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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김영탁
영화감독 겸 작가. 2011년 영화 〈헬로우 고스트〉로 후쿠오카 아시안 영화제 그랑프리, 스위스 뉴사텔 판타스틱 국제영화제 최우수 아시아영화상,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고, 대종상 시나리오상과 신인감독상 및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2015년 영화 〈슬로우 비디오〉로 이탈리아 피렌체 한국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2018년 첫 장편소설 『곰탕』을, 2025년 그림소설 『바다는 다시 바다가 된다』와 두 번째 장편소설 『영수와 0수』를 출간했다. 2025년 현재 『곰탕』의 영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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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모두가 영원한 퇴근을 꿈꾸는 시대,
유일한 낙은 어떻게 죽을까 상상하기였건만,
이제 나의 과제는 너를 계속 살도록 설득하는 것!

바이러스와 에이아이가 세상을 바꿔놓았다. 정부는 바이러스 노출에 취약한 정도에 따라 A구역에서 E구역까지 거주지를 구분했다. 삼십 세인 영수는 B구역에, 어느덧 늙은 엄마는 D구역에 살고 있다. 물리적 거리두기는 심리적 거리감으로 이어졌고, 결국 모두가 동등하게 고립되어갔다. 그러나 어떤 노력을 해도 인간들은 감염에 취약해져갔고 자연스레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에이아이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게 되었다.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인간은 처음에는 자유를 만끽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삶에서 노동이 사라지자 조금씩 나태해지다가 점점 무기력해지고, 끝내 우울해져갔다. 자살이 늘기 시작했다. 삶의 질도 급격히 떨어졌다. 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갔다.
더 이상의 자살을 막아야 했던 정부는 정신 건강을 위해 인간에게 노동이,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만 스무 살이 되는 국민은 누구나 주 5일 근무를 해야 한다는 강제 근무제를 도입했고, 누군가 자살할 경우 가장 가까운 가족 세 명이 죗값으로 하루씩 근무를 더 하는 연좌제 페널티를 도입했다. 기저질환으로 E구역에 홀로 떨어져 살던 영수 아빠가 자살하자 남은 가족은 근무일이 하루 늘어났다. 영수는 자기까지 자살하면 남은 가족들은 주 7일 근무를 해야 할 테니, 오늘도 한숨 쉬며 출근한다.
자살을 꿈꾸는 영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살방지국 산하 트라우마 관리센터에서 일했다. 트라우마 관리라는 것은 기억을 지우는 것이었다. 자살 방지의 일환으로 사람들은 트라우마 관리센터를 통해 정신적으로 큰 상처가 되는 기억은 합법적으로 지울 수가 있었다. 이 기관은 합법적으로는 트라우마가 될 기억만 지웠지만, 뒤로는 기억을 매매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다채로운 기억을 가질 확률이 낮았기에 진짜 경험은 값이 나갔다. 편집팀 소속인 영수는 구매자의 요구 사항들이 편집된 기억에 잘 반영됐는지 확인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마친 뒤 그 작업을 한 기억을 매일 파마기처럼 생긴 기계 아래서 지우고 퇴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 동료인 베테랑 편집자 오한이 영수에게 그토록 자살하고 싶다면 복제인간을 사서 대신 인생 근무를 서게 하고 남몰래 자살하라는 제안을 한다.
결국 본능에 못 이겨 브로커와 접선한 영수는 자신의 은행 계좌에 의외로 많은 돈이 모여 있는 걸 발견하고 복제인간을 주문한다. 단, 그 복제인간이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걸 모르게 해달라는 조건을 덧붙여. 한 달쯤 뒤 복제인간이 자기 대신 출근하는 걸 확인한 영수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일주일만 놀고 죽기로 결심한다. 그러다 흔적도 없이 죽어 사라지는 계획을 추진하던 중 브로커의 전화를 받는다. 자신의 복제인간이 그새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 영수가 가족들에게 피해 주기 싫다면 자살하기 전에, 이 복제인간을 계속 살도록 설득해야만 한다.

나는 삼십 년을 버티고서 이러는 건데 왜 쟨 내 복제인간인데도 바로 죽으려 했을까?
나와 뭐가 다른 거지?
나한테는 있고 너한테는 없는 그런 게 있으려나……?

매일 죽음을 꿈꾸는 미래, 인간의 존재 의미를 되묻는다
웃음과 눈물, 재미와 사유가 함께하는 SF 디스토피아 소설

『영수와 0수』는 인간을 면역력 취약성 정도에 따라 계층화해 관계를 차단하고 공간적으로 고립시킨다는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자살과 기억 매매, 이후엔 살인이라는 무거운 미스터리 소재들을 코믹한 우화적 이야기 방식과 발랄한 구어체를 살려, 무겁지 않게 그려낸다. 인물들 간 관계 안의 갖가지 오해와 엇갈림 역시 슬프거나 비관적인 분위기가 아닌, 엉뚱함과 기발함이 돋보이는 방식으로 표현해낸다. 계층 간, 세대 간 단절, 장애인 소통 등 각종 사회 문제를 두루 포괄하면서도 이렇듯 경쾌한 톤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인간이 첨단기술과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시대, 자살을 꿈꾸는 시대에 인간의 특별함이 진정 무엇인지,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탐험하고 실험하고 밝혀내고 또한 만들어내는 여정을 담은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에서도 따뜻함이 살아 있는 장면들을 독자들의 가슴에 아로새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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