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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004

Part1. 국가와 선(線)

선 긋는 국가, 분열된 국민 021ㆍ종족, 민족, 국민 026ㆍ중앙집권국가와 민족 036ㆍ누가 ‘우리 국민’인가? 041ㆍ‘후견주의’라는 부작용 048ㆍ한국은 무엇이 다른가? 051ㆍ다종족 싱가포르의 비결 059

Part2. 탈식민지 아시아 국가들의 근현대사

Chapter1. 인도 - 종족, 카스트, 종교라는 선
근대 이전의 인도 071ㆍ영국 식민지 시기에 형성된 ‘인도 민족’ 083ㆍ민족 정체성의 분열, 힌두와 무슬림의 갈등 092ㆍ하나가 되지 못한 독립, 인도-파키스탄 분리 건국 099ㆍ네루-간디 가문과 정치의 사유화 107ㆍ카스트 정체성의 재등장 116ㆍ세속주의와 힌두민족주의의 대립 121ㆍ나렌드라 모디와 힌두민족주의의 성장 131

Chapter2. 파키스탄 - ‘국민 만들기’라는 대지진과 계속되는 여진
건국 이전의 인도 무슬림 역사 154ㆍ파키스탄 건국의 풍경 163ㆍ민주주의에서 군부 권위주의로 177ㆍ동-서 파키스탄의 갈등과 분열 184ㆍ부토의 실패, 또다시 등장한 군부 190ㆍ혼돈의 민간 정부 시대 200ㆍ무샤라프,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 208ㆍ파키스탄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있는가 219

Chapter3. 인도네시아 - 복잡한 정체성이 낳은 KKN의 그늘
말레이제도의 정치와 문화 233ㆍ네덜란드의 지배를 받다 239ㆍ인도네시아 건국과 독립 전쟁 248ㆍ정체성의 대립과 내부 반란 259ㆍ선 지우기에 실패한 수카르노 정치 266ㆍ쿠데타와 대학살 277ㆍ수하르토와 신질서 정권 283ㆍ중앙집권이 무너진 뒤에 293ㆍ살아남은 구체제 297ㆍ계속되는 부패와 정치 세습 307

Chapter4. 말레이시아 - 위로부터의 타협에 의한 보수적 근대화
영국 진출 이전의 말레이반도 326ㆍ조호르 술탄국과 영국령 말라야 329ㆍ중국계와 인도계 이주민의 성장 333ㆍ말레이 정체성의 성장 339ㆍ일본의 말라야 점령 344ㆍ영국의 재점령과 말라야연합 350ㆍ말라야연방과 UMNO 355ㆍ싱가포르와 보르네오 367ㆍ말레이시아의 탄생 371ㆍ5·13 사태와 신경제 정책 378ㆍ마하티르와 안와르의 대립 388ㆍ미완의 개혁, 선은 약해지고 있는가 395

Part3. 한국 예외주의

Chapter1. 오래된 신세계 - 천 년 중앙집권국가의 전통
천 년이 넘는 중앙집권국가의 경험 413ㆍ한반도의 전근대 민족국가 : 신라에서 조선까지 417ㆍ민족국가의 단절, 일제강점기 434
Chapter2. 두 방향의 제약 - 미국과 북한
분단과 공백 451ㆍ이식된 민주주의 459ㆍ대미 의존의 심화 464ㆍ왜 한국은 ‘서구적 근대화’를 지지했는가 469ㆍ두 방향의 제약 476

Chapter3. 균질한 근대화 - 같은 출발선에 선 한국인들
전통적 지배 세력이 무너졌는가? 497ㆍ남한의 농지개혁과 균질화 500ㆍ평등주의, 그리고 세습 정치 512ㆍ균질한 근대화, 그 이후 517ㆍ외국의 토지 개혁 520

Chapter4. 한국 예외주의의 함정 - 21세기 우울한 자화상
수저계급론의 시대, ‘균질적 근대화’는 끝났는가 536ㆍ‘민족’ 정체성의 후퇴, 지역주의 538ㆍSNS, 유튜브, 그리고 정치적 부족주의 548

주석 554
저자 소개
저자 : 박정욱
라디오 PD로 「손석희의 시선집중」 「양희은·서경석의 여성시대」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을 연출. 역사책을 읽는 것이 최고의 취미인 역사덕후로 학부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종교와 정치가 만나는 역사를 흥미롭게 공부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국제 정치의 핵심에 서 있는 중동에 대한 안내서가 부족하다고 느끼던 중 직장이 6개월간 장기파업에 들어가면서 시간이 주어진 것을 계기로 중동 역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갈등과 대립의 투쟁,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중동의 역사와 정치를 일반 대중들과 보다 쉽게 공유하고자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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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왜 그들은 하나의 국가가 될 수 없는가?

