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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5

프롤로그 당신의 저주에 나까지 휘말린 거야 13
이야기를 한다는 것|선택하지 않고 떠도는 사람들|마음 깊숙한 곳과의 연결|다시 찾아온 허기|그 만남이 실패한 이유|단절 혹은 소멸|반성과 트라우마의 극복|공유에서 상대가 내놓은 것|현대 시스템과 실패한 만남|사건의 해결 이후 엇갈림|공유물을 잃은 현대 사회

제1장 마침 그때 네가 전화를 줬어 45
우연의 발생과 발견|가족 혹은 공동체와의 단절|비일상적이고 규칙적인 만남|우연의 일치와 공유|불가능으로부터 전개되다|신체적 특징의 겹침|관계는 언제 회복되는가|말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것|원래의 관계로 돌아가기|성스러운 것과의 관계|우연을 통한 재회

제2장 잠시 만났고, 그대로 멀어졌다 79
그저 그뿐인 만남|낭만도 주저함도 없는|이름을 부른다는 것|특징적 일부에 이끌리다|예술을 통한 정서적 교감|관계에 여운을 남기다|다른 차원에서의 재회|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법|살아남아 기억될 말들

제3장 만약 까닭이란 게 있다면 105
일상의 공백에서 생겨난 사건|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신에게 맡길 수 없는 수수께끼|결국 잃어버린 목표|뜻밖의 인물과 뜻밖의 만남|또다시 수수께끼만 남았다|공유물로서의 수수께끼|전승되는 불가사의의 경험

제4장 그녀는 종소리를 울려 주었는데 131
짧고 근사한 사춘기의 만남|아름다움이 끝나는 죽음|진정한 공유가 아닐지라도|첫 번째 여자 친구|큰 이야기와 연애 이야기|만남의 실패와 또 다른 만남|뜻밖에 비밀을 공유하다|죽음과 실패한 만남|우연한 공유와 우연한 치유

제5장 자네가 내게 다시 생명을 주었지 163
허구의 인물과 만나기|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진 공유|현실과 가상의 우연한 일치|영원하지 않은 순간들|꿈에서의 생생한 만남|설명하기 어려운 경험|죽음 이후의 만남과 위로|무겐노와 보사노바로부터|만남을 기록해 두는 것

제6장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가 187
외모가 관계에 끼치는 영향|나 자신의 모습으로|첫인상과는 다른 매력|거리감을 유지하면서 깊어지기|마주하기 두려운 내면의 민낯|가면 아래의 평행 우주|다른 사람을 통해 밝혀진 관계의 진실|외모로 평가하고 싶지 않지만

제7장 부끄러운 줄 아세요 215
다른 나로 살아간다는 것|텅 빈 일인칭 단수|가장과 죄책감, 그리고 위화감|거울을 통해 상대를 바라보기|내가 모르는 것을 아는 여자|몰랐던 자신과의 만남|문득 역겨운 나와 마주하다

나오며 238
옮긴이의 말 244

미주 250
참고 문헌 253
저자 소개
저자 : 가와이 도시오
일본을 대표하는 정신분석학자. 교토대학 대학원 교육학연구과 박사 과정 중 1987년 스위스 취리히대학 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융 학파 분석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고난대학 조교수를 거쳐 교토대학 대학원 교육학연구과 교수, 교토대학 마음의미래연구 센터 교수 및 센터장을 역임했다. 국제분석심리학회(IAAP)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교토마음연구소 대표 이사를 맡고 있다. 아버지이자 일본 심리학의 거장인 가와이 하야오의 학문적 유산을 이어받으면서도, 현대적인 관점에서 융 심리학을 재해석하고 확장해 왔다. 특히 꿈과 무의 식, 내러티브를 통한 치유, 문화와 정신의학의 접점을 탐구하여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 《임상심리의 이론》 《융―영혼의 현실성》 《꿈과 마음의 오래된 층》 《수수께끼를 풀어 보는 무라카미 하루키》 《마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공저) 등이 있으며, 엮은 책으로는 《융 학파 심리치료》가 있다.

