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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를 타는 순간
타작
귀가
①②③④⑤
영재
은이와 같이
구름기
내가 알고 있는 비밀이
끗
미당시문학관

해설│끝, 없는 이야기 이만영(문학평론가, 전북대 교수)

저자 소개
저자 : 김학찬
2012년 장편소설 『풀빵이 어때서?』로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
장편소설 『상큼하진 않지만』 『굿 이브닝, 펭귄』, 소설집 『사소한 취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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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만히 앉아서 소설만 쓰고 싶었습니다”

너무 일찍 떠난 작가로만 기억되지 않기를,
영원한 작가로 기억되기를……

2025년 2월 8일 토요일 느지막한 오후에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학찬 작가의 아내인데, 남편이 조금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편이 떠나면서 출판사에 꼭 돈(계약금)을 돌려드려야 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장례 치르고 약속 지키겠습니다.” 울음 섞인 혼란스러운 목소리에 전화를 끊었고, 출판사에서는 아내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선생님께서 산문집을 내고 싶어하셨습니다. 한 달 전 대화에서는 소설집을 내고 싶어하셨고요. 이제 아내분에게 선택권이 있으니 차차 판단해주세요. 그간의 글들을 모아서 책을 내면 좋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부의금으로 생각하고 계약금은 돌려받지 않겠습니다.”

故 김학찬. 너무 이른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난 작가. 향년 42세. 2025년 2월에 세상을 떠난 김학찬 작가의 유고 소설집과 산문집이 그의 생일에 맞춰 교유서가에서 나란히 출간되었다. 김학찬 작가가 원고를 쓰면 항상 가장 먼저 읽고 의견을 나눴던 문우인 아내 최수경 선생이 남편의 작품을 모았고, 이은선, 서유미 등 동료작가들의 마음을 모아 출간하였다. 작가를 사랑한 독자와,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이자, 김학찬이라는 이름이 우리 곁에 오래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되어, 삶의 마지막까지 ‘끝까지 쓰는 작가’로 남기를 바랐던 김학찬 작가의 소망이, 이제 두 권의 책으로 우리 곁에 머물게 되었다.

이번에 펴낸 김학찬 유고집 두 권 중 소설집 『구름기』는 미발표작을 포함해 청년 시절에 썼지만 책으로 묶지 않았던 작품과 2023년에 펴낸 『사소한 취향』 이후 썼던 최근작들을 모았고, 산문집 『투암기』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기침으로 병원에 들렀다가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써내려간 산문이다. (산문집 『투암기』는 차례만 펼쳐도 1부와 2부가 마치 이별하듯 갈라져 있다. 병세가 급격히 깊어지며 글은 끝내 멈추었고, 남은 문장은 미완의 숨결로 우리 앞에 머물렀다.)

김학찬 작가는 1983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2012년 장편소설 『풀빵이 어때서?』로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상큼하진 않지만』(문학동네), 『굿 이브닝, 펭귄』(다산책방), 그리고 소설집 『사소한 취향』(교유서가) 등 현실의 미묘한 결을 포착하는 작품들로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전태일문학상, 최명희청년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동시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냈다. 그의 갑작스러운 부고는 문단과 독자들에게 큰 슬픔을 남겼지만, 그가 남긴 문장들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이번에 출간되는 유고 소설집과 산문집은, 김학찬 작가가 마지막까지 붙들었던 일상의 사소한 풍경과 사랑, 가족, 그리고 ‘살아 있음’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글은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단단하게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모든 사건의 진짜 확률은 언제나 반반입니다. (…) 사람은 다 먹고살게 되어 있다고”(「끗」) 한 그의 소설 속 문장처럼, 삶의 불확실함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시선이 곳곳에 배어 있다.

