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지금 여기 같이 모여 써내려간 그녀들의 기록, 역사가 되다!
2019년 3월, (사)일하는여성아카데미에서 치유글쓰기 워크샵이 시작되었다. 바로 그곳에서 그녀들이 만나게 되었다. 이미 만났거나 자주는 아니어도 서로 얼굴만 아는 정도의 지인이었던 10명의 여성노동활동가들은 이 시간에 각자의 이야기를 담담히 써내려가며 알게 되었다. 누군가 노동조합 투쟁 경험을 이야기하면 “어! 그때 거기로 노학연대(노동자학생연대의 준말) 지원투쟁 나갔었는데……” 했고, 새삼 반갑게 “우리 이미 만난 사이였구나” 했다.
그녀들이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 만나 각자의 삶을 써내려간 이야기들이 모이니 대한민국의 주요하고 굵직한 노동운동사가 모두 담겨 있었다. 매우 가치 있는 기록이 완성된 것이다.
상고를 겨우 졸업하고 봉제공장에서 일하다가 1980년대 거대한 노동운동의 물결 속으로 들어간 유정임 안나, 1985년 부당해고 복직투쟁과 톰보이 불매운동으로 투쟁하는 삶을 살게 된 박남희 파드마, 20대 초반 몸과 마음이 시퍼렇게 멍들만큼 힘들고 아픈 노조활동을 한 김정임 수평선, 1987년 종로5가 불타는 파출소 앞에서 “독재 타도 호헌 철폐”를 외치며 시위했던 이원아 보라, 가사노동이 경제활동이 되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부당한 현실이 불편한 최혜영 꾸다, 요양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할머니를 통해 여성의 돌봄노동 현실을 자각한 양향옥 자유 등 그녀들은 몸소 느끼고 겪은 삶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여성노동의 계보이며 대한민국을 관통해 온 노동운동의 이슈들이었다.
이곳에서 기록한 그곳의 역사들
『그곳에 내가 있었다』에는 1978년 동일방직, 1979년 YH무역 등 노동권 쟁취와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가열 찬’ 투쟁 정신이 깃들어 있다. 남성 사업장 중심의 노동운동에서 소외되거나 들리지 않는 여성노동자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 책을 쓴 10명의 여성노동활동가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되었다.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과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등 큰 사회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각자 서로 다른 공간에 있었지만 운동가로서 삶이 전환되는 공통된 계기를 맞이했다는 것을. 누군가는 공장 여공에서 노동조합 간부로, 누군가는 좋은 직장에서 사회변혁을 꿈꾸는 삶으로 바뀌었다.
그냥 자기 삶을 털어놓고 이제 좀 더 행복하게 살자고 써내려간 이야기들이었다. 그 이야기들에서 이렇게 시대의 아픈 이슈들이 보석같이 반짝이고 있었고 이 이슈들을 모아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사 타임라인이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여성노동운동의 계보가 될 만큼 큰 가치를 지녔다. 누구에게나 살아갈 힘을 주고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소중한 이야기다.
이제까지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던,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빛과 그늘 모두에 있었던 여성들의 이야기
공장에, 학교에, 광장에, 거리에, 교회에, 경찰서에, 형무소에, 여행지에 그녀들이 있었다!
한번도 숨은 적 없었고 이제 모두가 알아야 할 이야기를 엮어내다!
이 책의 특장점① 1980년~현재까지 여성노동운동사 타임라인 수록
저자들의 활동 중심으로 기록된 여성노동운동사 타임라인이 실렸다. 주요 사건과 실사를 연도별로 배치하여 대한민국 노동운동사에 여성들이 언제 어디에 어떻게 있었는지 발견할 수 있다. 수동적이고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줄 알았던 여자들이 얼마나 전면적으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이라는 격변기를 통과해왔는지 이 타임라인을 통해 알게 될 것이고 이어서 읽게 될 저자들의 이야기에서는 살아남은 이들이 삶에서 발견한 행복에 대한 메시지를 볼 수 있다.
이 책의 특장점② 여성인 나, 엄마, 언니, 이모의 삶을 대변하는 여성노동 기록
여성이라면 누구나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실 인간은 모두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특히 여성들은가사, 돌봄, 비정규직 등의 노동현장에 있기를 강요받았다. 이 책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들에게 유난히 불평등하고 불리한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그 문제의식을 정면돌파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는 내 주위 모든 여성이 겪고 있는 생생한 진실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현실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룬 다큐 에세이다.
이 책의 특장점③ 부록-여성노동 관련 법률
이 책을 읽을 여성, 여성노동자들에게 더 필요한 정보는 없을까? 생각한 끝에 여성노동 관련 법률을 실었다. 이 여성노동 관련 법률은 사용자의 의무사항이나 근로자의 권리를 규정하는 것에 그치고 그 규정을 어겼을 때의 벌칙조항은 있으나 직접적 처벌조항은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노동법 자체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나 실천의지 없이 법을 바꿀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실린 <남녀고용평등법> <영유아보육법> <근로기준법 제5장 여성과 소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을 참고한다면 개인적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노동환경이 앞으로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지에 대한 방향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