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일흔하나, 성장하기 딱 좋은 나이
명함과 명예 뒤에 있는 나의 ‘쓸모’를 찾는 여정
이 책은 대기업 인사 관리의 최전선에서 서 있던 ‘사장 이병남’이 여느 사람과 똑같이 노화로 불편함을 겪고 고요해진 일상의 지혜를 찾는 ‘사람 이병남’으로 성장해 가는 생생한 기록이다. 저자는 대기업 임원에게 주어지던 사회적 대우가 사라지고, 영리 목적의 활동들을 중단하기로 스스로 선택한 뒤, “사회와의 연결선이 모두 끊어진 듯한” 무력감에 방황한다. 등산도, 여행도, 사람 만나는 것도 버거워질 무렵 근력 강화 운동을 시작하게 되고, 어느 날, ‘오늘도 성장하셨습니다!’라는 코치의 격려에 희열을 느끼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서서히 바깥이 아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게 된 그는 인생 후반부의 성장이 “곧기만 한 직선이 아니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곡선” 형태임을 깨닫는다. 조직에 있을 땐 성과를 위해 치열하고 집요하게 일직선으로 달렸다면, 퇴직 후 자연인으로 살아가면서는 발전과 정체를 거듭하며 타인과 더불어 사는 관계를 배우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은퇴 후의 성장 공식은 크게 세 갈래다. 삶의 중심을 역할(doing)에서 존재(being)으로 옮기기, 삶의 속도를 치?치?집(치열하게 치밀하게 집요하게) 모드에서 느?조?심(느리게 조용하게 심심하게) 모드로 바꾸기, 말랑말랑한 심장으로 젊은 세대를 축복하고 이들을 조건 없이 키우는 노년 보내기이다.
인생의 첫째 자리에 둘 가치에 관하여
이 책에는 은퇴 10년 차를 맞은 저자가 터득한 삶의 지혜가 총 5장에 걸쳐 담겨 있다. 1장
〈내 은퇴는 내가 결정한다 다짐했지만〉에서는 화려했던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 밀려든 정체성과 감정의 혼란을 고백한다. 2장 〈사장 이병남에서 어른 이병남으로〉에서는 권위를 내려놓고 “선수에서 코치로 마음가짐을 바꾸는 연습”을 통해 젊은 세대와 관계 맺는 법을 소개한다.
3장 〈누구와 함께하겠습니까〉에서는 부와 명예와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죽음을 마주하면서, 진실된 관계의 소중함, 사회적 차원의 돌봄과 새로운 형태의 가족의 필요성을 환기한다. 4장 〈일흔하나, 성장하기 딱 좋은 나이〉에서는 스스로 몸과 마음을 돌보고, 새로운 경험과 관계를 기꺼이 수용하며, 늙음과 낡음을 구분하며 사는 지혜를 소개한다. 마지막 5장 〈언젠가 은퇴 앞에 다다를 당신에게〉에서는 자신의 길을 따라올 인생의 후배들을 다독이고, 고요히 멈추어 깊은숨 한번 내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느리고 조심하게 또 심심하게 산다는 것은 “부드러워지기 위해서”임을 깨닫는다. 부드러움은 점차 노년에 접어드는 이들이 변화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이다.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고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의 성장은 멈추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은 한 개인의 기록을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2024년 12월 기준)한 우리 사회가 앞으로 활발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도 다루고 있다. 고독사나 조력사에 대한 고민, 혈연관계를 넘어선 새로운 가족의 필요성 등 저자의 통찰을 따라가다 보면, 개인과 공동체가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자는 따뜻하고 담백한 문체로 은퇴를 앞둔 50~60대에게 자기 돌봄을 시작하라고 말한다. 또 이미 은퇴의 길을 걸으며 자신과 똑같이 막막함을 겪은 이들에게도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