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과의 20년,
“예의 바른 말투로 날아드는 도발적인 질문들”과
함께 골몰한 글쓰기의 본질
소설가로 등단한 지 10여 년, 한국예술종합학교라는 낯선 예술 학교에 부임한 김경욱 작가는 교수라는 우위를 지키며 학생들 앞에 서기보다는 함께 골몰하는 자로서 시간을 보낸다.
먼저 선(先) 날 생(生), 먼저 태어나 앞서 써온 작가로서 김경욱은 예술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글쓰기란 무엇인가’라는 난제에 답을 들려주기 위해 각고한다.
온 마음이 꿀에 적셔진 듯 조용히 기뻤다.
강의실에서 밑도 끝도 없이 울고 싶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학생들은 나를 시험한 게 아니다. 그들은 진정 궁금했던 거다.
색깔도 없고 소리도 없는 글자 더미에 왜 마음이 송두리째 흔들리는지. 그리고 나는 두려웠던 거다. 답을 알지 못하는 질문들이.
_본문에서
책에는 소설가를 지망하는 학생들과 생활하며 김경욱이 끝내 가닿은 통찰이 빼곡하다.
그럼에도 온전한 깨달음은 “질문의 양식”인 소설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기에, 김경욱의 깨달음은 언제나 또 다른 질문을 이끈다.
『저에게 재능이 있나요?』에서 질문과 깨달음은 경쾌한 탁구 랠리처럼 이어져 어느새 글에 대한 사유를 풍성하고도 단단하게 공글린다.
‘쓰기’를 지탱하는 ‘읽기’
기대어 쓴 문장들
『저에게 재능이 있나요?』는 쓰는 사람의 자양분은 읽기라는 것을 일깨운다.
작가는 반 고흐의 편지를 읽으면서
“이야기는 그리거나 적는 게 아니라 들려주는 것”임을 전하고, 팀 오브라이언의 단편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을 읽으면서 자신의 체험을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기까지 느꼈을 고통에 탄복한다.
작가만의 관점으로 열일곱 권의 책에서 가져온 각기 다른 문장들은 꾸준히 나아가는 작가에게 무수한 읽기의 시간이 있었음을 독자가 여실히 느끼도록 한다.
내게 소설의 문장이란 (내면) 고백이거나 (세계) 묘사였다. 『이방인』의 첫 줄을 접하기 전까지는.
“아니, 어쩌면 어제.” 이것은 묘사인가 고백인가.
그 문장을 만나고야 나는 알았다.
세계에 대한 묘사로도 내면을 고백할 수 있다는 걸.
내면 고백으로도 세계를 묘사할 수 있다는 걸. 고백하면서 동시에 묘사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걸.
_본문에서
잇따르는 크고 작은 좌절에도 쓰기를 멈출 수 없는 독자라면 ‘재능’이 결코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창작’이란 꾸준한 노동을 수반함을 말하는 이 책에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