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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왜 우리는 '그것'만 미술사라 믿었을까

1장. 거장의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고흐는 평생 그림을 하나도 못 팔았다?
세잔의 사과는 썩지 않는다?
피카소와 마티스는 사이가 나빴다?
고갱이 도착한 타히티는 원시 낙원이었다?
달리는 반려동물로 개미핥기를 키웠다?

2장. 예술가는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
루벤스는 그림을 혼자 그리지 않았다?
미켈란젤로는 딱 한 작품에만 서명을 했다?
렘브란트의 서명이 있어도 렘브란트 작품이 아니다?
밀레의 <만종>은 처음엔 ‘국민 그림’이 아니었다?
전 세계에 있는 <지옥의 문>은 모두 로댕의 진품이다?

3장. 누가 기억되고 누가 잊히는가
드 라 투르는 침묵과 은둔의 화가였다?
<비너스의 탄생>은 한때 완전히 잊혔다?
모리조의 사망진단서에는 ‘무직’이라고 되어 있다?
프리다는 생전에도 스타일 아이콘이었다?
추상미술의 ‘원조’는 칸딘스키다?

4장. 무엇을 그리고 무엇을 그리지 않는가
뒤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코뿔소를 그렸다?
마네는 마지막 그림을 위해 바를 차렸다?
쿠르베는 30명을 한꺼번에 작업실로 불렀다?
페르메이르의 작업실은 남향이었다?
<목을 베는 유디트>는 원한의 그림이다?

5장. 예술가의 뒤에는 누가 있는가
다빈치는 프랑스 국왕의 품에 안겨 죽었다?
교황은 미켈란젤로보다 라파엘로를 편애했다?
카라바조는 살인을 하고도 교황의 지지를 받았다?
벨라스케스는 <시녀들>에 3년 뒤 덧칠을 했다?
다비드는 나폴레옹에게 그림값을 다 못 받았다?

6장. 작품 제목은 왜 문제가 되는가
앵그르는 <터키탕>을 터키에서 그리지 않았다?
마그리트의 ‘파이프’는 파이프가 아니다?
워홀의 <캠벨 수프 캔>은 다 같은 맛이다?
<마들렌의 초상>은 200년 후 바뀐 제목이다?
<절규> 속 인물은 사실 절규하고 있지 않다?

7장. 미술관은 어떻게 명작을 만드는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작가 이름을 고친 적이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수련 연작>을 위해 공사에 들어갔다?
루브르 박물관은 전쟁 중 소장품을 전부 숨겼다?
미술관 벽은 원래 붉은색이었다?
미술관 창고는 관람객 출입 엄금이다?

저자 소개
저자 : 박재연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프랑스문학을, 파리 제1대학에서 미술사학과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시각예술콘텐츠 기획과 비평에 대해 가르치며 미술 진흥을 위한 정책과 제도, 미술 문화 향유 확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과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권력 구조와 신화적 서사로 둘러싸인 미술사 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끊임없이 다시 쓰여야 할 미술사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글을 쓰고 옮긴다. 지은 책으로 《모던 빠리: 예술의 흐름을 바꾼 열두 편의 전시》(2024년 세종도서 선정), 《미술, 엔진을 달다》, 《주머니 쏙! 미술》, 《파리 박물관 기행》(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모두의 미술사》, 《어린이 미술 사전 100》, 《예술가의 여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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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미술사의 모든 작품은 선택되고, 오해되었다가
마침내 되돌아온다

