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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 5

그날의 줄넘기

그날의 줄넘기 - 17
시간을 주워 담는 오후 - 21
참 서툰 사람 - 25
네 번째 어금니의 출현 - 28
리코더를 불 때마다 - 31
모과가 익는 계절 - 35
가만한 봄날 - 38
나를 모르는 이에게만 하는 질문 - 42
오늘의 솥밥 - 45
봄의 반대편에서 바라본 사람 - 49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충분히 괴롭고 외로워 - 54
그리움만 쌓이네 - 58
가을 태풍 속의 오리배 - 62
우리가 주고받는 것들 - 66
어여삐 여기는 마음 - 70
오늘을 사는 기분 - 74

외로우면 종말

사람을 구하는 사람 - 81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 85
타인을 돌보는 마음 - 89
시간이 걸음을 떼면 - 92
정확함에 대하여 - 96
조각하는 어른들 - 100
함수는 모르지만 - 104
다정하고도 한없이 당연한 모두의 일 - 107
한밤의 산책 - 111
더 나쁜 쪽으로만 흐르던 110 분 - 114
김밥 오십 줄 - 117
다만 안전한 일상 - 121
우리를 살게 하는 마음 - 124
안부를 묻는 마음 - 128
허리가 꼿꼿하니 - 132
고단한 걸음을 다만 가까이에서 - 136
빙글빙글 도는 사람들 - 140
목소리가 필요할 때 - 144
외로우면 종말 - 148

아주 작은 쉼표

무엇이 될 결심 - 155
괜찮다는 그 말 - 159
나와 마주한 한낮 - 162
고요 속에서 함께하는 것 - 165
한밤의 산책자들 - 168
이처럼 단단한 미래 - 172
한 줌의 맛, 한 줌의 기억 - 176
우산 있으신가요? - 179
폭설 속에서도 우리는 - 183
당연하다는 착각 - 186
어떤 손을 가진 사람 - 190
생각과 다른 매일 - 193
아주 사소한 것들 - 197
봄날의 고양이 동산 - 201
날씨를 알려줄게 - 204
가죽이 익어가는 시간 - 207
아주 작은 쉼표 - 211
저자 소개
저자 : 안보윤
2005년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소년 7의 고백』 『밤은 내가 가질게』, 중편소설 『알마의 숲』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 『오즈의 닥터』 『사소한 문제들』 『우선멈춤』 『모르는 척』 『밤의 행방』 『여진』 등이 있다. 자음과모음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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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 시절 내가 한 유일한 일은
나를 미워하는 일이었다”

어느 날. 누군가의 무람없는 말에 상처 입은 날이 있었다. 누군가의 것이 아닌 오롯이 ‘나’에게서 비롯된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없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도 여전히 다정한 이의 안부 인사도, 낯선 이의 삶을 구해낸 다급한 호통 소리도 곁에 있었다. 안보윤 작가에게는 그런 날들이 드문드문 이어져 일주일이 한 달이 일 년이 된다. 『외로우면 종말』에는 이처럼 무수한 날들을 가만히 응시하고 오늘의 문장들로 건져 올린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내가 밉고 싫고, 주변 사람들이 원망스럽고, 세계가 더없이 오만하고 불공평해 보이는” 시절이 있었고, 그때 작가는 매일같이 스스로를 다그쳤다고 고백한다. 글을 쓰지 않는다고, 형편없는 글을 썼다고 자신을 몰아붙였다. 그러나 사납지만 경계심도 겁도 많은 반려견을 다독이면서 작가는 문득 깨닫는다. ‘잘했어. 괜찮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반려견에게 건넨 다독임과 기다림이 왜 나에게로 향하기는 그토록 어려웠을까.

“약한 사람만이 약한 사람을 알아보는” 편협한 세상을, 그리움 대신에 불신을, 안전을 위해 고립을 택해야 하는 세상을 그는 건너왔고 어쩌면 지금도 건너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작가는 알게 되었다. 속도를 늦출 새도 곁을 살필 겨를도 없이 “직선으로만 뻗는“ 광포한 날들 속에서도 서로를 환대하고 환대받을 수 있는 세계로 향하려는 날들이 분명 있었음을.

