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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1장 플레베 암살
2장 세르게이 대공 암살
3장 투쟁조직

2부
1장 두바소프와 두르노보 암살
2장 체포와 도주
3장 배신의 폭로

역자 해설: 테러리스트의 시대 - 정보라
작가 연보
저자 소개
저자 : 보리스 사빈코프
(БОРИС САВИНКОВ, 1879~1925)
러시아제국 하리코프(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출신의 혁명가이자 작가인 보리스 빅토로비치 사빈코프는 20세기 초 러시아 문학과 정치의 교차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다. 그는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에 재학하던 중 사회주의를 접하고 혁명 활동에 들어섰다. 1897년 열여덟 살에 사회주의 활동을 시작한 후 1904년 재무장관 플레베 암살, 1905년 모스크바 총독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 암살에 성공했다. 그는 모스크바 총독 암살 사건을 비롯한 주요 테러 활동의 전말을 『테러리스트의 수기』에 상세히 기록했다. 1906년 밀정의 밀고로 수감된 그는 탈옥하여 파리로 망명했다. 파리에서 『테러리스트의 수기』를 완성했으며, 1909년 롭신이라는 필명으로 『창백한 말』을 출간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군에서 종군 기자로 복무했으며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귀국하여 임시 정부의 군사 총지휘관, 국방차관을 역임했지만 정치적 마찰로 인해 제명되었다. 이후 러시아 내전이 발발하자 백군과 함께 볼셰비키의 권력 독점에 맞서 싸웠다. 이 시기 그의 이야기는 소설 『검은 말』로 1923년 파리에서 출간되었다. 1920년에는 소비에트 정부가 폴란드를 침공하자 바르샤바로 가 폴란드를 위해 싸웠다. 그는 1924년 소련 비밀경찰의 함정에 빠져 체포되었고, 이듬해 감옥에서 사망했다. 사빈코프는 혁명가로서의 삶과 문학가로서의 활동을 병행하며, 폭력과 도덕, 신념과 회의 사이의 갈등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테러리스트이자 작가, 이상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였던 그는 오늘날에도 ‘정치적 인간’의 역설을 성찰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역자 : 정보라
연세대학교 인문학부에서 영문학과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다. 예일대학교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과 석사, 인디애나대학교 슬라브어문학과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으며 20세기 러시아 문학과 폴란드 문학을 연구했다. 러시아, 폴란드 문학을 번역하며 SF소설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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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 어떤 정권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은 진정한 자유인,
사빈코프의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 『테러리스트의 수기』

범람하는 죽음 속에서
폭력과 사랑의 의미를 되묻다

“이제 나의 거사까지 이틀이 채 남지 않았다.
나는 평온하다. 나는 행복하다.”(본문)

혁명가이자 문학가였던 보리스 사빈코프의 회고록 『테러리스트의 수기』를 정보라 작가의 초역으로 선보인다. 러시아제국과 소련이라는 두 제국에 맞서 싸운 혁명가이자 작가, 보리스 사빈코프는 20세기 초 러시아 문학과 정치가 교차하던 지점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했다. 그는 재무장관 플레베와 대공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등 황제 직속 인사들을 암살한 사회혁명당 투쟁조직의 핵심 인물이었고, 동시에 윤리와 인간성, 자유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문학인이기도 하다. 사빈코프는 단순한 무장투쟁가가 아니라, 테러와 폭력을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만 정당화하지 않았으며 그 도덕적 모순을 스스로 사유한 인물이었다. 이런 내적 갈등은 그의 문학에 그대로 드러난다. 『테러리스트의 수기』는 그러한 내면의 고뇌와 실제 테러 실행 과정을 동시에 담아낸 작품으로, 단순한 고백록이나 투쟁 일지를 넘어선 ‘혁명과 인간’의 기록이다. 도스토옙스키적인 심리 서술과 니체적인 인간상에 영향을 받은 이 작품은 이후 소설 『창백한 말』과 『검은 말』로 이어지며 사빈코프 문학 세계의 핵심 축을 이룬다.