역자 : 이지수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원서로 읽기 위해 일본어를 전공한 번역가.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헤븐》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생의 실루엣》 《스프링》 등 수십 권의 에세이와 소설을 우리말로 옮겼고, 《아무튼, 하루키》 《우리는 올록볼록해》 《내 서랍 속 작은 사치》 《사랑하는 장면이 내게로 왔다》(공저) 《읽는 사이》(공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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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극심한 고립과 따뜻한 공감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이것이 내 소설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다”
―무라카미 하루키

관계 맺기라는 영원한 숙제에 대하여

‘만남’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단순하고도 심오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특히 만남의 장소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확장되고, 만남의 대상이 운명적 상대에서 익명의 다수로 전환되는 오늘날 진정한 만남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다시금 필요해 보인다. 저자는 만남이 “평소 맺고 있는 관계로부터 멀어지거나, 아예 관계가 없을 때 이루어지는”(5쪽) 특별한 사건이자 이야기라고 말한다. 이는 만남이 약속된 누군가와 만나거나 일상에서 사람들과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일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타인과 마주침, 고립된 상태에서 나의 참된 모습과의 만남 등을 포함한다. 이 책의 저자인 융 학파 분석가 가와이 도시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관이 만남과 이별의 다양한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하고, 그의 만남에 대한 가치관이 ‘무심함(디태치먼트)’에서 ‘관여(커미트먼트)’로 심화된 것을 주목하여, 하루키의 소설들을 통해 만남의 의미와 가치에 접근하고자 한다.
하루키의 초기작에는 대부분의 주인공이나 화자가 홀로 외롭게 지내거나 타인과 별다른 관계를 맺지 않는 단절된 만남을 보여 주지만, 최근 들어서는 쉽게 끝날 관계라도 연결되고, 어긋난 만남으로부터 자기반성이 시작되는 등 비교적 적극적인 관계 맺기를 보여 준다. 하루키의 세계관이 변화한 것은 만남이 시대에 따라 변화했기 때문이다. 전근대 세계에서는 개인의 선택보다는 공동체 안에서의 필연성이나 운명에 따르는 만남이 지배적이었다. 예를 들어 누구와 결혼할 것인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등은 주체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이 시기에는 우연한 만남이 존재하지 않았고, 공동체에 속한 사람과 외부인의 구별이 뚜렷했지만, 때로는 신성한 존재와의 예기치 못한 조우가 가능했다. 하지만 근대적 의식이 등장하면서 개인은 공동체로부터 자립하여 선택의 가능성을 추구하게 된다. 이 시기의 만남은 유일하고 절대적인 상대를 향한 ‘낭만적인 사랑’을 중시하며,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만남은 거부하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가능성을 추구하면서도 궁극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또는 그 반대인 불가능성 때문에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 근대적 의식이 가진 욕망의 특징이었다.
이렇듯 만남의 형태는 변화무쌍했지만, 만남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고민은 변하지 않고 이어져 왔다. 융은 이를 ‘거대한 연결의 상실’이라 부르며, 현대인이 신의 세계나 초월적인 세계, 또는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과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책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만남의 본질을 탐구하며, 과연 만남은 어떻게 가능해지는지를 밝혀내려는 시도이다. 만남은 단순히 아름답거나 구원적인 것만은 아니며, 상대방이나 자기 자신의 그림자와 마주하는 부정적인 측면은 물론 개인의 상실과 후회, 파멸을 포함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만남이 지닌 깊이와 가치를 조명하며, 모든 만남이 우리 삶의 본질적인 숙제임을 이야기한다.