정설에 대한 의심과 ‘팩트체크’는 옳고 그름을 심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존의 미술사를 부정하려는 것도 아니다. 당연하게 믿어온 이야기를 조금 비틀어, ‘왜’ 그렇게 믿게 되었는지 당대의 맥락을 탐색하고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찾아 예술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기 위함이다. 1장에서는 ‘거장’이라는 무게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사실들, 한 명의 예술가를 역사가 거장으로 각인하기까지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내막을 드러낸다. 타히티를 예술적 낙원으로 이상화했지만 사실은 전혀 이상적이지 않았던 타히티 생활로 자살까지 시도했던 고갱, 특유의 상업성과 ‘튀는’ 행동으로 ‘아비다 달러스Avida Dollars(달러에 굶주린 자)’라는 별명이 붙었던 살바도르 달리가 개미핥기와 함께 파리 시내를 산책한 배경 등을 실었다. 2장은 루벤스, 미켈란젤로, 로댕 등 ‘브랜드화’된 예술가 뒤의 협업과 진위 여부, 시장 논리를 짚는다. 렘브란트가 직접 남긴 서명이 있어도 모두 렘브란트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 처음엔 ‘사소하고 평범했던’ <만종>이 프랑스의 ‘국민 그림’이 되기까지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3장은 역사가 망각했던 이들이 복원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17세기 사망 후 거의 잊힌 채 사라졌다가 20세기에 재발견되면서 ‘뜻밖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드 라 투르, 추상미술의 원조라 불리는 칸딘스키보다 수년 앞서 완전한 추상 그림을 그려낸 힐마 아프 클린트를 불러낸다. 4장은 작품 대상의 선택과 연출에서 드러나는 의미를 파헤친다. 코뿔소를 본 적 없는데 생생하게 재현해낸 뒤러, 자신의 작업실을 시대 군상들의 거대한 무대로 탈바꿈시킨 쿠르베 등을 통해 예술가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독자적인 언어, 시각적 철학을 들여다본다.
5장은 다양한 목적으로 예술을 ‘도왔던’ 이들, 후원자에 대한 이야기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라는 두 거장을 함께 기용한 교황 율리우스 2세를 통해 권력과 예술이 얽히는 한 가지 모델을 본다. 또 나폴레옹에게 그림값을 원하는 만큼 받지 못하자 제국의 권위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끝내 완수하지 않은 다비드에게서 예술과 돈, 자존심과 이해관계가 뒤엉킨 줄다리기를 엿볼 수 있다. 6장에서는 작품의 제목이 왜 문제적인지 살펴본다. <터키탕>, <절규> 같은 제목에서 어떤 오해, 또는 상상력이 발생하는지, ‘흑인 여인’에서 ‘마들렌’으로 초상화의 이름이 바뀌기까지 어떤 곡절이 있었으며 이것이 작품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보여준다. 7장은 명작을 전시·보관하는 것을 넘어 명작을 명작으로 ‘완성’시키는 미술관의 역할을 조명한다. 모네의 거대한 <수련 연작>을 걸기 위해 전시실 자체를 대대적으로 개조한 오랑주리 미술관, 제2차 세계대전 중 <모나리자> 등 주요 작품들을 암호로 표시하고 온갖 극적인 일화를 거쳐 외딴 시골로 ‘대피’시킨 루브르 박물관의 노력은 우리가 지금 특정한 작품을 ‘역사적’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된 데에 권위를 부여한 이들의 역할을 보여준다.

“카라바조가 교황과 고위 성직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그의 천재성만은 아니었다. (…) 이 점이야말로 예술이 언제나 순수한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았음을, 때로는 전략적으로 정치적으로 소비되어왔음을 알려주는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_183쪽

역사를 경유해 현재를 겨냥하는 미술 이야기
두 번째, 세 번째… ‘버전’을 높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 쓰이다

과거를 되짚는 《두 번째 미술사》의 시선은 역사를 경유해 현재를 겨냥한다. 글로벌 경매에서 매번 경이적인 낙찰가가 쏟아지고, 초대형 블록버스터 전시는 작품보다 ‘인증샷’과 ‘굿즈’를 소비하게 만들며, 시시각각 진화하는 AI가 생성한 이미지들이 전통 미술의 권위와 경계를 시험한다. 격동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묻게 된다. 예술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가? 무엇이 작품을 ‘명작’으로 만드는가? 《두 번째 미술사》가 건네는 메시지는 이 질문에 대한 오래된 답이자 여전히 유효한 힌트다.
자신과 자신의 작업을 일종의 ‘브랜드’로 구축한 최초의 예술가 중 하나였던 루벤스의 화실은 집단 창작 모델의 출발이다. 오늘날의 스튜디오 창작 시스템, 작가 브랜드, 디지털 시대 NFT 아트(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디지털 예술 작품에 원본성과 소유권을 증명하는 고유한 인증서를 부여하는 예술 형태)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 연작〉 전시는 오늘날 ‘몰입형 미술’의 선구적 사례, 즉 공간부터 관객 경험까지 ‘작품화’하는 초대형 전시 흐름의 원형이다. 진위 논란이 끊임없던 17세기 렘브란트의 회화는 21세기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아예 재생산되기도 했다. 2016년 프로젝트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는 전 세계에 흩어진 렘브란트 회화 300여 점을 AI에게 화풍·구도·명암·인물묘사까지 학습시켜 ‘렘브란트라면 그렸을 법한 새로운 작품’을 완성한 실험으로 ‘렘브란트다움’이 무엇인가를 되묻는 도발이었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를 함께 기용해 ‘공존’하게 한 교황 율리우스 2세는 정치적 후원의 정교함을 보여준 모델로 오늘날 국가나 기업이 예술가를 후원할 때 유효한 접근이 될 수 있다. 모리조의 사망진단서에 적힌 ‘무직’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여전히 제도와 시장에서 ‘소수’라는 이유로 소외되는 여성 또는 비주류 작가들이 있음을 환기한다.
《두 번째 미술사》의 독자는 오늘의 풍경과 혼란을 읽는 언어를 쥐게 된다. 미술사는 과거의 박제가 아니며 모든 작품은 시대의 욕망, 시장의 논리, 제도의 압력, 후원자의 요구 속에서 선택되고 잊혔다가 다시 소환된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모든 예술의 현상도 마찬가지임을, 예술의 가치와 권위에는 그러한 맥락이 개입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미술사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로 ‘버전’을 높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 쓰이고 있다.

“특히 모리조가 즐겨 다룬 거울, 창, 레이스, 드레스, 햇살 같은 소재는 오늘날 젠더적 시선과 시각성의 문제를 탐구하는 연구자들에게도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 (…) 한 예술가의 명성과 위치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누가 무엇을 그리고, 누가 그것을 가치 있게 여겼는지를 되묻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 _105~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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