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온 세상이 혼란에 휩싸이면 우리는 혼란의 전면에 나서야 해.”
마법과 과학, 자연과 기술, 감정과 이성… 다른 방식으로 망가진 두 세계 속
인간과 마법사 사이에서 만들어진 AI의 목소리는 구원일까? 파멸일까?
“나는 명확한 이분법에 직면할 때마다 항상 그것을 분해하고 복잡하게 뒤섞으려 한다. 어쩌면 그 안에 내재된 모순을 조화시키고 싶은 것 같다.”_찰리 제인 앤더스
마녀가 되어 동물과 대화하고 싶어 하는 순수함을 악마에 홀린 것으로 오해받는 소녀 퍼트리샤. 과학고 합격증을 혼자 타올 정도의 두뇌를 지녔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반사회적인 어른으로 자랄 거라는 평을 받으며 병영학교에 강제 입학하게 된 로런스. 가족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두 어린이는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보는데, 로런스가 퍼트리샤에게 자신이 만든 AI, ‘페러그린’을 우정의 증표로 선물할 정도로 둘의 사이는 가까워진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재회한 둘은 멸망 직전의 지구를 두고 정반대의 의견을 펼치며 충돌하기 시작한다.
로런스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인류를 살리기 위해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려는 프로젝트를 꾀한다. 퍼트리샤가 속한 마녀 사회는 인간들 때문에 죽어가는 자연을 살리기 위해 인간 절멸 마법을 구상한다. 그사이 사랑에 빠진 퍼트리샤와 로런스는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만, 브레이크 없이 달리기 시작한 종말을 멈출 수 있는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들은 함께 성장시킨 AI, 페러그린과 함께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전통적인 성장 소설처럼 보이는 줄거리지만 찰리 제인 앤더스가 그리는 ‘성장’은 일반적인 궤도를 따라가지 않는다. 이는 관계라는 개념을 언제나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소수자의 시점에서 서술하고자 하는 작가의 이력과도 관련되어 있다.
작가는 갈라진 세계, 다른 관점, 모순된 가치관 속에 등장인물을 던져넣고 결말을 지켜보는 작품을 주로 써왔는데, 삶을 경험하는 방법으로 ‘마법’, ‘AI’, ‘기억’ 등의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며 독보적인 그만의 ‘성장’을 구축해 왔다.
그의 데뷔작이자 람다 문학상을 받은 『성가대 소년Choir Boy』은 트렌스젠더 소년이 변성기에 대한 광기 어린 공포에 휩싸여 이를 피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휴고상을 받은 그의 두 번째 작품 「6개월, 사흘"Six Months, Three Days"」은 변할 수 없는 운명을 볼 수 있는 사람과 변할 수 있는 미래의 변곡점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다. 개인적 성찰 그리고 개인 간의 이해를 그린 찰리 제인 앤더스는 시선을 세계 범위로 넓힌 『하늘의 모든 새들』을 세 번째 작품으로 써내며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과 다른 나머지 사람들을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제시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망가졌지만,
그 망가짐이 서로를 보완하듯 맞물려 있어요.”
10대만이 지닌 불안정함으로 무장한 파괴적인 작품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생기발랄하고 괴상한 성장 소설
『하늘의 모든 새들』은 사춘기에 걸린 것 같은 책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채도 높은 자연의 정경과 이질적이지만 계산된 아름다움을 지닌 기계들을 생생히 묘사하며 날카로운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웨스 앤더슨이 SF에 흥미를 가진다면 이 소설을 각색하고 싶을 것이다”라는 평이 어울리는 선명한 묘사는 눈앞에 장면이 펼쳐지는 것 같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정하고 미성숙한 주인공들의 내면을 적나라한 언어로 서술하며 진행되는 서사는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을 망가뜨려서는 안 됐어. 너한테 그러지 않았어야 했어.” 아무리 해도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이라는 존재를 그저 감내할 것인가, 혹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인가. 완벽한 답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버둥거리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지켜보는 AI는 이런 인간들의 행동을 토대로 다시 학습하고, 분석을 다시 시작한다. 이 AI 성장의 구심이 된 한 가지 질문이 있다. “나무는 붉은가?” 이 질문은 퍼트리샤가 마녀 사회에 소속되기 위해 부여받은 궁극적인 과제이자, 지구를 ‘바위’라고 말하는 인간이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인 나무를 인지하게 만들며, 단순한 연산기기였던 슈퍼컴퓨터가 ‘페러그린’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찾게 했다. 이 한 가지 질문을 통해 자연과 과학이라는 두 세계를 설득력 있게 연결한 찰리 제인 앤더스는 독자에게도 한번 이 질문의 답을 고민해 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어른을 위한 성장 소설이다. 찰리 제인 앤더스는 도서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사실 성장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과거의 악몽을 이겨내는 멋진 성장을 잘 경험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라고 언급했다. 유년기에 겪은 문제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하고 어린 채 머물러 있는 독자들에게 『하늘의 모든 새들』은 위로를 건넨다. 명확한 정답을 찾는 것만이 인생은 아니며, 계속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일지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