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모두가 누군가가 세팅한 무대 위의 인형에 지나지 않았다
괴물은 누구이며, 그 괴물을 움직이는 자는 누구인가?
『요리코를 위해』 스페셜 리커버 에디션!
『요리코를 위해』는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온라인서점 종합베스트 17위, 소설 분야 2위에 랭크인하더니 마침내 온라인서점에서 선정한 ‘2021년 첫 역주행 베스트셀러’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그런 『요리코를 위해』가 스페셜 리커버 에디션으로 새로운 약진을 기대한다. 결말까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힘 있는 전개와 여느 드라마를 뛰어넘는 극적인 정서, 치밀한 구성과 충격적인 반전으로 아낌없는 찬사를 받은 『요리코를 위해』는 반짝 판매에 그치지 않고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 반열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 딸을 살해한 남자를 죽였다. 그리고 나도 자살한다.”
애끊는 분노와 냉혹한 복수심으로 점철된 아버지의 수기가 세상에 던져지다
한가로운 여름방학 아침, 평화로운 공원에서 시체로 발견된 17세 여학생 요리코. 아버지 유지는 경찰로부터 지나가던 성범죄자의 범행이라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단정적인 경찰의 어조에 유지는 수상함을 느끼고, 설상가상 요리코가 임신 4개월의 몸이었으며 경찰이 그 사실을 은폐했음을 알게 되자 직접 범인을 잡기로 한다. 고독한 추적 끝에 마침내 진범을 찾아낸 유지. 범인을 살해한 후 요리코의 뒤를 따라 자살을 시도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고, 경찰은 그의 방에서 노트 한 권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그것은, 범인을 추적하고 복수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열흘간의 수기였다.
“어쩌면 죽여야 했던 사람은 그 남자가 아닐지도 몰라.”
다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의 제2막이 시작되고, 진실은 전면적으로 재구성된다!
‘순진무구한 17세 여학생 피해자’와 ‘죽은 딸을 위해 복수귀가 된 아버지’. 사건의 성격은 너무나 자명해 보였다. 그러나 사건 재조사 요청을 받은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는 유지의 수기를 읽고 어딘가 석연찮음을 느낀다. 어쩌면 요리코의 아버지는 엉뚱한 사람을 죽인 게 아닐까? 린타로는 수기의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요리코와 그 가족의 주변 인물을 탐문한다. 조사를 진행하면서 린타로는 단순해 보였던 사건의 이면에 많은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깨닫는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14년 전 가족에게 들이닥친 비극적인 사고, 그리고 ‘완벽한 여학생’인 줄로만 알았던 요리코가 가면 뒤에 감춰둔 비밀. 그 비밀은 곧 린타로를 고뇌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어느 순간 외면하고 싶을 만큼 참혹한 진실의 그림자가 린타로를 집어삼킨다.
“내가 알았던 요리코, 내가 몰랐던 요리코.
관 속의 싸늘한 몸은 대체 어느 쪽 요리코인가?”
“상냥하고 현명한 딸”이자 “참 어여쁜 아가씨”, 혹은 “보기 드물 정도로 착실”하고 “야무졌던” 요리코는 그러나 소설에서 죽은 채로 등장해 유일하게 끝끝내 본심이 나오지 않는 캐릭터이다. 소설 전반에는 ‘목 졸려 살해당한 17세 여학생’이라는 수동적인 위치에서 출발하지만, 린타로가 증언을 모으며 사건의 윤곽을 잡아갈수록 요리코는 우리 상상 속의 ‘피해자’로 남길 거부하고 입체적인 존재로 점점 모습을 바꿔가며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증언 속 ‘선하고’ ‘바른’ 모습 이면의, 남을 상처 입히거나 기만할 수 있는, 또 한편으로는 아이처럼 그저 사랑을 원하는 고독한 요리코가 모든 비극의 처음과 끝에 서 있다.
“그렇다, 모든 것은 요리코를 위해, 그리고 요리코 때문이었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의 마음속 우물, 잘 가꾼 인공정원 뒤편에 방치된 폐허와 같은 공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랑은 사람을 어디까지 파멸시킬 수 있으며, 또 서로는 서로에게 어떤 괴물까지 될 수 있는가. 진실 뒤엔 무엇이 남는가.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마르지 않는 끈적한 습기. 연못인 줄 알고 발 담갔다가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칠수록 깊게 가라앉는 늪과 같은 작품이다.
2017년 일본에서 발표한 신장판을 저본으로 출간한 『요리코를 위해』는 작가가 기존의 문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작중 오류를 수정하여, 이제야 진정한 의미에서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책속에서>
첫문장_ 1989년 8월 22일
요리코가 죽었다.
내게 필요한 건 단 하나, 요리코의 죽음에 대한 진상뿐이다.
단언해도 좋다, 나카하라 형사는 뭔가 숨기고 있다.
-23쪽
자, 이걸로 끝내자. 안녕, 우미에. 나는 이제 요리코 곁으로 갈게. 난 당신과 요리코 두 사람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가족을 사랑해.
-78쪽
“인간이란 종종 가까이 이웃한 누군가에게 모든 죄업을 뒤집어씌우곤 합니다. 때론 거기서부터 비극이 태어나죠. 니시무라도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진정으로 증오해야 할 적을 잃어버리고 손이 닿는 곳에서 증오의 표적을 정해버린 겁니다. 증오란 결코 이성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113쪽
“요리코는 무슨 마음으로 너를 만났을까? 아니, 정말로 널 좋아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소년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상반신을 오뚝이처럼 좌우로 흔들었다. 표정이 갑자기 어른스러워졌다.
“그런 건 몰라요. 하지만 니시무라를 몇 번이나 만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니시무라는 나한테 설교를 늘어놓으면서 사실은 자신을 타이르는 게 아닐까.”
-279쪽
세 사람 모두 행복으로 충만한 표정이었다. 사진 속 세 사람은 미래에도 이와 같은 행복이 이어지리라고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가혹한 운명은 이 직후 배 속의 8개월 된 아들을 빼앗았고, 니시무라 우미에의 몸에서 자유를 빼앗았으며, 그리고 14년의 세월이 지난 후엔 하나 남은 딸의 목숨마저 빼앗아갔다.
사진을 보고 있자니 니시무라 유지의 행동이 이해될 것 같았다. 그는 사이메이 여학원과 히이라기 노부유키에게 복수했다기보다 가차 없는 운명에 과감하게 저항한 게 아닐까.
-289~290쪽
“전 약한 인간이지요. 압도적인 불행을 무덤덤하게 제 삶에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398쪽
폐허처럼 고립된 사랑. 그게 당신이 사랑이라 부르는 것의 형태란 말인가? 그런 것에 사랑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단 말인가.
-4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