김학찬 작가의 유고집은 작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장이 계속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세상을 떠난 작가가 남긴 지상에서의 마지막 글들은, 한 번뿐인 순간의 유한성과 그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작가와의 이별을 다시 한번 경험하면서도, 그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다는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책 출간을 넘어, 작가의 삶과 문학을 함께 축복하고, 그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환기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저는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당신이 특별히 남기고 싶은 흔적이 무엇인지,
누군가에게 반드시 전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故 김학찬 작가의 소설집 『구름기』는 제7회 혼불문학제 최명희청년문학상 당선작을 포함해 청년 시절에 발표했지만 책으로 묶지 않았던 작품과 미발표작, 그리고 2023년에 펴낸 『사소한 취향』 이후 발표한 최근작까지 모두 10편의 단편을 모았다.
“작가라면 모름지기 촉수가 예민해야 한다. 일상의 세계를 세밀히 들여다보는 촉수가 있을 때라야 배제되고 소외된 자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인간 존재에 관한 본질적이면서도 범상치 않은 질문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언하자면, 김학찬에게는 바로 그러한 예민하면서도 윤리적인 문학적 촉수가 있다”는 이만영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이 소설집에서도 김학찬 작가의 그 ‘문학적 촉수’는 민감하고 예리하게 움직여, 우리 사회의 ‘경계’를 향한다. 고향을 떠나왔으되 아직 새로운 터전에 완전히 스며들지 못한 새터민 가족(?귀가?), 자본주의의 문법을 체득하지 못한 채 체제 밖을 배회하는 아버지들(?은이와 같이?, ?구름기?), 그리고 냉철한 리얼리즘을 기치로 내걸지만 현실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데 번번이 실패하는 화자(?미당시문학관?)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들’을 그린다. 그들은 이쪽에도 저쪽에도 닿지 못한 채 어중간한 공간에 서 있고, 세계와 자신 사이에 생긴 미세한 균열을 감각적으로, 윤리적으로 인식해내는 인물들이다.
김학찬은 이 경계의 감각을 문학의 본질적인 윤리로 받아들이고, 이를 ‘쓰기’라는 행위의 조건으로까지 밀어붙인다. ?미당시문학관?에서 소설가인 ‘나’는 “냉철한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현실을 정확하게 묘파하는 혁명적인 소설만 쓴다”고 공언하지만, 그조차도 결국은 “미당문학관은 고창에 있다”라는 오기(誤記)에서 시작된 소설을 쓰고야 만다. 인과율로 단단히 조직된 현실을 재현하려는 기획은 이렇듯 매번 실패하지만, 그 실패를 자각하고도 다시금 “나는 소설을 쓴다”는 문장을 복원하는 일, 바로 그 행위야말로 김학찬이 말하는 ‘글쓰기의 윤리’이며 ‘실패한 리얼리즘 너머’의 길일 것이다.
그의 소설은 이 세계에서 비켜나간 존재들, 실향민과 이방인, 체제의 변두리에서 밀려난 자들의 삶을 예민하게 포착하며, 동시에 그런 인물들을 그려내는 행위 자체의 한계를 뼈아프게 직시한다. 김학찬은 세상을 날카롭게 분석하려 들기보다는, 끝내 이해되지 않는 잔존물들을 붙잡고 천천히 말하려는 작가였다. 그는 말의 실패, 재현의 실패, 리얼리즘의 실패를 껴안으면서도, 그것이야말로 소설을 계속 써야 하는 이유가 된다고 믿었던 사람이다.
“김학찬의 특별한 흔적이고, 소설기에 머물던 작가가 세상을 향해 하고 싶었던”(서유미) 이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다큐의 언어가 아닌 단단하지만 몽글몽글한 문학의 언어로 우리가 사는 진짜 세계를 풀어낼 줄 아는 소설가”(박진규) 김학찬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는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당신이 특별히 남기고 싶은 흔적이 무엇인지, 누군가에게 반드시 전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저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당신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모든 것을 알고 싶습니다.
당신을 충분히 만족시켜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당신도 상응하는 마음을 준비해두면 좋겠습니다. _「내가 알고 있는 비밀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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