단 한 번도 하나의 국가를 이루었던 적 없는 다양한 종족이 어느 날 갑자기 하나의 국가가 된다면? 단일 민족 국가를 당연시 여겨온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아시아 신생 독립국들이 이 같은 다종족 국가를 이루고 있다. 식민 종주국이 임의대로 그어놓은 선에 의해 종족과 종교가 서로 얽히고설킨 가운데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나의 국민이 되기를 강요받았고, 이는 국가 균열을 일으키는 수많은 갈등과 대립의 선을 만들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는 ‘정체성의 선(線)’이다. 아시아의 많은 신생 독립국들은 이 정체성의 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종족, 종교, 문화, 이념 등으로 나뉜 다양한 정체성의 선이 국가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한다. 중앙정부의 입장에서는 매우 소모적이고 긴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통합의 과정이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결국 힘을 앞세운 군부 정권의 성장을 도왔고, 특정 지역과 커뮤니티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후견주의라는 패악을 낳았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근대화 과정을 설명하기에 앞서, 아시아 신생 독립국들의 근대화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아시아 국가, 그중에서도 공산화되지 않은 국가를 기준으로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그 대상이다. 대한민국과 출발 배경이 달랐던 이들 국가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현대사를 지나고 있다. 이 책은 그 과정과 배경을 ‘정체성의 선’이라는 흥미로운 관점과 시선으로 짚어본다.

탈식민지 아시아 국가들의 선 긋기와 선 지우기

갈등과 혼란이 끊이지 않은 아시아 신생 독립국들의 가장 큰 과제는 국민들 사이에 그어진 선을 지우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국가 내부의 선을 긋고 지우는 일은 매우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정치는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역사라는 운동장 위의 선을 어떻게 변경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 과정에서 선으로 나뉜 국민들 사이에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차별과 대립이 발생한다. 인도는 카스트 정치가 강화된 모습을 보이며 힌두민족주의와 무슬림의 대립 구도가 나라 전체를 갈라놓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발루치스탄과 파슈툰의 분리 독립에 대응해 이를 억누르기 위한 군부 세력이 정치와 경제에 깊숙이 관여한다.

인도네시아는 1만 8천 개에 달하는 섬만큼이나 복잡하고 다양한 다종족 국가로, 수하르토 체제 이후 지방 자치가 강화되면서 중앙집권의 힘이 약해지고 파편화된 법질서로 민주주의의 동력이 다소 떨어진 상태이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에 대한 여러 특혜로 인해 정치적 불만이 쌓이고 말레이계의 기득권과 말레이시아인이라는 하나의 국민으로서의 평등을 내세우는 개혁 세력의 대립이 갈등 구조를 이루고 있다. 선 지우기에 실패한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후견주의와 정치 세습이 국가 발전의 발목을 강하게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겉으로는 민주주의 제도를 표방하지만 실제 민주주의의 내용 면에서는 여전히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이다.

한국 예외주의와 함정

대한민국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아시아의 다른 신생 독립국들과는 확연히 다른 근대사의 궤적을 갖고 있다. 뚜렷한 기원이 없는 다른 아시아 신생 독립국과 달리, 우리는 일찌감치 천 년이 넘는 중앙집권국가의 경험을 갖고 있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빨리 전근대 민족국가를 이루었다는 잉글랜드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다. 이 책은 신라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 속에서 중앙집권 시스템이 어떻게 정착되고 발전해 왔는지를 역사적 고증을 통해 살펴본다. 정체성의 선이 여럿 나뉘어진 앞선 국가들과 달리, 우리는 중앙집권체계 아래 하나의 민족이라는 개념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한때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지만 한민족 고유의 민족주의 정신은 일본의 억압과 동화정책에 맞서 강렬한 독립운동의 근간이 되었다. 단일 민족, 단일 언어를 갖고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소모적인 절차와 과정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과 북한이라는 두 제약은 아이러니하게도 근대화와 민주주의의 정착을 앞당겼고, 토지개혁으로 인한 균질한 근대화는 모든 국민이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끄는 주요 동력이 되었다. 물론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와 사회가 앞으로도 무조건 장밋빛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저자는 근대화나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목표가 사라진 지금, SNS의 발달로 등장한 가짜뉴스, 배제와 혐오로 나타나는 정치적 부족주의라는 선(線)은 언제든 우리 사회를 균열시킬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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