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개봉동 공포의 외인구단’이 나가신다
대전에 살던 상욱이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생겼어요. 갑자기 서울로 이사를 가야 했거든요. 친구들과 헤어지기 아쉬워 상욱이는 대문 앞에 드러누운 채 울었지만 소용없었어요. 그렇게 서울 개봉동의 꼭대기 집으로 이사 온 상욱이는 전학생의 어색함도 잠시뿐, 야구 좋아하는 아이들을 만나 친해지고 ‘개봉동 공포의 외인구단’ 멤버가 됩니다. 상욱이와 친구들은 야구 배트가 없어서 배트를 가진 혁진이 형이 억지를 부려도 참아야 했어요. 하지만 부반장 지형이까지 괴롭히는 혁진이 형을 견디다 못한 아이들은 큰 결단을 내리는데……. 상욱이와 친구들은 마음껏 야구할 수 있을까요?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크고 많은 아파트 단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산을 깎아 경사진 곳에 지은 학교, 옹벽 근처에서 하는 짬뽕공 놀이, 시위를 하는 사람들과 코가 매캐하고 눈이 따가운 최루탄 냄새, 지하실에 사람이 사는 것 등. 서울로 이사 온 상욱이가 경험한 것은 온통 낯선 것투성이입니다.
낯설고 새로운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어요. 상욱이는 홈런이 될 때 선수와 관중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야구에 반하게 되었는데, 지하실에 이사 온 옥란이 누나는 꼴찌를 도맡아 하는 야구 팀을 응원하면서도 창피하지 않다고 말하지요.
“창피하긴, 세상에는 승자도 있고 패자도 있어. 패했다고 좌절하고 슬퍼할 이유는 없어. 내일 다시 도전해서 이기면 되니까.”
오히려 깊은 울림을 주는 대답으로 어린 상욱이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킵니다. 개봉동 공포의 외인구단 주축 멤버인 승준이도 야구 경기 중 비겁한 혁진이 형의 태도에도 굴하지 않지요.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봐야지. 비겁하게 이겨서 뭐하게.”
화가 나서 똑같이 해 주려던 상욱이는 생각지도 못한 승준이의 대답에 놀라지요. 나아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민주적인 세상을 위해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승패가 기울어 보이는 경기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지요.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바로 이 말처럼 말이지요. 그렇게 상욱이는 야구공을 던지고, 힘차게 배트를 휘두르며 친구들과 더 단단한 우정을 쌓으며 훌쩍 자라납니다.
응답하라 1987! - 프로 야구, 구로 공단, 6월 민주 항쟁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 야구는 첫해에 백사십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몰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어요.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보급으로 야구는 온 가족이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 잡았지요. 프로 야구 팀에서는 어린이 회원도 모집했기 때문에 아이들도 야구의 인기에 한몫했어요. 누구나 《공포의 외인구단》의 오혜성이 되고 싶어 했던 시절이었지요.
옥란이 누나가 일했던 구로 공단은 임금 인상과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을 외쳤던 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린, 한국 근대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에요. 정당한 대우를 받고 제대로 일하기 위해 파업까지 단행하며 권리를 되찾으려고 했던 노동자들의 실상을 동화를 읽으며 알 수 있지요.
상욱이와 민정이의 눈을 따갑게 했던 최루탄 냄새로 6월 민주 항쟁의 열기도 되새겨 볼 수 있어요. 개헌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에 다가서는 민주화의 과정은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역사의 한 장면입니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정명섭 작가는 《1987 소년 야구단》에서 프로 야구, 구로 공단, 6월 민주 항쟁을 아우르며 80년대 풍속화 속으로 어린이 독자들을 데려가지요. 이삿날 먹는 짜장면, 실에 이를 꿰어 빼고 빠진 이를 지붕에 던지기, 분홍 소시지, <요술 공주 밍키>, <우주의 여왕 쉬라>, 《공포의 외인구단》, 신발주머니, 하얀 실내화, 쪽지 시험, 점심 도시락, 짬뽕 놀이, 달고나, 홈런콘, 《외계에서 온 우뢰매 백과》, 《보물섬》 등을 동화에 등장시켜 정다운 그 시절을 복원했답니다.
만화가이자 웹툰을 연재하기도 한 불키드 작가는 야구 경기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표현하고, 순박함과 정겨움이 살아 있는 80년대를 개성 있게 그려 냈지요.
1987년의 서울이 생생히 살아 숨 쉬는 《1987 소년 야구단》을 읽으면서 어른 독자는 그 시절의 향수를, 어린이 독자는 개봉동 공포의 외인구단과 함께 야구의 매력에 푹 빠져 보길 바랍니다.
청어람주니어 블로그(blog.naver.com/juniorbook)에서 《1987 소년 야구단》 독후 활동지를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생각 그물, 낱말 퍼즐, 독서 퀴즈, 독서 토의 등 다채로운 내용이 담겨 있으니 독후 활동 시 활용해 보세요.
저자의 말
프로 야구 인기만큼 뜨거웠던 1980년대를 아시나요?
그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으로서 1980년대를 이야기한다면 끓는 가마솥 같은 시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우리나라는 점점 가난에서 벗어났지만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세상을 떠났어요. 1988년 서울 올림픽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졌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며 빈민촌이 철거되었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떠나야 했지요.
그 시대를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상징 중 하나가 바로 프로 야구입니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 야구는 곧 큰 인기를 끌었어요. 경제가 발전하는 상황에서 별다른 놀거리가 없던 어른과 아이 모두를 사로잡은 것이지요. 특히 아이들은 프로 야구 팀에서 모집하는 어린이 회원이 되고 싶어 했어요. 어린이 회원이 되면 점퍼와 모자를 선물로 받았거든요. 저도 지금은 두산 베어스가 된 OB 베어스의 어린이 회원이었습니다.
야구의 열기가 뜨거웠지만 한편에서는 가혹한 노동 환경이 사람들을 힘들게 했어요. 지금은 디지털 산업 단지가 된 서울 구로 공단에는 크고 작은 공장들이 있었고, 지방에서 올라온 많은 노동자가 이곳에서 일했지요. 학창 시절에 지하철을 잘못 타서 구로 공단에 내린 적이 있었는데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충격을 받았어요. 발전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으로 이뤄지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어렴풋하게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구로 공단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거센 시위가 벌어졌을 때 바람에 실려 온 최루탄 냄새를 맡은 것도 또 하나의 충격이었지요.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게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잊어버린다면 우리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시절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어요.
정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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