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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 : 초보 농사꾼의 고군분투 영농기
학이사 2025.08.20
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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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소한 추위는 꿔다가라도 한다

홍시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한 것처럼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
거름을 많이 한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야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
젊은 엄마와 늙은 딸이 민화투 치는 동짓날 밤
소한 추위는 꿔다가라도
농사는 잘 지어야 하고 판매는 더 잘 해야 하고
여기가 노천온천이야?
그런 날이 있어
입동에 시집온 며느리는 복이 있다

봄-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

봄은 조용히 와서 바쁘게 간다
우수 뒤에 얼음같이
잠에서 깨어나는 봄의 선율
춘분에 밭을 갈지 않으면
사먹는 것도 좋지만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
이천오백 원의 행복
사랑이라는 이름의 밑비료

여름-하지를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잔다

입하 물에 써레 싣고 나온다
밥정
발등에 오줌 싸는 망종
눈치가 있어야 절간에서도 새우젓을 얻어먹는다는데
야반도주
사람을 환장하게 하는 환삼덩굴
복숭아 봉지 씌우기
어정칠월
대서에는 염소 뿔도 녹는다
방아쇠수지증후군
입술에 묻은 밥풀도 무겁다
꽃보다 쌀
쌀 팔러 간다
에어클리너 커버는 어디로 갔을까

가을-입추 나락 크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

개밥보다는 사람밥이 더 비싸야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는 처서
베개 속에서 호두 구르는 소리
힘 나는 시골살이를 위하여
왼갖 잡새가 날아든다
농사를 하려면 낫질부터 배워야
목화솜 이불 두 채
달콤한 감 먹고 마음까지 달콤하게
농사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일
사는 게 꽃 같네
공부하지 않으면 농사도 못 한다
감 도둑
힘만 들고 돈은 안 된다지만

마무리하며 / 흰색 하이바

저자 소개
저자 : 김영화
충북 영동군 황간면 깊은 산골에 산다.
감, 호두, 벼농사까지 짓는 억척스러운 아가씨 농사꾼이다. 들꽃을 닮은 마음으로 시골의 삶을 사랑하고, 땅의 언어를 글로 옮기는 일을 기쁘게 여긴다.

〈환경신문〉 수필 부문 공모전 우수상, CJ문학상 동화 부문 동상 등을 수상했다.
〈농민신문〉 영농생활수기 공모에 「흰색 하이바」가 당선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수필집 『내 마음의 풍경』과 『살맛 나는 이야기』(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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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낭만과 현실 사이, 때로는 뿌듯하고 때로는 서러운 초보 농부의
사계절 꽉꽉 채운 농사 버라이어티

“시골 생활은 돈 들 게 없잖아요. 고기만 사 먹으면 된다면서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말. 도시인들이 흔히 하는 오해다. 하지만 실제 시골의 삶은 도시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옷도 사 입어야 하고, 각종 세금도 내야 한다. 심지어 밭에서 나는 채소도, 논에서 나는 쌀도, 그냥 얻어지는 것이 없다. 씨앗부터 농약, 농기계, 연료, 인건비까지, 농사는 많은 돈과 손이 드는 일이다.

김영화 산문집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는 ‘겉으로 보이는 시골’이 아닌 ‘살아내는 시골’을 정직하게 그려낸다. 농부의 딸로 태어난 저자는 도시에서의 삶을 접고 고향 산골로 돌아와 초보 농부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충북 영동의 작은 마을에서 감과 호두, 쌀을 비롯한 온갖 잡곡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아가씨 농부’의 우당탕탕 시골살이 기록이다.

이 책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시골 생활의 생존 보고서다. 감나무 가지치기를 하다 나뭇가지에 콧구멍이 찔려 응급실을 가고, 농약 살포기가 고장이 나 급한 마음에 바가지로 뿌리다 해충약을 뒤집어쓰고, 밤중에 감을 수확하다 도둑으로 오해받고, 애써 지은 농작물을 멧돼지가 다 파헤치고, 닭장에 침입한 매가 무서워 119를 부르는 황당한 일상을 엿보며 웃다가도 짠한 감정이 생긴다.

농협과 면사무소, 농업기술센터를 드나들며 손에 익혀가는 농사의 기술, 예초기가 무서워 헬멧 쓰고 작업하는 저자를 ‘흰색 하이바’라고 사랑으로 놀리는 마을 어르신들과의 정,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환삼덩굴을 비롯한 잡초와의 한판 승부, 한 해 사계절이 농사라는 틀 안에서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진다. ‘직업으로서의 농사’는 우리가 상상하는 농사와는 전혀 다른 세계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책에서는 먹거리를 만들고 땅에서 계절을 느끼며 정직한 노동으로 삶을 채우는 것의 의미를 다정하고도 단단하게 묻는다. 그래서 귀농 체험기라기보다 도시와 농촌, 부모와 자식, 자연과 사람, 그 사이에서 길을 묻고 답을 찾아가는 한 여성 농부의 인생기이자, 계절 따라 마음을 여물게 하는 산문집이다. 시골을 낭만으로만 여기는 이들에게는 삶의 현실을,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실제적인 길잡이를, 도시에서 지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본질로 돌아가자는 조용한 메시지를 건넨다.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
“아니요, 시골에서도 돈은 듭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단단한 마음과 계절의 손길, 그리고 살아 있음의 본질이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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