『테러리스트의 수기』는 사빈코프가 직접 수행한 테러 작전을 중심으로 구성된 회고록이자 문학 작품이다. 그는 사회주의자의 길을 걷다 사회혁명당에 가입하여 테러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1904년 재무장관 플레베 암살, 1905년 모스크바 총독 세르게이 대공 암살 성공, 두바소프와 두르노보 내무장관에 대한 암살 시도 등 러시아 제국 고위 인사들에 대한 암살 작전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사건은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키예프, 페테르부르크 등 여러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사빈코프는 자신과 동지들이 거사를 준비하고 실패하고 도주하고 재조직하는 과정을 ‘나’라는 1인칭 시점으로 냉정하고 절제된 문체로 담아낸다. 회고의 형식을 띠지만 단순한 사실 서술이 아니라, 인간적 감정과 철학적 고뇌가 서사의 골격을 이룬다. 실제로 이 책은 테러의 전말을 넘어 인물들의 침묵, 갈등, 사랑, 불안, 회의 등을 통해 당대 혁명가들의 초상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소중한 친구여, 자네가 날 비난할 거라 생각하면 무척 괴롭다.
감옥의 네 벽 안에서는 뭐가 중요하고 뭐가 중요치 않은지 방향을 잡기 힘들다.
몇 분마다 나는, 누군가 악한 사람이 내 유해를 풍자하고 모욕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럴 때면 나의 사상을 위해 복수하려고, 살고 싶어진다.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지상에서 할 일은 모두 마쳤다.
작별이다, 나의 소중한, 유일한 친구여. 행복해라! 행복해라!” (본문)


알베르 카뮈에게 영감을 주어 『정의로운 사람들』라는 희곡으로 재탄생한
『테러리스트의 수기』

변혁을 일으킨 혁명가들 낱낱의 초상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믿었던 동지의 배신이 폭로되는 대목이다. 주인공 ‘나’는 동지들과의 단합과 신뢰를 바탕으로 거대한 암살 작전을 계획하지만, 끝내 그들 중 한 명이 비밀경찰의 정보원이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충격적인 반전은 단순한 음모의 서사를 넘어서, 조직과 이념, 우정과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심리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또 하나의 장면은 동지의 죽음을 다룬 부분이다. 사빈코프는 동지가 사형되거나 암살된 뒤 그들의 출생지, 가족사, 혁명 참여 시기 등을 건조하게 기록된 부고나 기관지 인용문, 그들이 남긴 편지를 위주로 소개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 차가운 기술이 그들에 대한 애틋한 정서를 극대화하며, 읽는 이에게는 말없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사빈코프는 그들의 ‘영웅적 죽음’에 찬사를 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신 ‘그가 어디서 태어났고, 어느 해에 어떤 일을 했으며,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가’를 건조하게 읊조림으로써 죽음의 흔적을 시처럼 남긴다. 이런 절제의 미학은 이 회고록을 단순한 자서전이 아닌 윤리적 긴장과 감정의 깊이를 품은 문학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 사빈코프의 『테러리스트의 수기』를 바탕으로 희곡 『정의로운 사람들』을 창작했으며, 이를 통해 폭력과 정의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현대 희곡의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도라 블라디미로브나 브릴리안트는 1879년 혹은 1880년 헤르손의 유대계 상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헤르손 고등학교에서 교육받고 이후 유리예프 대학교에서 산파 과정을 이수했다. 당에 입당한 것은 1902년이었으며 처음에는 키예프 위원회에서 일했다. 1904년 3월부터 그녀는 플레베 건에 참여했다. 그녀를 잃음으로써 투쟁조직은 가장 강한 여성 테러리스트 중 하나를 잃었다.”(본문)

『테러리스트의 수기』는 ‘폭력’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들이 어떤 정신적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를 정직하게 묻는다. 오늘날에도 정치적 신념과 도덕적 양심 사이의 충돌은 여전히 유효하며, 이 책은 그 질문을 100여 년 전의 러시아 격변기의 현장에서 실감나게 제시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테러리스트의 수기』가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은 2024년 겨울부터 2025년 봄까지 우리 나름의 혁명을 겪었다. 다행히 우리는 광장 민주주의, 빛의 혁명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시작은 불법 계엄 선언이었고 법원 폭동이 일어났다. 우리는 극단적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폭력을 사용하는 광경을 목격했고 사회 분열과 여러 충격적인 논란들을 아직도 극복하는 중이다. 이 책은 지나간 20세기 초, 먼 외국의 이야기이지만 혁명이란 무엇인지, 체제전복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어떤 일들이 “없어야 하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지, 이것은 사빈코프의 시대에서 100년 이상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계속 고민해야 할 질문들일 것이다.

“쏟아진 피에 대해서는 박해자의 피를 흘리는 것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지금 나는 온 마음으로 내 형제들에게 유익한 일을 하기를 원하고 우리의 전체적인 과업을 믿듯이 이 일도 믿는다.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러시아 민중을 갈가리 찢는 탐욕스러운 솔개, 즉 황제의 독재가 오랫동안 우리의 피를 마시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투쟁하라, 동지들. 민중을 위하여,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성스러운 자유를 위하여 투쟁하라. 러시아의 전제정치가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날까지 무기를 놓지 말고, 동지들, 투쟁하라.”(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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