불가사의한 하루키 월드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만남’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읽는다고 말하는 독자가 얼마나 될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하루키의 초기 소설집 《빵가게 재습격》과 장편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 《기사단장 죽이기》을 비롯한 최근 소설집 《일인칭 단수》를 대표적인 예로 들며, 하루키가 ‘만남’이라는 모티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음을 밝힌다. 때문에 ‘만남’은 불가사의한 하루키의 세계관을 보다 선명하게 읽는 핵심 열쇠이자 새로운 관점이 될 것이다.
하루키의 초기작인 〈빵가게 재습격〉에서는 무심한(디태치먼트) 관계가 변주되며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 확장된다. 신혼 생활 중인 화자와 아내는 ‘견딜 수 없는 허기’를 느낀다. 화자는 과거에도 허기를 ‘빵가게 습격’이라는 사건으로 해소하려 했지만 실패한 경험을 아내에게 들려준다. 이에 아내는 당시 실패한 빵가게 습격을 자신과 다시 성공시키자고 하며, 맥도날드 재습격에 나선다. 하지만 맥도날드 재습격 또한 점원들의 기계적인 대응과 시스템 중심의 사회로 인해 생생한 만남이 발생하지 않으며, 화자는 자신의 내면세계와의 ‘거대한 연결’마저 끊긴 불충분함을 느낀다. 그러나 하루키의 후기작 특히 《일인칭 단수》의 단편들은 만남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돌베개에〉는 이름도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와의 하룻밤 만남으로 시작하지만, 여자가 지은 단카(短歌, 일본 정형시)라는 예술 작품을 공유하며 만남에 깊이를 더한다. 화자는 단카집에 적힌 여자의 필명을 알게 되고, 특히 여자가 지은 단카에서 “두 번 다시 / 만나지 못하리라 / 생각하면서도 // 못 만날 리 없다는 / 생각도 드네”라는 인상 깊은 구절에 공감하며 다른 차원에서의 ‘재회’를 이룬다. 또한 〈크림〉에서는 학창 시절에 피아노를 함께 배운 만남만 있던 친구에게 연주회 초대를 받지만, 공연장에는 관객도 피아노 연주도 존재하지 않아 재회가 실패한다. 이 과정에서 화자는 친구의 장난이나 혹은 복수에 당한 것 같다고 좌절하며 공황상태에 빠지지만, 우연히 마주친 노인에게서 “중심이 여러 개이면서 둘레가 없는 원”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수수께끼를 전해듣게 된다. 여기서 수수께끼는 새로운 만남의 공유물이며, 인생의 본질을 탐색하는 과제가 된다. 이처럼 하루키의 소설 속 만남은 단순히 줄거리를 이어가는 장치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립과 연결, 상실과 회복, 그리고 치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핵심적인 키워드이다.
하루키의 소설을 원서로 읽기 위해 일본어를 전공하고, 《아무튼, 하루키》의 저자이기도 한 이지수 번역가는 역자 후기를 통해 이 책이 하루키의 문학을 “다른 사람의 시각을 빌려 진득하게 파고들어 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한다. 하루키의 문학이 “예전과는 사뭇 다른 형태와 의미로 다가”와 이지수 번역가 역시 그동안 만나왔던 하루키와 색다른 만남을 경험한 것이다. 하루키나 하루키의 소설과의 색다른 만남에 이어 번역가 자신과 관계를 맺어온 모든 인연과의 만남도 자연스레 떠올랐다. 이지수 번역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멀어진 상대, 충분히 헌신하지 못했던 대상, 피상적인 관계로 끝나버린 사람들. 그 모두에게 ‘커미트먼트(관여하기)’의 여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른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속 인물 간의 만남은 물론, 독자와 작가 하루키의 만남, 그리고 나 자신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만남들을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의미 안에서 돌아보게 한다.

바그너, 소설, 산탄총, 혹은 빵…
진정한 만남에는 공유물이 필요하다

“만남이라 하면 두 사람 이 만난다는 것만으로 충분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깊은 만남에는 반드시 제3의 요소가 존재하며 그것이 꼭 공유되어야 한다.”(58쪽)

이 책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진정한 만남에는 반드시 ‘공유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등교 첫날이나 입사 첫날, 혹은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 우리는 간식이나 사소한 취향을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즉 서로에게 적극적 개입(커미트먼트)을 하기 위해서는 의견을 나누거나 공감할 수 있는 예술 작품, 개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소품, 꼭 물건이 아니더라도 가치관이나 기억을 공유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인물들 사이를 연결하고 심화시키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치유를 가능하게 하는 ‘제3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탐구한다.
하루키의 작품들은 다양한 형태의 공유물을 통해 만남의 본질을 파악해 왔다. 초기작 〈빵가게 재습격〉에서는 첫 번째 습격 당시 빵가게 주인이 제안한 바그너의 음악이 공유물이며, 맥도날드 재습격 과정에서 아내가 내놓은 산탄총이 공물이자, 습격이라는 미션을 공유하게 만드는 매개물이다. 〈우연 여행자〉에서는 주인공과 낯선 여자가 서점 옆 카페에서 같이 읽고 있던 소설 《황폐한 집》이 공유물이 되어 만남을 시작하고 깊이를 더한다. 이 공유는 두 사람의 내면을 연결하며 진정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 〈돌베개에〉에서는 단카집이, 〈크림〉에서는 노인이 던진 “중심이 여러 개이면서 둘레가 없는 원”이라는 수수께끼가, 〈사육제〉에서는 화자와 F*라는 여인이 슈만의 피아노곡 〈사육제〉가 공유되며 관계의 깊이를 더한다. 이는 단순한 취미 공유를 넘어 의도적인 헌신과 도박을 통한 만남으로, F*의 표면적인 모습 뒤에 숨겨진 본질에 다가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공유물은 만남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며, 하루키는 다양한 공유물들을 통해 인간관계의 복잡성, 심오함, 그리고 예술이 가진 치유적 힘을 독자들에게 선명하게 보여 준다. 또한 단순히 공유한다는 행위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무엇을 공유하는지에 집중하는데, 하루키는 특히 이야기 혹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공유물을 소설 속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해 왔음을 밝힌다. 이야기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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