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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세상에서 드물고 귀한 인연

프롤로그
제1부 1858-1860 함께하는 삶으로의 부름
제2부 1861-1864 낙선자들
제3부 1865-1870 살롱전을 오가며
제4부 1871-1877 인상주의-라는 표현의 운명
제5부 1878-1887 흘러간 날들의 인상
에필로그
옮긴이 후기 - 순수한 장소 기억으로 이어진 전위의 예술 공동체

도판 - 세잔-졸라, 기억과 추억의 공명
주요 인물 소개
참고 문헌
인명 찾아보기
저자 소개
저자 : 폴 세잔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이다. 1839년 남프랑스의 엑상프로방스에서 태어났으며, 본질적이고 변하지 않는 사물의 구조를 탐색하기 위해 평생 동안 드로잉에 몰두하였다.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하였지만 독창적인 화풍을 개척해 큐비즘을 비롯한 20세기 미술의 문을 열었다. 1906년 그림을 그리다가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저자 : 에밀 졸라
1840~1902. 프랑스의 대표적 자연주의 소설가. 기성의 대가들을 비판하고 마네, 피사로, 모네, 세잔 등 젊은 인상파 화가들을 지지한 미술평론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플로베르와 공쿠르 형제의 영향을 받은 첫 주요작품 『테레즈 라캥』으로 자연주의 소설관을 확립하였다. 제2제정시대 한 가족사를 통해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그린 "루공 마카르 총서"(전20권)를 통해 자연주의 문학의 절정을 이루었으며, 이 총서에는 『목로주점』『나나』 『제르미날』 등의 걸작이 포함되어 있다. "소설은 과학이다"라고 단언했던 졸라는 자신의 소설이론을 『실험소설론』(1880)을 통해 피력하였다. 인종적 편견에서 비롯된 간첩 혐의 사건인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나는 고발한다」를 발표하여 기성 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이를 계기로 졸라의 이름은 행동하는 지식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사망한 지 4년이 지난 후 프랑스의 명예를 드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파리의 팡테옹에 안장되었다.

엮음 : 앙리 미테랑
Henri Mitterand
프랑스 욘 주의 작은 마을 볼트-드-뤼니에서 태어났다. 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하고, 언어학자 로베르 레옹 바그너의 지도로 1959년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브장송과 낭시, 랭스 대학교를 거쳐 파리 제8대학교(뱅센-생드니)와 제3대학교(소르본 누벨) 교수를 지냈고, 1990년 정년퇴임 후에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2004년까지 종신교수로 활동했다.
평생을 에밀 졸라 연구에 헌신한 그는 갈리마르 출판사의 ‘플레이아드판’ ‘루공-마카르 총서’(5권)를 비롯해, 15권의 졸라 전집과 연대기 순으로 편찬한 21권의 전집(Nouveau Monde Editions)을 기획·편집했다. 또한 졸라의 서간문 전집(10권)의 문학 자문으로도 참여했다. 에밀 졸라와 자연주의, 19세기와 20세기 소설과 문학 사회비평, 언어학 등 폭넓은 주제에 관한 방대한 저작과 논문을 남겼으며, 특히 졸라의 생애를 다룬 세 권의 전기로 파리시 문학대상(2000)과 아카데미 프랑세즈 전기문학상(2003)을 수상했다.
파리 제3대학교와 컬럼비아 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 훈장과 예술문학 코망되르 훈장을 받았고, 캐나다 왕립학회 회원으로 추대되었다. 2021년 타계 직전까지도 집필을 멈추지 않고 졸라의 삶에서 ‘아버지의 죽음’의 의미를 다룬 유작, 《졸라, 아버지의 죽음》을 남겼다. 문학을 통해 역사와 예술을 성찰하고 현실과 시대정신을 사유하는 지성을 평생 실천한 학자였다.

역자 : 나일민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제1대학교(팡테옹-소르본)에서 미술사 학사·석사와 예술학(문화연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예술작품의 역사와 맥락, 의미에 관한 연구와 교육을 하고 있다. 자신만의 고유한 길을 가는 작가들의 언어와 삶, 예술적 실천을 조명하는 글을 쓰고 번역하며, 예술과 함께하는 공간문화 기획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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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세잔 사후 120주년
세잔과 졸라, 30년 우정의 기록 《교차된 편지들 1858-1887》 출간
편지로 이어진 두 거장의 삶과 우정, 예술의 동행기

“금빛으로 된 우리 둘의 이름은 첫 장에서 하나 되어 반짝이고, 형제애로 뭉친 천재들 가운데 후세에도 늘 함께 전해지는 것이지.” (세잔에게, 파리, 1860년 3월 25일)

지중해의 땅, 프로방스에서 시작된 인연

지역 은행 창업주의 아들 세잔,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 토목기사의 아들 졸라. 두 사람의 우정은 졸라가 아버지의 댐과 수로 건설 사업으로 엑상프로방스로 오면서 시작되었다. 새침한 파리지앵에다 몽상가적 기질의 졸라를 또래 아이들이 놀릴 때, 세잔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그들의 우정이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두 소년은 바유라는 친구와 함께 ‘삼총사’를 이루어, 프로방스의 자연을 벗 삼아 문학과 예술을 토론하며 순수한 우정을 나누었다. 학교를 마치면 아르크 강과 들판에서 수영과 낚시를 즐기고, 생트빅투아르 산을 오르며 사냥을 했다. 세잔은 스케치북과 물감 상자를 챙겨 와 그림을 그렸고, 졸라의 망태 자루에는 시집과 문학전집이 담겨 있었다. “태양과 물과 책, 이 세 가지야말로 젊은 날의 졸라와 세잔을 키운 자양분이었다.” 지중해의 땅, 프로방스에서 함께한 우정과 형제애의 기억은 훗날 세잔의 화폭과 졸라의 문장 속에서 되살아난다.