미워하는 마음은 직선으로만 뻗는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뻗어나가는 미움은 속도가 붙으면서 광포해진다. 내가 밉고 싫고, 주변 사람들이 원망스럽고, 세계가 더없이 오만하고 불공평해 보이는 시간들을 나는 겪었다. 곡선으로 흐르는 다독임과 위로의 시간을 그때 알았더라면 나는 조금 덜 외로웠을 것이다.
_161쪽

서로의 요철에 맞게 닳고 낡은
모습으로 빛나는 관계의 발견

작가는 불신과 증오의 시간을 뚫고 “곡선으로 흐르는 다독임과 위로의 시간”도 있었음을 잊지 말자고 당부한다. 큰 사고로 수술을 거듭하며 오랜 재활을 받은 친구 H를 통해서는 인간의 정신은 얼마나 고귀한지, 원망이나 분노가 아니라 도리어 남을 걱정하는 마음이란 얼마나 단단한 것인지를 말한다. 일기예보는 “사랑하는 사람이 춥거나 덥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을지 모른다고도, 아픈 엄마와 그 옆에 꼭 붙은 딸을 보며 불편과 피해를 기꺼이 감수하면서 “잘됐음 좋겠다” 중얼거릴 수 있다고도, 그리하여 다른 사람 다른 존재를 향한 배려와 사랑의 깊이를 말한다.

고속도로 한복판 위기 상황에서 우리 가족을 구한 이름 모를 남자의 급박한 외침과 같이 서로를 지켜주고 북돋는 따뜻한 연대의 순간들도 내보인다. 무뚝뚝하지만 진심 어린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는 약사를 통해 타인을 보살피는 마음과 성실함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하철에서 만난 엄마와 아이의 대화는 일상 속 관계들이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신뢰 위에 형성된 결과임을 보여준다. 폭설이 내리던 어느 날, 승객과의 실랑이에 지친 버스 기사님이 걸려온 전화에 “너는 괜찮지? 별일 없지?” 하고 묻는 것처럼. 안부를 물어주고 안녕을 빌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의 하루하루는 홀로인 것 같더라도 함께이며 늘 똑같아 보이지만 조금씩 모습을 달리하며 “서로의 요철에 맞게 적당히 닳고 낡”은 모습으로 빛나고 있다는 걸 작가는 일깨운다.

적당한 거리에서 꾸준히, 적당한 온기를 건네는 일. 서로의 마음을 둥글게 문질러 은은한 애정이 차오르게 만드는 일.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서로에게 꼭 맞는 누군가가 되는 일은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서로의 요철에 맞게 적당히 닳고 낡아 부드러워진 모습으로 기꺼이 서로의 곁을 지키는 것은 또 얼마나.
_209쪽

지나치게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스며들다

안보윤 작가는 닫아건 누군가의 문 앞을 서성이는 사람, 이웃의 안녕이 궁금해 오랜 기다림을 택하는 사람이다. 그의 글에서는 타인을 염려하는 상냥함과 보잘것없고 부서지기 쉬운 마음들에 대한 연민이 읽힌다. 연민에서 비롯된 믿음과 믿음이 씨앗이 되어 밀어 올린 긍정의 싹들이 곳곳에 피어난다. 그 싹들은 절망과 분노를 지나고, 서러움과 슬픔을 거쳐온 것이기에 순하고도 질기다.

그는 말한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상은 “매 순간 무수히 노력해야만 가까스로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안보윤의 글들에는 그런 귀한 일상을, 삶을 지켜내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구겨지고 모난 마음들을 가져와, 반듯하게 펴고 모서리를 둥글려서 다시금 곁으로 끌어와 살펴주는 것처럼. 지나치게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은은히 스며들어 점차 데워지는 기분 좋은 온기와 함께.

“정직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이 “아직도 자랄 게 남”아 있는 무수한 마음들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길 바라본다. 그리고 우리도 작가를 따라 어느 날을, 어쩌면 바로 오늘을 또 한 번 건너간다. 은은한 애정이 차오른 저마다의 ‘오늘’이 언제고 우리 곁에 당도하기를 기다리며.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마주해야 하는 어제가 있다는 걸 지금의 나는 안다. 어제의 잘못을 외면한 채로 오늘을 살아갈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어제의 나를 연민하지 않고는, 어제의 나를 보듬어 안지 않고서는 오늘의 나를 사랑하기 어렵다.
_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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