시로 쓰고 싶었어요. 머릿속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단어들로 문장들을 만들면서 린아는 신나게 걸었어요. 몸이 절로 들썩거렸지만 손에 든 바가지의 물이 넘칠까 봐 꾹 참으면서요. (본문 41쪽)
“학교에 가기만 한다고 성실한 건 아니거든? 난 딴 거 다 열심히 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민꽃게가 이토록 자기 생각을 똑 부러지게 얘기하는 건 처음이었어요. 언제나 나불거리기 바쁘던 망둥이도 할 말을 잃고 “그, 그래.” 하고 말았지요. “근데 너 언제부터 그렇게 말을 잘했냐? 그 정도면 발표왕 해도 되겠다.” 비꼬는 건지 진심인 건지 모를 망둥이의 말에 민꽃게의 등껍질이 빨개졌어요. “그런 말을 하니까 부담돼서 잘 못하는 거지. 우리 언니도 집에선 말 잘하거든?” 나율이가 느닷없이 끼어들어 옆구리에 손을 올리고 의기양양하게 말했어요. 그러자 이번엔 윤하의 얼굴이 빨개졌지요. 린아는 혼잣말로 작게 속삭였어요. “나도 그런데.” (본문 59쪽)
“그렇다 해도 교실엔 규칙이란 게 있어. 게다가 매번 너희가 같이 있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잖니. 결국은 혼자 극복해야 하는 거야. 흠흠.” 문어 선생님은 곤란하다는 듯 여덟 개의 다리를 흐느적거렸어요. “그렇지만 처음이 제일 어려운 거잖아요. 그 제일 어려운 순간을 함께해 주고 싶어요.” 윤하가 나직나직 말했어요. 복도에 짧은 침묵이 흘렀죠. (본문 76쪽)
기뻐하는 민꽃게를 본 린아랑 윤하는 차마 못 하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해 보자, 해 봐.” ‘어떻게든 되겠지’는 린아 고모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어요. 린아는 그 말을 주문처럼 외우며 윤하의 손을 잡았어요. 윤하가 그 손을 슬쩍 내려다봤어요. “나 혼자선 절대 못 해. 그러니까 같이 하자. 응?”
린아가 부탁했어요. 윤하는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가만히 있었어요. 그 모습이 온몸의 용기를 그러모으고 있는 것처럼 보여 린아는 다그치지 않고 기다렸지요. (본문 78쪽)
“난 뭐든 좀 오래 걸리거든. 알아서 척척 잘하는 애들 보면 부러운데 나는 그렇게 잘 안 되니까 답답하고. 어느 날 우연히 그런 내 마음이랑 완전 비슷한 시를 읽은 적이 있는데 참 좋더라고. 그때부터 시를 끄적거렸던 것 같아.” 린아의 설명에 윤하의 얼굴이 환해졌어요. 한결 편해진 둘은 나란히 앉은 채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나는 발표하는 게 진짜 싫어. 다 쳐다보잖아. 그 눈빛에 찔리는 기분이야.” “나도. 오늘은 나율이가 읽는다니 정말 다행이야.” 어느새 죽이 맞은 린아와 윤하는 입을 가리고 키득거렸어요. (본문 81쪽)
“애들 앞에서 저 시 읽는 거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돼.” 린아가 옴츠리고 있는 민꽃게에게 말했어요. 들어오기 전에 먼저 보여 주긴 했지만 굳어 있는 민꽃게를 보자 신경이 쓰였어요. 민꽃게를 위해 쓴 거지만 그게 도리어 민꽃게에게 상처를 주는 거라면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게 맞을 것 같았어요. 선한 의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던 고모의 말을 떠올리며, 린아는 나율이에게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손짓을 했어요. “안 싫어. 내 마음 같아서, 좋았어.” 약간 잠긴 목소리로 민꽃게가 대답했어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기쁨과 슬픔이 린아의 마음속에 가득 차올랐어요. 벅찬 것 같기도 하고 쓰라린 것 같기도 했어요. (본문 94쪽)
“선생님, 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망둥이를 달래던 민꽃게가 앞으로 나오며 말했어요. 문어 선생님은 선선히 자리를 비켜 줬어요. 민꽃게는 아까 나율이가 서 있던 곳에 서서 반 친구들을 쭉 둘러봤어요. 가까운 사이지만 민꽃게에게 상처를 줬던 바다반 친구들과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온 마음을 다해 애써 준 인간 친구들 앞에서 민꽃게는 다시 한번 용기를 냈어요. “누가 왜 나한테 그랬는지 모르겠어. 근데 나는, 그냥 내 모습 그대로 여기 있고 싶어. 앞으론 그, 그러지 마.” 민꽃게의 목소리는 여전히 작았어요. 하지만 귀를 기울이니 작은 목소리는 전혀 문제될 게 없었죠. (본문 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