1858-1887: 편지로 이어진 우정과 삶, 예술의 동행기

졸라는 일곱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1858년 경제적 궁핍 속에서 어머니와 파리로 이주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우정은 물리적 거리를 넘어 편지로 이어졌다. 오스만의 대개조가 한창이던 파리의 외곽지, 허름한 옥탑방에서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우며 당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해 가는 졸라. 한편, 권위적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시작한 법학 공부를 포기하고 파리와 엑스를 오가며 인상주의자들과 교류하며 화가의 길을 가는 세잔. 신중하고 세련된 매너와 필력으로 파리의 문학·예술계에서 입지를 다져가는 졸라와는 달리, 세잔은 단정치 못한 행색과 거친 매너로 파리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부자 아버지로부터의 용돈이 끊길까 두려워 동거녀와 아들의 존재를 숨기고, 연이은 살롱전 탈락과 혹평 속에서도 세상과의 괴리를 견디며 꿋꿋이 그림을 그리는 세잔의 모습은 연민을 자아낸다.
“삶과 시대의 다양한 굴절에도 지속되고 교차된 편지들은, 작가이기 이전 한 인간으로서 그들의 평범하고 사적인 일상과 관계, 심리의 풍경을 그려 보인다. 떠나간 친구와 떠나온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담은 글들, 재능과 진로를 확신하지 못하는 서로를 격려하며 작품의 탄생을 예비하는 모습, 취향과 감각이 자본화되는 근대 대도시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타자 경험과 연애와 인간관계로 인한 감정의 무게가 담긴 글들, 나아가 당대의 주요 예술과 정치 사안에 대한 단상들은 그들의 내면 공간뿐만 아니라 혁명과 반동으로 점철된 19세기 프랑스라는 외부 공간까지 넘나들게 한다.“-옮긴이의 말 중에서

시간순 교차 편집으로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두 거장의 대화
-19세기 후반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던 아트와 문화의 현장

세잔과 졸라의 일부 서신은 국내에 부분적으로 소개된 바 있으나, 현존하는 편지를 연대순으로 총망라하여 완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프랑스 현대 지성사를 이끈 갈리마르 출판사의 대표 문학비평 시리즈인 ‘블랑슈 컬렉션(La Blanche)’을 번역 대본으로 삼아, 편지원문 전체를 온전히 번역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편집자이자 졸라 연구의 권위자 앙리 미테랑은 서신을 총 다섯 시기로 구분하고, 이를 시간순으로 교차 배열하였으며, 각 시기의 주요 전기적 사실과 역사적 맥락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더했다. 덕분에 격동의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두 거장이 삶과 예술 전반에 걸쳐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며 나눈 대화를 직접 듣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선사한다.
두 사람의 문장과 편지가 서로 응답하며 교차하는 편집 방식은, 마치 그들이 함께 직조해 나가는 한 편의 캔버스 회화와 소설 작품을 보는 듯한 인상과 감동을 준다. 아카데미즘의 권위와 전통에 저항하며 새로운 회화와 문학을 실험하며 동행했던, 두 예술가의 우정과 삶이 고스란히 담긴 이 편지들은, 이들의 인간적 초상과 예술관뿐 아니라, 19세기 프랑스 예술사의 결정적 전환점을 증언하는 귀중한 기록이다.

기존의 통설을 뒤집는 2013년 발견된 세잔의 마지막 편지 수록

특히 이 책에는 2013년에 새롭게 발견된,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세잔의 1887년 11월 28일 자 마지막 편지가 수록되어 있다. 세잔은 여느 때처럼 “나의 친애하는 에밀 (...) 곧 악수를 건네기 위해 보러 가겠네”라며, 졸라가 신간을 보내준 것에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 이는 두 사람의 관계가 1886년 졸라의 소설 《작품》 속 자살한 비운의 천재 화가 ‘클로드 랑티에’가 자신을 모델로 한 인물이라고 여긴 세잔이 절교하였다는 통설과는 다르게, 출간 이후에도 그들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지 않았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단서이다.
”긴 시간, 한결같은 예의와 호의로 소통하는 두 거장의 편지들은 (...) 이들이 굳건히 자신과 서로를 지키며 기품 있게 동행했음을 드러내 보이는 어떤 강력한 증언이기도 하다. 또한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 두 예술가의 기다림과 수행의 시간, 즉 삶과 영혼의 교감으로 빚어진 아름다운 텍스트들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서로 다르기에, 또 함께 있음에 더욱 빛나는,
200년 전 예술가들의 삶과 인연에 동참하는 기쁨

이 책은 인류 역사의 변혁기였던 19세기 프랑스에서, 예술가들은 실제 무엇을 보고 듣고, 어떤 일상을 살아갔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서양 근대 예술과 문화사의 귀중한 자료다. 또한 1870년대 이후 프랑스 모더니즘 예술의 등장과 전개 과정에서, 세잔과 졸라의 우정처럼 사적이고 위대한, 다양한 예술적 연대와 공동체의 존재를 상상하게 한다.
세잔 탄생 200주년을 맞는 2025년, 200년 시간을 넘어 지금, 여기에서 다시 만나는 세잔과 졸라의 대화는-서로 달랐기에, 또 함께였기에 더욱 빛났던-그들의 우정과 예술, 삶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하게 만든다.

“친구여, (...) 자네는 내 청춘의 전부라네. 내 기쁨과 고통의 모든 순간에 관여하고 있지. 우리의 정신은 우정 속에서 함께 성장했고, 오늘, 시작하는 우리는 서로의 몸과 마음을 관통하며 존재하기에 서로를 신뢰하지.” (세잔에게, 파리 1866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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